파킨슨병 환자로 산다는 것
파킨슨병 환자로 산다는 것
[인터뷰] 대한파킨슨병협회 최진경 회장
  • 이지원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04.12 10: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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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지원 기자] 갈수록 파킨슨병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희귀질환이라는 인식 때문에 그저 ‘흔하지 않은 질환’, 혹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질환’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도 사회의 일원”이라며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길 희망하고 있다.

뇌의 도파민(사람의 운동기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는 신경세포의 소실로 인해 나타나는 파킨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고 치료 기간이 길어 치료를 하는 동안 의료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며, 이전의 삶과는 다른 ‘환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환자들은 이 병으로 인해 ‘제2의 인생’을 산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14년 통계 기준으로 8만4771명의 파킨슨 환자가 있으며, 국제적으로 약 630만 명이 앓고 있다. 노령인구의 증가, 진단 기술의 발달 등으로 갈수록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4월11일 ‘파킨슨병의 날’, 본지는 파킨슨병 환우회인 대한파킨슨협회 최진경 회장을 만나 파킨슨병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 그리고 희망사항에 대해 들어보았다.

-. 파킨슨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 대한파킨슨병협회 최진경 회장

“파킨슨병이 발병한다고 해서 당장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 후 4~5년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증상이 나타난다. 발목이 뒤틀리기도 하고 언어장애, 보행장애, 삼킴장애 등 각기 다른 고통을 갖게 된다.

동결현상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잘 넘어진다. 마음은 저기 가 있는데 발이 안 떨어진다. 약효가 떨어져가면서 방향을 바꾸거나 뒤돌아서기 힘들다. 74세 환우로 평소 활발히 활동에 참여하고 연배에 비해 적극적인 분이 계시는데 넘어지셔서 크게 다치고 오늘 학회에도 참가를 못했다.

환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치매나 우울증이다. 유명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파킨슨병에 걸린 후 자살한 것과 같이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기도 힘들어하며 우울증은 발병 초기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

-. 사회생활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들이 함께 고생하는 연대의식은 있는 편이나 사회전반에서 환자들을 아직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다. 언어장애나 보행장애로 직장에서 밀려나는 등 사회적으로도 타격을 입는다. 환자의 가족도 직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 한 명으로 인해 가정 전체가 경제적 곤란과 정신적인 고통에 빠지기도 한다. 치매가 발생하게 되면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파킨슨병 보호자의 20%가 직업마저 포기했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파킨슨 환자들이 스스로 환자임을 내세우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다. 환자가 되면 업무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사실이나 일부 직장에서는 직위를 그대로 인정하되 업무를 좀 더 쉬운 것으로 바꿔주는 방법으로 계속해서 근무시키기도 하지만, 환자  대부분은 직장에서도 쫓겨나 생계나 치료비 등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파킨슨병으로 신체 기능이 줄어들면 직장에서 밀려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일을 줄이더라도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나눔이 필요하다. 일본 환자 한 명이 국제학회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는데 그 사람은 전직이 우편배달부였고 직장에서 내근으로 바꿔줘서 정년까지 다녔다. 그런 게 시민의식의 성숙도다.

우리 협회 사무국장을 맡았던 분은 특전사 출신이다. 약을 복용하며 아주 건강하게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는데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던 중 바빠서 약을 한 번 건너뛰고 말았다. 약이 한 번 밀리면 도파민 농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회사 일을 해야 할 시간에 어물어물 하다가 부하직원들이 대신 그 일을 해버리고 다음날 출근하니 회사 책상이 없어졌다고 한다.”

-. 치료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완치약은 없지만 치료제는 있는데 효과는?

 

▲ 대한파킨슨병협회 최진경 회장

“일단 약을 먹어야 동결 현상이 지연되므로 약의 효과는 보고 있는 셈이다. 투약을 잊거나 건너뛰면 바로 도파민 부족 현상이 생긴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도파민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끊임없이 수영·요가 등 운동으로 근육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웃음치료·사회활동참여 등으로 우울증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보통 신경계통 질환이 생기면 우울증 치료제가 함께 처방된다. 과거와 달리 신경과와 정신과가 분리되어 따로 처방하기도 한다. 세브란스 초창기 멤버인 김진수 교수처럼 의사 중 병원 초창기 멤버들은 신경과라도 상담과 함께 치료하기도 해 정신과에 온 기분도 든다.

신기하게도 파킨슨 병이 운동증상이 제일 많은 병인데 요즘은 연구하는 게 전부 비운동증상에 관한 게 많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40% 내지 35%가 치매로 발전하게 되는데 환자들이 이걸 제일 무서워한다.

