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교수들 “중환자·응급환자 치료 현장 급격히 붕괴 중”
연세대 의대 교수들 “중환자·응급환자 치료 현장 급격히 붕괴 중”
“학생과 전공의 없는 대학과 병원에 있을 이유 없어”

“현장 떠난 전공의들, 미국 등 선진국 이직 준비 중”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4.03.22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 과목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근무를 중단한 19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사진=헬스코리아뉴스] (2024.02.19)

[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 대국민 호소문을 냈다.

교수들은 22일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라는 참담한 의료 정책에 큰 실망과 우려”를 표했다.

교수들은 “정부의 졸속 정책에 대한 최후의 항변으로 택한 전공의들의 사직 상황이 길어지고 있고, 의대 학생들의 휴학 또한 늘고 있다”며, 국민들을 향해 “이들에 대한 일방적인 분노와 질타는 거두어 달라”고 호소했다.

교수들은 그 이유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는 국민들이 의사를 비판을 하더라도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현실과 전공의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알고 해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판하더라도 의료계 상황 알고 해달라”

비위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6년의 의대를 졸업하고 1주일에 80시간, 36시간 연속 5년간 근무하는 혹독한 수련의 길을 통해 의사로 거듭난다. 무려 11년이다. 이들은 그 길을 스스로 택했을 뿐아니라, 의학의 숙련과 환자 진료를 위해 정성을 쏟아온 미래 한국 의료를 이끌어갈 인재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정부가 제시한 정책이 실행되면,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의료가 빠르게 침몰하고,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의학의 길을 걷는 양심에 충실하고자 최후의 저항을 택했다는 것이 교수들의 설명이다. 교수들은 “명확히 예견되는 암울한 의료환경 속에 환자를 지켜야 할 자신들의 미래에 자괴감을 느끼고 눈물 속에 전공수련을 중단하고 사직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20일 2000명 의대 정원 증원배정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리며 상황을 더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교수들의 판단이다.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전경.
전공의들이 떠난 전국 주요 대학병원이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최근 전경.

교수들은 “국민들이 겪는 불편의 원인을 오롯이 의료계로 전가하고, 사직한 전공의들을 범죄자 대하듯 대하며 각종 행정 명령을 남발하고, 면허 정지나 법정 최고형 등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이제 전공의와 학생들이 떠나온 자리로 돌아올 길은 요원해졌고 일말의 희망을 걸고 기다려 온 길을 정부가 막아버린 것”이라고 개탄했다.

특히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대학과 병원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 진행될 교수의 사직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를 넘어 시간이 가면서 탈진하는 교수진들이 더 이상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볼 여력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안 발표만으로도 이미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필수의료분야 현장은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지속 되면 머지않아 필수 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만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폭발적 의사 증가 → 의료비 폭등” 

교수들은 이렇게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지고 나면 앞으로 닦칠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폭발적으로 배출된 의사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기가 되면 의료비 폭증이 현실로 나타나고 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교수들은 “의대 교육은 오랜 기간 실습 위주의 도제식의사양성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며, “정부의 무모한 증원안은 1년 내로 많게는 몇 배씩 증원된 학생을 교육시키라는 주장이며 이는 의대교육의 본질조차 모르는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당연히 의학 교육의 질은 급속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설명이다.

교수들은 “의사는 오랜 시간 전문지식을 습득해서 배출되는 전문가”라며, “교육과 진료를 담당하는 현장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막은 채 폭력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의사가 무작정 배출될 수는 없다”고 윤석열 정부를 성토했다.

교수들은 특히 “현 상황이 장기화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많은 전공의들이 부득이 자신들의 미래를 미국과 같이 여건이 좋은 의료선진국에서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현실화 되면 설령 앞으로 어떤 정책을 재정비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필수 의료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아래는 호소문 전문이다.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호소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현재 의료계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2,000명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라는 참담한 의료 정책에 큰 실망과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부의 졸속 정책에 대한 최후의 항변으로 택한 전공의들의 사직 상황이 길어지고 있고, 의대 학생들의 휴학 또한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일방적인 분노와 질타는 제발 거두어 주십시오.

전공의들은 1주일에 80시간, 36시간 연속 근무하는 혹독한 수련의 길을 스스로 택하고 감내하며 의학의 숙련과 환자 진료를 위해 정성을 쏟아온 미래 한국 의료를 이끌어갈 인재들입니다. 이들은 정부가 제시한 정책이 실행되면,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의료가 빠르게 침몰하고,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의학의 길을 걷는 양심에 충실하고자 최후의 저항을 택한 것입니다. 또한, 명확히 예견되는 암울한 의료환경 속에 환자를 지켜야 할 자신들의 미래에 자괴감을 느끼고 눈물 속에 전공수련을 중단하고 사직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20일 2,000명 의대 정원 증원배정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리며 상황을 더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들이 겪는 불편의 원인을 오롯이 의료계로 전가하고, 사직한 전공의들을 범죄자 대하듯 대하며 각종 행정 명령을 남발하고, 면허 정지나 법정 최고형 등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공의와 학생들이 떠나온 자리로 돌아올 길은 요원해졌습니다. 일말의 희망을 걸고 기다려 온 길을 정부가 막아버린 것입니다.

우리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대학과 병원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진행될 교수의 사직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를 넘어 시간이 가면서 탈진하는 교수진들이 더 이상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볼 여력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안 발표만으로도 이미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필수의료분야 현장은 급격히 붕괴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이 지속 되면 머지않아 필수 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만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폭발적으로 배출된 의사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기가 되면 의료비 폭증도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피해 상황은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해야 합니다.

의대 교육은 오랜 기간 실습 위주의 도제식의사양성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정부의 무모한 증원안은 1년 내로 많게는 몇 배씩 증원된 학생을 교육시키라는 주장이며 이는 의대교육의 본질조차 모르는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당연히 의학 교육의 질은 급속히 저하될 것입니다. 의사는 오랜 시간 전문지식을 습득해서 배출되는 전문가입니다. 교육과 진료를 담당하는 현장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막은 채 폭력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의사가 무작정 배출될 수는 없습니다. 교수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전문가 소리에 경청하고, 전공의,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 상황이 장기화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많은 전공의들이 부득이 자신들의 미래를 미국과 같이 여건이 좋은 의료선진국에서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현실화 되면 설령 앞으로 어떤 정책을 재정비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필수 의료는 회생이 불가능합니다.

사직한 전공의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돌아와 대한민국 의료가 급속히 추락하지 않도록, 그리고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및 그 배정안을 철회하고 대화의 장을 열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지혜를 모아 도와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4년 3월 22일 (금)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