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세계 황반변성 치료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아일리아(Eylea, 성분명: 애플리버셉트·aflibercept)’의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에서 탄생했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지난 20일(현지 시간), 인도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Biocon Biologics)의 ‘예사필리(Yesafili, 프로젝트명: MYL-1701P)’를 유럽지역에서 시판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가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전 세계 최초이다.
이에따라 현재 개발을 완료한 시밀러 제품간 글로벌 시장 경쟁도 조만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EC가 부여한 ‘예사필리’의 적응증은 ‘아일리아’와 동일한 황반변성, 황반부종, 맥락막신생혈관 치료제이다. 이번 허가는 유럽 연합의 모든 국가와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에 적용된다.
이번 허가는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가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INSIGHT)의 결과를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은 9개국에서 355명의 시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예사필리’와 ‘아일리아’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평가하는 연구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예사필리’는 ‘아일리아’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치료 8주차에 ‘예사필리’ 투여군과 ‘아일리아’군의 최대 교정시력(ETDRS)은 기준선에 비해 각각 평균 6.60점, 6.56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리아’의 유럽 특허는 오는 2025년 5월에 만료될 예정이다. 따라서 ‘예사필리’는 2025년 5월 이후 본격적인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일리아’ 시밀러 시장 누가 선점하나
‘아일리아’는 항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항체로, 미국 리제네론(Regeneron)과 독일 바이엘(Bayer)이 공동 개발한 약물이다. 황반 주변에 노폐물이 쌓이지 않도록 신생 혈관 생성을 차단하는 기전이며, 일부 경우에는 시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 11월,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3월에 허가를 취득했다.
이 약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블록버스터 안구 질환 치료제이다. 2022년 기준 양사의 ‘아일리아’ 합산 매출액은 96억 달러(한화 약 12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의약품 매출 순위는 7위를 차지했다.
‘아일리아’는 현재 1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핵심 특허이자 복제약의 공습을 방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물질 특허는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2024년, 2025년 만료를 앞두면서 리제네론과 바이엘에게 고심을 안겨주고 있다. 참고로 ‘아일리아’ 미국 특허는 당초 올해 6월 만료 예정있으나 내년 5월까지 연장됐다.
전 세계 제약 업체들은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일리아’ 시장을 겨냥하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현재 개발을 완료하고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는 모두 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 현황>
업체 |
프로젝트명 |
진행 상황 |
① 셀트리온 |
CT-P42 |
FDA 품목 허가신청(2023년 6월) |
② 삼성바이오에피스 |
SB15 |
임상 3상 시험 완료 |
③ 삼천당제약 |
SCD411 |
임상 3상 시험 완료 |
④ 미국 암젠(Amgen) |
ABP938 |
임상 3상 시험 완료 |
⑤ 아이슬란드 알보텍(Avotech) |
AVT06 |
임상 3상 시험 완료 |
⑥ 독일 포르미콘(Formycon) |
FYB203 |
FDA 품목허가 신청(2023년 6월) FDA 품목허가 신청 접수(2023년 8월) 심사기간: 2024년 6월 |
⑦ 스위스 산도즈(Sandoz) |
SOK583A1 |
임상 3상 시험 완료 |
⑧ 인도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Biocon Biologics) |
MYL-1701P(제품명: 예사필리, Yesafili) |
EC 허가 취득 |
이 가운데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시밀러 제품은 우리나라 셀트리온의 ‘CT-P42’와 독일 포르미콘(Formycon)의 ‘FYB203’ 등 2개 뿐이다. 특히, ‘FYB203’은 FDA가 품목허가 신청을 접수하고 심사기한까지 정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최초 승인 타이틀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에서의 최초 승인 타이틀이 중요한 것은 이곳이 바로 세계 최대 시장인데다,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아일리아’의 매출을 살펴보면, 미국 시장에서 62억 달러, 그 외 시장에서 3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 매출이 나머지 지역에 약 2배에 달한다.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의 ‘예사필리’는 이번 EC 허가를 통해 ‘아일리아’의 퍼스트 바이오시밀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나, 정작 중요한 미국 시장의 선점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특허 소송으로 인한 출시일 협상도 시장 선점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애브비(Abbvie)의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adalimumab)’의 경우, 물질 특허는 2016년에 만료됐지만 그 외 제형, 치료법, 제조법에 대한 여러 건의 쪼개기 특허가 유효했던터라, 애브비는 바이오시밀러 업체들과 법정 다툼을 벌이면서 출시일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암젠(Amgen)의 ‘암제비타(Amjevita)’가 가장 먼저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로 출시될 수 있었던 것은 암젠이 다른 경쟁 업체들에 비해 특허 소송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암제비타’는 경쟁 약물보다 6개월 더 빠른 올해 1월 미국에서 출시됐다.
따라서 셀트리온의 미국 시장 선점 여부는 리제네론과의 ‘아일리아’ 특허 소송 관련 협상에서 얼마나 뒷심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셀트리온은 올해 7월, 미국 망막학회(ASRS) 학술대회에서 ‘CT-P42’의 글로벌 임상 3상시험 결과를 최초로 발표, 시장 선점 의욕을 보여주었다.
해당 임상시험은 스페인, 헝가리, 체코 등 총 13개국에서 당뇨병성 황반부종(DM) 환자 34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CT-P42’는 사전에 정의한 동등성 기준인 ±3 글자(letter) 기준을 만족했으며, 2차 평가지표인 유효성, 안전성, 면역원성 평가 등에서도 오리지널 의약품과 유사한 경향성을 확인했다.
셀트리온은 해당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7월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CT-P42’의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으며, 향후 유럽 등 글로벌 주요 국가에 순차적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25일 헬스코리아뉴스에 “누가 먼저 미국 시장에 깃발을 꽂느냐에 따라 시장 선점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선점은 향후 매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