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으로 복용하는 면역관문 억제제 시대 올까?
알약으로 복용하는 면역관문 억제제 시대 올까?
면역관문 억제제, 주사로만 투약 가능

현재 경구용 면역관문 억제제 개발 중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4.02.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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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글로블린 주사 인젝션 수액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면역관문 억제제는 항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지만, 불편한 투약 방법은 환자의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약으로 복용할 수 있는 면역관문 억제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인체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T세포와 같은 면역 체계가 활성화된다. 염증 반응으로 열이 나는 것도 인체의 면역 작용에 기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염증 반응이 과하게 일어나면 면역 체계가 신체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 야기된다. 이에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단백질(CTLA-4, PD-1), 일명 면역관문을 통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조절해야 한다.

또다른 문제는 암세포의 경우 면역관문 단백질의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면역 체계의 공격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이때 면역관문 억제제는 면역관문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하여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작용 기전이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기존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이라 1세대 화학항암제의 세포 독성 부작용이 없다. 2세대 표적항암제가 암종에 따라 쓰임새가 제한되는 반면,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의 종류와 관계 없이 효과를 보인다. 이로 인해 면역관문 억제제는 표준 항암 요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적인 면역관문 억제제는 ▲미국 MSD의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BMS의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nivolumab) ▲스위스 로슈(Roche)의 ‘티센트릭’(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이 있다. 이들 약물 모두 기존 항암제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 지위를 누리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2년을 기준으로, ‘티센트릭’은 39억 달러(한화 약 5조 2500억 원), ‘옵디보’는 82억 달러(한화 약 10조 9000억), ‘키트루다’는 209억 달러(한화 약 27조 2600억 원)의 매출을 거두었다. 항암제 매출 순위는 각각 순서대로 11위, 4위, 1위였다.

이러한 면역관문 억제제도 단점이 있는데, 정맥주사 방식으로 인해 환자의 투약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맥주사는 투약하는데 약 30분에서 최대 2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 바로 피하주사제형 면역관문 억제제다. 피하주사는 피하 조직에 바로 투약함으로, 통증이 덜하고 대부분 3~10분 이내에 투약을 완료할 수 있다.

최근 피하주사제형 면역관문 억제제가 규제 당국의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올해 1월, 로슈의 면역관문 억제제 ‘티센트릭’의 피하주사제형을 허가했다.

다만, 피하주사제형 역시 주사제인 만큼, 바늘에 대한 공포를 없애지는 못한다. 또한 상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반드시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 2차 감염의 우려가 있으며, 의료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약물을 복용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경구용 면역관문 억제제 개발에 나선 이유다.

 

알약 손

경구제는 보통 저분자 합성 의약품으로, 면역관문 억제제의 기반이 되는 항체 약물과 작용 기전이 상이하다. 저분자 합성 의약품과 항체 약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타깃에 대한 특이성이다.

항체 약물은 크고 복잡한 구조를 지닌 만큼, 특정 단백질이나 세포에 높은 특이성을 가진다. 반면, 저분자 합성 의약품은 약물 구조가 좀 더 작아 다양한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지만, 타깃 세포에 대한 특이성은 떨어진다.

 

미국 큐리스, 경구용 면역관문억제제 ‘CA-170’ 개발 중

업계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기존의 면역관문 억제제처럼 면역관문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표적하는 기전이 아닌, 단백질의 신호전달 경로에 작용할 수 있는 저분자 합성 경구용 면역관문 억제제 개발에 나섰다. 대표적인 약물은 ▲미국 큐리스(Curis)의 ‘CA-170’다.

‘CA-170’은 경구로 투약되는 약물이다. 기존의 면역관문 억제제는 PD-1(면역 세포의 활성을 억제)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PD-1와 PD-L1(면역 세포의 활성을 조절)의 결합을 차단하는 기전이지만, 이 약물은 PD-L1의 신호 전달 경로에 개입하여 PD-1·PD-L1의 결합을 저해한다.

큐리스 측은 현재 여러 유형의 암종에서 ‘CA-170’을 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한미약품, 경구용 면역항암제 ‘티부메시르논’ 개발 중

또 다른 유형의 경구용 면역 항암제는 ▲우리나라 한미약품이 미국 랩트 테라퓨틱스(RAPT Therapeutics)로부터 도입한 경구제 ‘티부메시르논’(tivumecirnon, FLX475)이다. 이 약물은 면역을 억제하는 조절T세포(Treg)와 이에 관여하는 단백질 CCR4에 작용하는 기전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CR4은 T세포에 의해 발현되는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케모카인’(Chemokine)이다. T세포 하위 유형 단백질 Th2 및 Treg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알레르기 및 염증 등 인체의 면역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평소에 CCR4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지만, 암이 발생하면 과발현된다. 과발현된 CCR4은 면역관문 단백질과 유사하게 체내 면역 세포를 억제하는 Treg의 작용기전에 과도하게 관여하여 결과적으로 Treg의 활성을 유도, 암을 증식시키거나 다른 조직으로 침투하도록 한다.

여기서 ‘티부메시르논’은 CCR4의 과발현을 억제하여 Treg의 활성 또한 저해, 암세포의 성장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엄밀히 말해 ‘티부메시르논’은 경구용 면역관문 억제제가 아니지만, 면역관문 단백질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Treg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약물은 기존의 주사형 CCR4 길항제 대비 부작용이 적어 약효는 물론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독 투여는 물론, 기존 면역 항암제와 기전이 다른 만큼 병용투여에 대한 시너지 기대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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