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에 학계 인사가 합류했다.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산하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TFT는 임병묵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7일 밤부터 단식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정경진 경기도한의사회장, 안철호 전북한의사회장, 박종준 전남한의사회장 등의 단식에 이은 것이다.
임 교수는 성명에서 “위상이 높아지길 바라는 한의사의 열망은 경쟁이 될 제품과 돌팔이를 척결하는 네거티브 전술만으로 실현될 수 없다”며 “한의학에 대한 국민대중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다양한 건강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대중의 지지를 받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이야말로 한의학과 한의사가 국민 대중의 건강 파수꾼으로 제 역할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학자적 양심에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을 언급하며 “비록 공약에서는 시범사업을 반대했지만 더 큰 대의와 한의사의 미래를 위해 용단을 내려달라. 시범사업이 올바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한의계와 정부가 적극적인 협의에 나서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성명서 전문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참여를 촉구하는 단식에 들어가며
이십칠년전 저는 한의사가 사회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전혀 모른채, 그저 한의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만으로 한의대생이 되었습니다. 한의학의 바다에 손가락 한마디 담그기도 전인 첫학기부터 저와 급우들은 한방의료보험 전국 확대를 요구하는 선배님들을 따라 수업과 시험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가야했습니다. 한의학의 미래를 고민했던 선배들과 함께 당시 한방의보에 소극적이고 심지어 반감을 가진 기성 한의사들을 설득하러 다니면서 제도권에서 소외받던 한의학과 한의사가 처한 당시의 상황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당시 한의대생들이 그러했듯 그렇게 매년 교실이 아닌 운동장에서, 길거리에서 한의대생으로서 사회화과정을 겪었습니다. 한방의료보험이 불완전하게나마 도입된 이후 한의계는 양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해고, 그런 바탕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유입되면서 제도권 정착을 위한 사회적 투쟁도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제도권의학으로서 한의학의 역할 정립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제도권의 논리와 소통방식을 한의사들도 알아야한다는 생각에서 의료정책을 저의 전공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한의학이 아닌 보건의료 제도와 정책을 공부하고, 의료보험일원화와 의약분업과 같이 시민사회가 주도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변혁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때론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한의학의 제도권의학화는 시민사회로 대표되는 국민대중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고, 국민대중의 지지는 한의학과 한의사가 국민대중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때 가능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진리를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그간의 한의계 대중들의 요구는 정부조직이나 국립연구소와 대학, 공공의료 참여 등과 같은 제도권 의학으로의 위상 강화에 대한 요구에서, 한약과 시술의 독점이라는 전문화의 요구로 변화되었고, 최근에는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에서 보다 나은 한의사의 대우와 위상을 바라는 열망이 그 어느때 보다 높아 보입니다. 이런 한의사의 열망은 경쟁이 될 제품과 돌팔이를 척결하는 네거티브 전술만으로 실현될 수있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에 대한 국민대중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다양한 건강문제를 해결해줌로써 국민대중의 지지와 선택을 이끌어 낼수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은 한의학과 한의사가 국민대중의 건강 파수꾼으로 제 역할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학자적 양심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런 소중한 기회가 한의계 내의 갈등으로 인해 사그라들 위험에 처한 이 상황을 보는 것은 보건의료 정책 연구자이자 미래 한의사 양성의 책임을 진 교수된 자의 입장에서 견딜 수 없는 괴로움입니다. 지금에라도 시범사업을 올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한의계 제 부문은 협력해서 지혜를 모아 주시기 간곡히 바라마지 않습니다. 특히 한의계의 대표이신 김필건회장님께서는 비록 공약으로 시범사업을 반대하셨지만 더 큰 대의와 한의사의 미래를 위해 용단을 내려 주십시오.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이 올바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한의계와 정부가 적극적인 협의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며, 아울러 한의사와 한의학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의 지지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13. 8. 7.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임병묵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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