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약국에서 다빈도로 판매되던 클로르족사존 및 아세트아미노펜 복합 성분 일반의약품 근이완제가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효성 입증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인데, 올해에만 품목허가를 보유한 제품 중 절반이 허가를 취하하거나 유효기간 만료로 허가가 취소됐다. 최근에는 클로르족사존 성분 단일제도 자취를 감추고 있어, 사실상 해당 성분 제제들은 시장 퇴출 수순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식약처에 따르면, 클로르족사존 및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복합제 허가 품목은 총 42개로, 이 중 21개 품목이 품목허가를 취하했다. 이 중 제이에스제약의 ‘펜크린정’ 단 한 개 품목만 지난 2020년 허가가 취하됐고, 나머지 20개 품목은 모두 올해 7월 이후 허가가 취하됐다.

유효기간 만료로 허가가 자동으로 취소된 6개 품목을 더하면, 클로르족사존 및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복합제는 절반 이상이 시장에서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클로르족사존 및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복합제 허가 유지를 포기하는 이유는 제약사들이 약물의 유효성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식약처는 앞서 지난해 일부 클로르족사존 및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복합제의 품목 갱신 신청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해외 주요 국가의 경우 동일 성분 및 제형의 허가 제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보건의료단체들에 아세트아미노펜 및 클로르족사존 성분 복합제의 허가사항 유지 필요성(유용성)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그 결과 유효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후 식약처는 제약사들에 관련 품목의 허가 갱신 시 유효성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그러나, 개별 품목들의 매출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유효성 입증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제약사들에는 큰 부담이 됐고, 회사들은 자연스럽게 허가를 취하하거나, 품목허가 갱신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관련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아세트아미노펜 및 클로르족사존 성분 복합제의 연간 총 생산액은 50~60억원대 수준이다. 개별 품목으로 따지면 많아야 3~5억원 정도로, 임상 재평가를 진행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허가가 유지되고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및 클로르족사존 성분 복합제 20개 품목 중 상당수가 올해 품목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돼 갱신이 필요한데, 대부분 유효성 입증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시장 철수 품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트아미노펜 및 클로르족사존 성분 복합제의 허가 취하는 근이완제 성분인 클로르족사존 단일제에도 큰 여파를 미쳤다. 당초 업계는 복합제의 유효성 입증이 부담스러워진 제약사들이 클로르족사존 단일제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상과 달리 단일제 추가 허가 품목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기존 품목의 허가 취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허가를 획득한 클로르족사존 성분 단일제는 시어스제약의 ‘근렉스정’, 일화의 ‘근속프정’, 에이치엘비제약의 ‘릴랙슬정’, 디아이바이오의 ‘속사존정’, 신일제약의 ‘카바몰프로정’, 부광약품의 ‘클로다펜정’, 마더스제약의 ‘풀리겐정’, 한미약품의 ‘한미리렉스정’ 등 총 8개다.

이 중 ‘근렉스정’, ‘릴랙슬정’, ‘카바몰프로정’, ‘클로다펜정’ 등 4개 품목의 허가가 올해 7월 이후 자진 취하됐고, ‘한미리렉스정’의 품목허가는 지난 5월 유효기간 만료로 취소됐다.

나머지 ‘근속프정’, ‘속사존정’, ‘풀리겐정’ 등 3개 품목도 내년과 후년 사이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차후 시장 철수 품목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클로르족사존을 대체할 근이완제 성분은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클로르족사존 복합제뿐 아니라 단일제도 허가 취하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관련 시장 추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클로르족사존·아세트아미노펜 성분 복합제 허가 현황]

[클로르족사존 성분 단일제 허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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