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보상 분담금 납부 의무 없어”
산부인과의사회 “보상 분담금 납부 의무 없어”
“제도 장단점 있지만 산부인과 의사들 사기 꺾고 나쁜 이미지 만들 수 있어”
  • 안명휘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3.07 0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노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지난 2일부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재원 분담금’을 미납한 산부인과 232곳을 대상으로 징수를 시작했다.

분담금을 부담하는 산부인과는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에 한 한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이란 보건의료인이 의료행위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에 대해 최고 3000만원 범위에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회원 공동명의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등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왜 이 제도에 반발하는지 7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불가항력 보상제도’가 소모적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관련 의료인들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는 제도라고 자평한다.

물론 부득이하게 분만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중재원의 불가항력 보상제도를 통해 소송으로 진행되지 않고 마무리되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고 3000만원 범위 내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 자체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신생아에게 뇌성마비와 같은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 경우 소송으로 진행되면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할 보상금이 5~6억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상금 2~3천만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해결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제도에 의사들이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입장이다.

#.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2일부터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 미납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징수를 시작했다. 산부인과의사회의 입장을 알려 달라.

현재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는 대로 헌법소원도 제기할 방침이다. 산부인과의사회의 공식 입장은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이 마무리 될 때까지 회원들이 재원 분담금을 내지 말자는 것이다. 현재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법적으로 제지를 할 수 있거나 징수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건복지부도 과거 분담금 징수를 강제하거나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중재원이 독촉장을 보내는 등 분담금 징수에 나선 이유는 감사원 감사에서 법 시행 2년이 지나도록 왜 분담금 징수를 하지 않느냐고 지적을 받아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분담금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중재원 중재절차에 들어가는 경우라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분담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과 관련해 의사회 차원에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소송 내용과 경위를 설명해 달라.

과거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낸 적이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에서는 관련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다시 헌법소원에 대해 고려해 보라며 소송을 각하했다. 또 헌법소원을 진행하기 위해 행정소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해 산부인과의사회가 지난해 말 분담금을 낸 산부인과 의사들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행정소송을 먼저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2차로 헌법소원을 진행할 수 있을지 경과를 지켜볼 계획이다. 소송에 들어가기에 앞서 산모 약 7천여 명에게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 분담금’이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부당한 처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받았다. 

#.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에 대해 더 할 말이 있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이라고 하는 것이 정부입장에서는 의사에게 과실이 없더라도 산모가 사망하거나 신생아에게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는 등 부득이하게 발생한 피해에 대해 의료계와 국민 모두를 돕기 위한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들이 뭔가 잘못한 것이 있기 때문에 미리 보상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위한 분담금을 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다.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 대해 의료진이 선의로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분만실을 운영하는 산부인과 수를 줄어들게 만드는 형국이다. 의료사고 조정․중재 제도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산부인과 의사들에 대해 오해할만한 측면이 다수 있어 이에 대해 관계기관과 부처 그리고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간의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계속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5일 ‘산부인과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 분담금’ 미납자 232명에 대한 징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미납 징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 46조와 이 법 시행령 제 21조에 따른 것으로 이번 징수는 지난해 분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보건의료기관개설자 232명을 대상으로 한다.

중재원 측에 따르면 분만사고의 경우 조정개시율이 61.5%로 모든 진료과목중 가장 높고 지난해 평균 중재원 평균 조정개시율인 45.7%보다 16%나 높다. 조정성립률도 높은 편이다. 지난 2012~2014년 분만사고 조정성립률은 94.6%로 다른 진료과목의 조정성립률 89.3%보다 5% 이상 높다.

지난 2013년 4월 불가항력 보상제도 시행이후 총 8건의 분만사건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5건이 각각 3000만원, 1건이 2000만원 보상을 받았다.

중재원 측은 “불가항력 보상제도는 분만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사고가 발생되었음에도 이로 인한 피해 보상을 구하는 상대방에게 보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관례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제도”라며 “소모적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관련 의료인들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었다는 면에서 이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