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훈 부회장 “의사니까 법 공부해야”
이충훈 부회장 “의사니까 법 공부해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280여개 의료소송 판례 분석 자료집 펴내
  • 안명휘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3.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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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충훈 수석부회장이 ‘산부인과 의료소송 판례선’을 출간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산부인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 판례를 엮은 ‘산부인과 의료소송 판례선’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1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는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진행한 소송 판례 280여건이 수록돼 있다.

최근 의료인과 의료기관 내 법적 분쟁과 대응능력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자료가 만들어져 법조계와 의료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산부인과 의료소송 판례선’을 집필한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수석부회장과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안법영 교수를 만나 책을 펴내게 된 목적과 배경, 교훈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수석부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최근 산부인과의사회에서 산부인과 의료소송 판례집을 발행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동안 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의료법학회 활동을 하면서 여러 산부인과 의사들이 5000건이 넘는 의료사고 관련 상담을 해왔다. 의료인들의 경우 진료도 봐야 하고 병원 경영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할 일이 많다. 거기에 의료사고가 발생해 법적 절차를 밟게 되는 경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관련 내용을 정리한 자료가 있으면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집중할 수 있고 그만큼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법률적인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관련 자료를 책으로 엮기로 했다. 막상 시작하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다른 학회나 의사회에서 이런 작업을 해본 곳이 없어서 도움을 받거나 참고할만한 자료가 없었다. 산부인과 의료소송 판례집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기획하는 데 2년이 넘게 걸렸고 자료 수집하는 데 1년여가 걸렸다.

판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특히 하급심 판례의 경우 일일이 발품을 팔아가며 구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법조계에서는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안법영 교수님을 비롯한 7~8명이 참여했다. 의사는 나 혼자뿐이었다.”

#. 의사들에게 의료소송 관련 판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생활은 환자와 의사, 옵저버 등 여러 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면 의사들만 모여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결국 ‘법률’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도 법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필요한 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는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을 해야 한다. 의사들이 법에 대해서 무작정 잘 모르니까 불안하고, 불안하다보니 다른 데 기대게 되고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의료분야의 경우 의사가 해결주체의 일부분으로서 참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판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판결례는 분쟁 해결의 이론과 경험을 축적해 놓은 성과물이다. 판례를 보면 의료영역에 적용되는 법규범과 구체적 판단기준을 가늠할 수 있고 임상업무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위험 또는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러 판례들을 살펴보면 법원이 의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통상의 거래의 경우와는 다르다. 인간의 생명과 신체, 건강이라는 보호법익아래 가장 고도화된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법률은 400여 가지에 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 외에도 의료기관의 운영 등을 위해 법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 의료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법률적 지식을 갖추는 것은 이제 의사로서 기본적인 자질인 시대가 된 것이다.”

#.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하면서 대한의료법학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한의료법학회의 태동은 지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메디컬 리걸 포럼(medico legal forum)이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의사, 변호사, 법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의료법학에 대해 다시 말해 의료민법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 모임이 우리나라 의료법학의 시초라고 보면 된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의료계가 법률적인 부분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많이 늘었다. 1991년 이후 법원에서 의료사고 전담재판부를 지정했고 95년 179건, 96년 290건, 97년 399건 등 해마다 의료사고 관련 소송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로서 관련법에 대한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의료분야와 관계된 법률에 대한 공부를 계속했다.

뜻을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여 1999년에 대한의료법학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앞서 말했지만 대한의료법학회는 의사, 변호사, 법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토론을 하는 단체다. 정기 포럼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함께 의료분야의 법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런 조직은 법률의 발전뿐 아니라 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 최근 '산부인과 의료소송 판례선'을 집필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충훈 수석부회장

#. 의사들이 의료소송 관련 내용을 더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판례집 외에 주석서나 해설서도 필요할 것 같다.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책으로 엮은 판례만 280개에 달한다. 이 많은 판례를 일일이 설명하거나 해설을 하는 것도 참 힘든 작업이 될 것 같다. 대한의료법학회의 경우에도 판결문 1개 가지고 서너시간씩 토론한다. 법률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도가 있는 사람들도 어려운데 상대적으로 법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의사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될 만한 주석서나 해설서를 만들려면 무척 힘든 작업이 될 것 같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리고 판결 자체도 법원의 판단이다. 다시 이것을 해석하거나 평석을 해서 쓰게 되면 오히려 객관적이지 않게 된다. 의사입장에서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모든 책 내용에 대해 100%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상황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나 후배 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의료와 법률은 무척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의사들 중에 법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비록 산부인과의사회에서 처음으로 관련분야 소송사례를 책으로 엮어 냈지만 이 같은 자료는 다른 분과에서도 꼭 필요한 자료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사회의 시스템도 그에 맞춰 변한다. 의사들이 새로운 술기를 익히는 것처럼 사회의 변화에 맞춰 관련 분야의 법이 어떻게 바뀌고 그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의료관련 법령을 공부하는 의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위한 임상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다. 의사가 임상에서 늘 접하는 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산부인과 관련 임상가이드라인이 잘 정비돼 있는데, 잘 돼 있는 나라의 사례를 본받아서 우리 실정에 맞는 임상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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