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팔리거나 처방되는 약의 반 이상이 쓸모 없는 약이라는 지적이 프랑스 의료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 약물의 상당수는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어 보건당국이 어떤 조치를 내릴지 주목된다.
파리 소재 네커병원 필립 에방 전 병원장(의학박사)과 프랑스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베르나르 드브레 의원은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프랑스 내 처방약의 50% 이상은 전혀 쓸모가 없는 약이며, 5% 정도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약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방 박사와 드브레 의원은 프랑스내 의료관련 최고 권위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 “제약사 압력으로 필요없는 약 처방” … “5%는 약 아닌 독”
이들은 “제약사들의 압력으로 필요 없는 약들이 처방되고 있으며, 그 부담은 전적으로 프랑스 납세자들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공동집필한 책 '4000가지의 유용하거나 유용하지 않은, 또는 위험한 약물'에서도 “4000여종의 위험하고 쓸모 없는 약들을 처방하는데 프랑스 정부가 매년 100억 유로를 사용하고 있다”며 “쓸모 없다고 판명 난 약들도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세계 5위 규모의 약 소비국가로, 평균적인 프랑스 국민은 처방 여부에 상관없이 매년 47종의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프랑스 GDP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 중 77%를 프랑스 건강보험이 부담한다.
◆ FDA 블랙박스 경고 받은 GSK 약물 또 파문
이들 전문가에 의해 가장 먼저 타깃이 된 약품은 GSK의 ‘자이반’(bupropion)으로, 한 때 '기적을 낳는' 금연약으로 각광받았던 제품이다. 자이반은 국내에서 ‘웰부트린’(성분명 부프로피온)이라는 상품명으로 팔리고 있는데, 미국 FDA는 지난 2009년 GSK의 ‘자이반’에 대해 자살시도 등 정신계 부작용을 이유로 블랙박스 경고를 내린 바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문제의 약물이 아직도 처방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며 “폐색전증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3세대 피임약'에 대해서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성생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GSK의 파킨슨병 치료제 ‘리큅’(Ropinirole)도 아직 퇴출되지 않고 '심사진행중' 인 것으로 지적됐다.
프랑스 제약협회(LEEM)는 이 책에 대해 “환자에게 안정감을 앗아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확하지 않고 제대로 된 근거가 없는 책이다.” 크리스티앵 라주 제약협회장의 말이다.
저자들이 꼽은 58개 위험한 약 리스트 중 대표적인 제품은 GSK의 ‘자이반’을 비롯, 사노피 ‘티클리드(Ticlopidine)’, 노바티스 ‘가브스(Vildagliptin)’, MSD ‘자누비아(Sitabliptin)’, 얀센 ‘콘서타(Methylphenidate)’, 화이자 ‘챔픽스’(Varenicline), 로슈 ‘아바스틴(Bevacizumab)’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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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