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칠십 대 후반의 할머니가 상담을 오신 적이 있었다. 증상은 무모증이였다.
할머니 말씀은 “나 아들 뻘 되는 젊은 의사에게 말하기 쑥스럽지만 음모가 없어서…” 왜 지금 연세에 무모증으로 모발이식을 하려고 하시냐 여쭤보니, 나중에 죽어서 염(시신을 수의로 갈아입힌 다음, 베나 이불 따위로 싸는 것)할 때 자손들이 알아버리면 죽어서도 창피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
여름에 비키니 입으려고 제모까지 하는 마당에 요즘에는 무모증으로 스트레스 받는 여성들이 거의 없을 듯 한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무모증에 대한 안 좋은 속설이 있어서 그런지 연세드신 분 들은 무모증 고민을 많이들 하셨던 것 같다.
조선시대 유교사상 때문에 이런 속설이 만들어 진 듯 한데 서양 등 다른 나라에서는 오히려 무모증을 좋게 생각하기도 하니 단지 잘못 전해오는 속설로 쓸데없는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무모증은 왜 생기는 것일 까? 후천적인 원인들도 있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유전이다. 통계에 따르면 남성들에게 유전되는 대머리 처럼 여성에게는 무모증이 유전으로 나타나는데 무모증이 있는 여성의 50프로 정도는 가족이나 친척 중에 같은 증상을 지닌 여성이 있다고 한다.
필자가 컬럼을 쓰면서 더 많은 자료를 찾아 보려 하였으나 의학적으로 자세한 논문은 확인하기 힘들었다. 최근에는 모발이식등 외적으로 보이는 다른 연구할 것도 많으니 무모증에 대해서는 차후 더 살펴 보기로 하자.
아무튼 어떠한 원인의 무모증이든 간에 최선의 치료는 두피의 모발을 이용해 음모를 만들어 주는 것인데 환자가 원한다고 무작정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왜 음모이식을 원하는지 먼저 충분한 상담이 이루어 진 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잘못된 속설로 괜한 시간과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