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여자를 찾지 못해 애태우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가 어린 자녀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받아 새 삶을 찾았다.
국립암센터 혈액종양클리닉 조혈모세포이식실은 지난해 7월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 문모(41·남)씨에게 유전자가 반만 일치하는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이란 공여자와 환자의 조직적합성항원(유전자)이 반만 일치하는 상태에서 치료를 시행하는 방법으로, 완전 일치 공여자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성공률이 낮다.
15년 전 재생불량성빈혈 진단을 받은 문씨의 경우, 면역억제 등의 치료에 반응이 없는데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위한 공여자도 구하지 못해 수혈 등의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유지해 왔다. 이에 병원측은 문씨에게 중학생 딸이 가족 간의 반일치 공여자로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식을 권유했으나, 문씨는 차마 어린 자녀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어 수개월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소식을 들은 15세 중학생 딸이 “아빠를 위해 무섭지만 해 보겠다”며 적극 나서 지난해 7월 여름방학 기간에 맞춰 이식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치료성과가 좋지 않아 권장되지 않던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이 최근 이식 기술의 발달로 점차 성적이 좋아지고 있으며, 부모, 자식, 형제 누구나 공여자가 될 수 있어 공여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엄현석 국립암센터 조혈모세포이식실장은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에서 (반일치 이식은) 시행 빈도도 낮고 성공률도 높지 않다”며 “이번 고난이도 반일치 이식의 성공은 조혈모세포이식 수준이 한 단계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쾌거”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