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보령제약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PI3K와 DNA-PK를 동시에 저해하는 혈액암치료제 ‘BR101801’이 고형암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이 연구원 정연경 박사 연구팀은 최근 진행한 연구에서 혈액암 치료제 ‘BR101801’이 다양한 고형암에서 방사선 민감제(용어설명 참조)로서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BR101801은 현재 보령제약에서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치킨성 림프종에서의 항암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임상1상 시험 중이다. 이번 연구는 BR101801의 혈액암 항암효과뿐 아니라 고형암에서의 방사선 치료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보령제약으로부터 민간수탁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용어설명>
①PI3K(포스포이노시타이드 3-키나제)는 세포의 성장·증식·분화를 조절하는 효소이다. 특히 악성종양에 과하게 발현되면 암세포가 증식하거나 전이에 관여하기 때문에 항암제 개발 시 주요 표적인자이다.
②DNA-PK(DNA-의존성 단백질 키나제)는 세포의 DNA 손상을 인지하고 복구하는 효소로, 암세포가 DNA 손상을 받아도 복구시켜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방사선 암치료 시, 암세포는 DNA-PK를 증가시켜 DNA 복구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의 내성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③방사선 민감제는 방사선 암 치료 시, 방사선 치료와 함께 투여함으로서 방사선 치료의 내성 및 부작용을 줄이고, 방사선 치료 효능을 증가시키는 약물이다.
연구팀은 암세포의 주요 성장·조절인자인 PI3K와 DNA-PK가 방사선 치료를 할 때 내성을 일으키는 인자이고, 혈액암 치료제 BR101801이 PI3K와 DNA-PK를 동시에 저해하는 것에 착안하여, 고형암에서 BR101801과 방사선 치료를 병용했을 때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BR101801이 방사선 민감제로 가능성이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 “방사선 함께 쪼였을 때 70% 이상 암세포 증식 억제”
먼저, 대장암, 폐암, 유방암 등 여러 고형암 세포실험 결과, 암세포에 BR101801을 단독 투여했을 때는 암 세포증식억제 효과가 없었지만, 방사선을 함께 쪼였을 때 50∼70% 이상의 암 세포증식억제율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암세포를 이식한 동물실험에서는 BR101801을 단독 투여했을 때 종양억제 효과가 거의 없었으나, 방사선을 함께 쪼였을 때 약 85%의 종양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실험동물 총 7마리 중 2마리는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암 전문학술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캔서 리서치(American Journal of Cancer Research) 2021년 11월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Synergistic radiosensitizing effect of BR101801, a specific DNA-dependent protein kinase inhibitor, in various human solid cancer cells and xenografts’이다.
정연경 박사는 이날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고형암에 특정 약물을 조사했을 때 서너지를 내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에 연구를 진행한) BR101801은 기본적으로 좀 더 특별한 기전의 시너지를 확인했다”며 스스로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러한 시너지가 어떻게 가능한지, 좀 더 자세한 핵심 기전들을 규명하여 국내 방사선 치료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향후 소망을 밝혔다.
말초 T세포 림프종 환자 대상 임상에서 완전관해 확인
한편, 비호지킨성 림프종 치료 신약인 ‘BR101801’(프로젝트명 BR2002)은 말초 T세포 림프종(Peripheral T-Cell Lymphoma, PTCL)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1상 임상시험(1a상)에서 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상태인 ‘완전관해’가 확인됐다.
임상 초기 단계에서부터 매우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된 것인데, 다른 약물로 치료를 받고도 효과가 없거나 재발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얻어낸 결과인 만큼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령제약은 미국 현지시간 이달 13일(한국 시간 14일) 미국혈액학회(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 ASH)에서 ‘BR101801’의 임상 1a상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BR101801’을 투약한 총 9명의 PTCL 환자 중 1명은 ‘완전관해’, 2명은 ‘부분관해’ 상태를 보였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