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가 심혈관계 질환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이 분야에서 앞서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8일(현지 시간), 비만 또는 과체중인 심혈관계 질환 성인 환자의 심혈관 사망, 심장마비 및 뇌졸중 위험을 감소시키는 치료제로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확대 허가했다.
이번 허가는 노보 노디스크 측이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SELECT)의 결과를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은 당뇨병 병력이 없는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 1만 7604명을 대상으로 ‘위고비’의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것이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5년 동안 ‘위고비’와 위약을 무작위로 투약한 결과, ‘위고비’ 투약군은 심장마비,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계 이상 사건의 위험이 대조군 대비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심장마비 위험은 28%, 뇌졸중 위험은 7% 감소했다.
추가적인 이점으로, ‘위고비’ 투약군의 체중은 9.39% 감소한 반면, 대조군의 체중은 1% 미만에 그쳤다.
릴리 및 한미약품도 심혈관계 적응증 확대 나서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과 같은 펩타이드-1) 작용제로,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다. GLP-1 작용제는 이러한 GLP-1의 작용을 모방하는 기전이다.
‘위고비’와 같은 GLP-1 작용제는 현재 비만 치료제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최근 GLP-1 호르몬이 혈관 내피 세피에도 존재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심혈관계 치료제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심혈관계 질환에서 GLP-1 작용제의 명확한 작용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GLP-1 작용제는 혈관 내피 세포에 있는 GLP-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혈관 기능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이때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되도록 기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GLP-1 작용제의 적응증을 비만 치료제에 이어 심혈관계 질환까지 확대하는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미국 릴리(Eli Lilly and Company)다. 이 회사는 심혈관계 질환에서 자사의 GLP-1 작용제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 제품명: 마운자로 및 젭바운드)를 평가하는 임상 시험(시험명: SURPASS-CVOT)을 실시하고 있다.
릴리 측에 따르면, ‘터제파타이드’는 해당 임상에서 시험 참여자의 혈압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한미약품의 GLP-1 작용제 ‘에페글레나타이드’ 또한 관련 임상 3상(시험명: AMPLITUDE-O)에서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산 신약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해당 임상 시험은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심혈관계 질환 병력 또는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이 있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것이었다.
시험 참여자들은 1:1:1 무작위 비율로 1주 1회 ‘에페글레나타이드’ 4mg 및 6mg과 위약을 투여받았다. 시험의 1차 평가변수는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율이었다.
그 결과, 1.81년의 추적 관찰 기준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군의 MACE 발생율은 7%에 불과한 반면, 대조군은 9.2%였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도 효과적인 점을 입증한 것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GLP-1 작용제다. 당초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지만, 최근 비만 치료제 및 다른 영역으로도 적응증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 시장은 472억 달러(한화 약 62조 원)에 달했으며, 오는 2026년에는 639억 달러(한화 약 84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