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위험성이 과소평가 되고 있다. 음주는 민간주도 영역이 될 수 없다. 음주에 대한 종합적인 규제정책이 필요하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이 2004~2013년 간이식을 받은 환자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4년 말 알코올성 간질환 비중이 전체 간이식 원인의 2.6%를 차지하던 데서 2013년 말 15.1%로 6배나 증가했다. 반면, B형간염에 의한 간이식 비중은 75%에서 60.3%로 떨어졌다.
알코올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의 간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간 전문의들은 우리나라의 관대한 음주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알코올성 간질환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한다.
대한간학회 김동준 정책이사는 “우리나라는 술 소비량이 매우 높고 청소년 음주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음주 정책은 ‘중독’에 대한 정책의 틀에 갇혀 있다. ‘4대 중독’에 묶여 알코올에 대한 정책은 전혀 없다”며 “가격 정책이나 광고-판매 규제 정책 등 적절한 정책으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러시아, 동유럽 등과 같이 음주소비량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또 청소년층의 음주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19세부터 39세까지 음주율은 전체의 63~66%에 달한다.
그러나 금주 정책은 금연정책에 항상 밀려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컨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담배정책은 1900건이 검색되는 반면, 금주정책은 300여건에 불과하다.
음주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는 것이 김 이사의 설명이다. B형간염은 1.4명이 사망할 때마다, C형간염은 4.9명이 사망할 때마다 관련 논문이 한 편씩 발표되지만, 술은 358명이 죽을 때까지 논문 한 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빅파마의 스폰이 없기 때문”이라며 “국가에서 연구비를 지원해 조사를 시켜야 논문이 나올 수 있다. 학회에 책임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에 NIAAA와 같은 알콜 전문 기관을 만들거나 복지부내 금주 부서를 만들면 10년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말기 비대상성 간경화 환자 난치성 질환 산정특례 받아야”
그는 “B형간염 예방백신 등과 달리 말기 비대상성 간경화 환자에 대한 보험정책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비대상성 간경화환자의 5년 생존률은 25%에 불과하다. 반면, 투석을 계속 받아야 하는 말기 신장병 환자들의 5년 생존률은 45%이다. 신부전 환자들보다도 사망률이 훨씬 높은 것이다.
김 이사는 “비대상성 간경화 환자는 3~4만명 정도 되는데, 이는 4만5000명에 이르는 말기 신부전 환자보다 적다. 보험에서 지출하는 진료비는 말기 신부전이 1조, 비대상성 간경변이 740억원으로 차이가 크다”며, “불합리한 보험정책”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말기 비대상성 간경화는 난치성 질환인데도 보험정책이 잘 안돼 있다”며 “난치성 질환으로 산정특례를 해야 한다. 간경변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 C형간염의 치료가 잘돼 말기 간경변 환자의 수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사회가 이러한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자가면역, 궤양성 대장염 등 중증질환 산정특례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간경화는 이런 환자들보다 질병부담이 크고 입원비율이 높은데도 산정특례가 안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