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협 “환자 옆에 남겠다는 의사 블랙리스트 사태에 분노”
인의협 “환자 옆에 남겠다는 의사 블랙리스트 사태에 분노”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4.03.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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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은 8일, 젊은 의사들의 최대 인터넷 플랫폼 메디스태프 익명게시판에 전공의 파업 불참자 리스트가 '참의사 목록'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되어 배포된 것과 관련, “환자 옆에 남겠다는 의사 블랙리스트 사태에 분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의협은 “이 리스트는 이번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인턴과 전공의들을 전국 병원과 각 과별로 나열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매우 심각한 의료윤리 위반이고 피해자에게는 매우 심각한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아래는 인의협의 8일 성명서 전문이다. 

환자 옆에 남겠다는 의사 블랙리스트 사태에 분노한다.

집단내 괴롭힘과 따돌림을 방관하고 부추기는 의사 사회에 변화가 절실하다. 

젊은 의사들의 최대 인터넷 플랫폼 메디스태프 익명게시판에 이번 전공의 파업 불참자 리스트가 <참의사> 목록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되어 배포되었다. 이 리스트는 이번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인턴과 전공의들을 전국 병원과 각 과별로 나열하고 있다. 명단 중 일부는 이름을 한 글자만 가려 적시하기까지 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수련의들의 숫자가 적은데 개인 정보가 상세히 덧붙여져, 사실상 개개인의 구체 적 신상까지 확인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시판에는 파업 불참자 전임의 리스트도 게시된 바 있다. 우리는 이러한 집단 내 괴롭힘이라는 명백한 사이버 범죄행위가 의사들의 게시판에서 벌어지고,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으며, 오히려 조롱이나 ‘이름을 공개하라’는 부추김이 수많은 댓글로 달리는 이 상황을 개탄하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첫째, 이러한 행위는 심각한 의료윤리 위반이다.

세계의사협회 제네바 선언, 국제의사윤리강령 등에서는 의사는 동료를 존중하고 존 엄하게 대해야 하고, 경멸적인 언어, 모욕적인 농담 또는 동료의 직업적 위상을 훼손 하는 모든 형태의 행동을 피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사 사이의 괴롭힘은 괴롭힘을 당하는 의사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환자, 의료팀, 조직 및 그 가족에게도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행위는 의료인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태이기도 하다. 의사는 집단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를 치료해야 할 주체다. 하물며 동료 의사들에게 까지 명백한 집단 폭력행위를 저지르고 이것이 방관되고 부추겨지는 문화에 익숙한 의사들에게, 어떻게 같은 사회의 시민들이 자신의 몸을 믿고 맡기겠는가. 특히 이번 리스트는 환자 옆에 남아있겠다는 의사들을 괴롭히겠다는 것이므로 더욱 심각하다. 다른 직역보다 보다 높은 윤리의식을 갖출 것을 요구받는 의사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참담함을 느낀다. 이에 가담하고 방조한 사람들 은 부끄러움을 마땅히 느껴야 한다. 

둘째, 집단 따돌림은 좁은 의사사회에서는 피해자에게 매우 심각한 폭력이다.

의사 사회는 구성원들이 평생 직간접적인 교류를 하게 되는 매우 폐쇄적 집단이다. 특정 전문과목 내로 범위를 좁히면 그 사회는 더욱 좁아진다. 이런 폐쇄적 의사 사회 내에서 다수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 행위는 평생에 걸친 트라우마를 남긴다. 의사 집단 내의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은 직장을 옮기면 조금이나마 해결되는 다른 직장 내 괴롭힘보다 심각한 성격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뜻 이다. 이러한 사실을 다른 집단보다 더 잘 알아야 하는 의사들이 이런 괴롭힘을 아무 렇지 않게 자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행위는 윤리적 문제를 넘어 범죄 행위다.  

이러한 일은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해 일어났던 의사파업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누가회와 인의협 의사들에 대한 명단 강제 공개, 사이버 공간 에서의 탈퇴 강요, 언어폭력 등이 있었고, 그 피해자들 중 일부는 아직도 그때의 일 로 고통받고 있다. 똑같은 일이 2020년 파업 때의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발생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무런 반성 없이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고 의사 사회 내에 아무도 이에 대한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절망케 한다. 특히 우리는 이러한 일들이 젊은 전공의 및 전임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암담함을 느낀다. 환자 옆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린 의사들을 집단 따돌림시키고 조리돌림하는 문화를 청산하지 않는 이상 한국의 의사들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집단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의사 사회가 사회적으로 존경 이전에 최소한 존중 받는 집단으로 거듭 나기를 바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사법적인 수단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4. 03. 08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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