소화도 어렵다. 나도 파킨슨병 진단 후 만 10년짼데 7년째부터는 식전에 약을 먹는다. 그전에 식후에 먹었는데 이젠 식후에 먹으면 힘들고 식전에 먹으면 위장이 비어 있으니까 소장에 바로 들어간다. 최근에는 유동식이나 죽처럼 소장에다 직접 놓는 젤 형태의 약도 나왔다.

약물의 부작용은 다양한데 일단 일반적으로 약을 하나라도 더 먹으면 변비가 생긴다. 약 하나를 소화시키는 데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시력저하도 발생하기 쉽고 환각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또 심한 경우는 약물로 인한 도파민 과다로 도박중독, 성 중독, 쇼핑중독 현상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약이 도파민을 발생시키는데 사람 몸이 기계가 아니니까 농도 맞추기가 힘들다.”

-. 수술치료법도 있지 않나.

“수술 치료도 시도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수술은 실패 확률이 적지 않다. 수술 후 도리어 나빠지는 바람에 재수술을 받는 경우도 왕왕 있다.

신경외과에서 뇌심부자극술(DBS)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협회 전임 회장도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데 곧 수술할 차례다. DBS도 수술의 일종이므로 잘못될 확률이 있고 좀 높은 편이다. 나도 세브란스병원에서 2월에 수술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병실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어 미뤄졌는데 여전히 고려 중이다. 요즘 추세는 수술 후 회복기간을 고려해 아직 신체기능이 남아있는 발병 초기에 수술하는 경향이다. 40대나 50대가 수술받기도 한다.

뇌는 미지의 영역이다. 운동장애를 고치려고 수술을 하는데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도 삼성병원·아산병원에서 2명이나 재수술을 했다. 재수술을 하는 경우 환자들은 수술비도 2배, 수술 시간도 2배고 수술 후 회복기간도 1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려 그 기간 동안 계속 일상을 극복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도 아직 결정을 못했다.”

-. 협회에서 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해 달라.

“환자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회원과 가족들에게 교육·상담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병원에 치료제 개발 연구를 요구하고 감시하며 회원들의 임상 참여를 독려한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활동으로 회원 간 자발적인 교류의 장을 준비하고 IT 자원을 활용해 웹카페와 웹라디오를 운영하며 국내외 환자들 간 소통을 장려한다.

회원들이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일반인들에게 파킨슨병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국제파킨슨단체와도 연대한다.

2013년 시작된 도파민 음악회를 격년으로 진행중이며 튤립친구들이라는 서포터즈에게 꾸준히 파킨슨병을 알리고, Freeze Mop이라는 플래시몹행사도 진행했다.

국제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 있는 환자들과 화상채팅을 한다. 파병 환자 중 성대에 문제가 없는 환자들과는 2007년도부터 인터넷으로 대화하고 있다.

친구에게 퀼트를 배워 내 아이디어로 한복 입은 소녀가 튤립 꽃을 들고 있는 그림과 복주머니 그림을 만들어 세계파킨슨병회의(WPC) 사이트에 제출했더니 희소성이 있어서인지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리고 미국파킨슨병재단에도 제출했더니 거기서도 사진으로 올라왔다.

 

▲ 대한파킨슨병협회 최진경 회장

앞으로는 파킨슨병 증상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려 한다. 환자 입장에 서서 오진, 수술·재수술, 임상시험 참여시 환자로서의 권리 침해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하고 대응하겠다. 환자단체 연합회와 뇌병변 장애인 인권협회, WPC와 연대하는 활동도 이어가겠다. 의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와의 교류도 잘 이어나가겠다.”

-.국제 조직과 국내 조직에 차이점이 있나.

“국제 파킨슨 운동장애질환 학회에서는 3년에 한번 회의를 연다. 이때 환자들을 회의 운영과 활동의 주체로 참여시킨다. 그런 학회에 가면 환자가 더 일반인같이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환자들이 주체가 되어 파킨슨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가는 분위기가 국내에서도 의료기관 등의 도움으로 조금씩 조성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들은 행동이 급격히 느려진다. 이것이 오히려 장점처럼 돼서 시민 모두가 여유를 가지고 느릿하게 행동해도 잘 돌아가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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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만 2016-04-18 22:10:06
최진경 회장님
어차피 수술 하실꺼면 저의상품에 대한 설명과 동영상 보시고 결정 하셔도 됩니다.
치료제 있습니다.
연락주시면 좋은소식 될꺼예요?
뵐 방법이 없어 이렇게 댓글로 남기오니
연락주세요?
문의 010.4263.9235 김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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