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초반 감지가 어려운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이식형 생체전자 시스템(implantable bioelectronic systems)이 개발됐다. 면역억제제에 대한 개인별 투여 전략 수립 및 효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 종합이식센터 연구팀은 이식된 장기의 거부반응을 실시간으로 장기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이식형 생체전자 시스템을 최근 개발해 국제학술지 Science에 게재했다.
장기 이식은 수혜자의 수명을 상당히 연장할 수 있지만,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의 백혈구 항원 유전자형(leukocyte antigen genotype) 불일치로 인해 이식 거부반응이 발생한다. 장기 이식 이후 생존율은 1년 92.7%, 5년 77.6%, 10년 49.5%로 이식 거부반응이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초기에 거부반응이 발견되면 치료적 개입을 통해 이식된 장기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 이식 거부를 탐지하기 위해 현재의 최적 표준(gold standard)으로 신장 피질 조직의 생검(biopsy)을 시행하지만 출혈, 통증, 감염 및 인접 기관을 손상시킬 수 있는 합병증 유발 등의 위험성 때문에 이식 후 처음 24개월간만 진행되거나 관찰이 필요한 경우 1∼2회 정도 드물게 시행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부반응 시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을 물리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이식형 생체전자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식형 생체전자 센서는 무선 전자장치(모듈)과 이에 연결된 바이오센서로 구성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시행된 4만 건의 장기 이식 중 약 60%가 신장 이식인 것에 따라 연구팀은 신장 이식에 대한 거부반응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쥐 신장 이식 모델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신축성 소재로 만든 생체전자 센서는 가로 0.3㎝, 세로 0.7㎝, 두께 220㎛로 손톱보다 작고 머리카락 정도로 얇은 초박형이다. 복강 내 삽입이 용이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에서 실시간 데이터 수집이 2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센서는 이식된 신장 표면에 장착돼 이식된 장기의 국소 온도와 열전도도를 실시간으로 장기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온도 상승은 염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온도 상승 감지를 통해 이식 거부반응에 대한 조기 경고신호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신장 이식 수혜자의 10~15%에서 이식 후 몇 개월에서 1년 이내에 무증상 거부반응이 발생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식형 생체전자 시스템은 침습적 생검과 비교해 안전하게 수술 회복, 약물의 영향, 일주기 리듬, 운동·활동 및 이식 거부에 대해 장기적인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면역억제제에 대한 개인별 투여 전략 수립 및 면역억제제의 효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이러한 이식형 장치를 인체에 적용하려면 더 큰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안전성과 기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식된 장치에 대한 이물질 반응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장박동기와 같은 이식형 장치는 혈관 섬유증 및 조직 피막화를 유발해 장기간 적용을 제한한다”며 “이같은 장애물을 극복해 이식형 생체전자 시스템이 인체에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환자와 이식된 장기의 모니터링을 위한 기존 바이오마커에 비해 상당한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