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망막 이미지를 이용해 안과 질환, 심장 질환, 파킨슨병 등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도구가 개발됐다.
영국 런던 무어필드 안과병원(Moorfields Eye Hospital) 연구팀은 최근 자기지도학습(Self-Supervised Learning, SSL)을 이용한 새로운 AI 도구인 ‘RET파운드’(Found)를 개발했다. 자기지도학습은 레이블이 지정되지 않은 샘플 데이터에서 학습을 진행하는 기계학습의 한 방법을 말한다.
연구팀은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시키는 것과 유사한 방법을 사용해 RET파운드가 망막 이미지의 누락 부분을 예측해 학습할 수 있게 만들었다.
대규모 언어 모델 훈련은 인간이 생성해 놓은 수많은 기존 텍스트들을 활용해 이전 단어의 맥락에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AI도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다수의 기존 망막 사진들을 활용해 추가된 망막 이미지의 변화가 어떤 신체 상태를 반영하는지 예상해 내는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RET파운드는 소량의 분류된 데이터를 통한 학습만으로도 기존의 다른 AI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100명의 파킨슨병 환자의 망막 이미지와 100명의 정상인의 망막 이미지 데이터만 가지고 학습을 했지만, 특유의 생성형 AI식 예측을 통해 판독의 정확성은 더 높아졌다.
당뇨성 망막병증의 경우도 예측 정확도가 0.822~0.943(1로 가까울 수록 정확함)로 기존 AI모델보다 높았다. 심부전, 뇌졸중, 파킨슨병 등에 대한 예측도 상대적으로 정확했다.
무어필드 안과병원 피어스 키네(Pearse A. Keane) 의사는 “만약 신체의 모든 혈관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혈압과 같은 전신 심혈관 질환이 있다면 망막 이미지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망막은 뇌와 연결된 중추신경계의 말단이다. 망막의 상태를 잘 관찰하면 뇌 신경 조직의 건강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RET파운드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에 적용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A foundation model for generalizable disease detection from retinal images’(망막 영상에서 일반화된 질병 검출을 위한 기초 모델)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게재됐다.
망막(retina)은 여러 층의 막으로 이루어진 눈의 가장 안쪽에 있는 막이다. 여러 신경세포와 광수용기세포를 포함하고 있어서 빛을 감지하고 시각정보를 처리한다. 안구 내로 들어온 빛은 망막의 내층을 지나 망막의 시세포에 감지된다. 시세포는 빛 정보를 다시 전기적 정보로 전환하고 이 정보는 망막 내층의 세포를 통해 시신경을 지나서 뇌로 전달된다. 이러한 과정으로 우리는 사물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