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약물시장 분석] 헬스코리아뉴스는 코로나 등 감염병 확산을 계기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국내외 약물개발 현황 및 관련 기업들의 동향을 비중 있게 취재하고 있습니다. 본 뉴스가 독자 여러분의 건강관리와 투자 판단 등에 좋은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중국에서 자체 개발된 PD-1 면역관문 억제제 ‘록토르지’(Loqtorzi, 성분명: 토리팔리맙·toripalimab)가 미국에서 허가를 취득했다. 중국산 면역 항암제가 미국에서 허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7일(현지 시간), 중국 준시 바이오사이언스(Junshi Biosciences)의 ‘록토르지’를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 적응증은 ▲재발성 또는 전이성 비인두암(NPC) 환자의 2차 치료제로서 단독요법 ▲전이성 또는 국소 진행성 비인두암(NPC)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시스플라틴 및 젬시타빈과의 병용요법이다.
앞서 FDA는 ▲중국 베이진(BeiGene)의 BTK 억제제 ‘브루킨사’(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zanubrutinib) ▲중국 레전드 바이오텍(Legend Biotech)의 CAR-T 세포 치료제 ‘카빅티’(Carvykti, 성분명: 실타캅타진 오토류셀·ciltacabtagene autoleucel)를 허가한 바 있다. ‘록토르지’까지 포함하면, FDA 허가를 받은 중국산 항암제는 총 3개로 늘어났다.
이번 허가는 2건의 임상 3상 시험(시험명: JUPITER-02 및 Polaris-02)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JUPITER-02 연구는 1차 치료 차수에서 ‘록토르지’+시스플라틴·젬시타빈 병용요법, ▲Polaris-02 연구는 2차 치료 차수에서 ‘록토르지’ 단독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록토르지’는 두 시험에 걸쳐 투약군의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대조군 대비 48% 감소시켰다. 객관적 반응률과 반응지속기간 또한 대조군 대비 임상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JUPITER-02 및 Polaris-02 연구는 미국에서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JUPITER-02 연구에 모집된 환자의 국적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였고, Polaris-02 연구는 중국 환자로만 구성됐다. FDA가 미국 비실시 임상 시험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같은 조치는 다소 이례적이다.
‘록토르지’는 PD-L1 및 PD-L2와 PD-1 상호작용을 차단하여 면역 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PD-1 면역관문 억제제다. 중국에서는 ‘투오이’(Tuoyi)라는 제품명으로 흑색종, 비인두암, 요로상피암 등 4개의 적응증을 확보했다.
준시 바이오는 지난 2021년 2월, 최대 11억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미국 코히러스 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에 ‘록토르지’의 북미 지역 개발 및 판권을 양도한 바 있다. 코히러스는 2024년 1분기에 ‘록토르지’를 미국에서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록토르지’의 임상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1년 11월, ‘록토르지’와 CD137 항체인 ‘ADG106’ 및 CTLA-4 면역관문 억제제 ‘ADG116’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1b상 임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임상은 중국 제약사 아다젠(Adagene)이 주도하는 것이며, 이번에 FDA 허가를 받은 ‘록토르지’의 적응증과는 무관하다. 아울러 아직까지 ‘록토르지’의 국내 특허 등록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록토르지’의 국내 도입 여부는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