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한 연구진이 암억제 유전자인 ‘p53’을 조절하는 새로운 후성유전학적 매커니즘을 규명, 신개념 항암제 개발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윤홍덕 교수와 장현철 박사팀의 연구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억제자인 p53은 대다수의 암 발생과정에 관여하며 DNA 손상 복구를 총지휘하는 단백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암세포에서는 그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 p53은 현존하는 유전자 중에서 암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평상시 크로마틴 상에서 p53의 조절 메커니즘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크로마틴이란 DNA가 단백질에 실처럼 감겨있는 복합체를 말한다.
연구결과 DNA 손상 복구를 총지휘하는 불활성화된 p53은 그 손상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유전자 주변 크로마틴 상에 미리 준비되어있고, 그 과정에서 ‘캐빈1 (Cabin1)’이라는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캐빈1’ 에 대한 심화연구를 통해 이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된 생쥐 배아줄기세포(mouse embryonic stem cell)와 암세포를 이용하여 ‘캐빈1’이 크로마틴 상에서 p53 활성 기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캐빈1이 p53 활성기능을 억제하는 것은 이 유전자가 p53의 타깃 유전자 프로모터 위에 p53과 같이 결합하여 주변 크로마틴 구조를 유전자 발현에 부적합하게 바꾸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프로모터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DNA 위치를 말한다.
연구팀은 “캐빈1이 평상시에는 암 억제자 p53과 결합하여 p53의 기능을 억제하지만, DNA 손상 조건에서는 신속하게 분해되어 p53을 자유롭게 풀어줌으로써 오히려 p53의 전사활성 반응을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케빈1’ 이라는 유전자가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p53’의 암억제 기능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윤홍덕 교수는 “이번 연구는 크로마틴 상에서 p53의 후성유전학적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으로, 논문 심사자들로부터 종양억제와 관련된 p53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 받았다”며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후성유전학적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사업 도약연구’와 ‘일반연구자사업 기본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지(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 8월 10일자에 게재됐다.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