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한산부인과 의사회에서 재미있는 설문결과 하나를 내놓았다. 성관계후 임신을 피하기 위해 복용하는 사후 응급피임약에 대한 이야기다.
내용은 이렇다. 최근 서울시내 30개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여성들의 피임약 복용실태를 조사했다고 한다. (물론 회원 산부인과겠지만….)
조사 결과, 우리나라 여성들은 바캉스철과 연말, 월요일 오전 시간대에 응급 피임약을 가장 많이 처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사후 피임약이니까?
또한, 응급 피임약을 주로 처방받는 여성들의 연령대는 20대가 66.7%로 가장 많았고 미혼 여성(80%)이 기혼 여성(6.7%)에 비해 훨씬 많았다. 이 역시 공감이 간다.
그런데 이번 조사를 보면 놀라운 사실 하나가 있다. 여성 10명 중 3명꼴로 응급 피임약을 한번 이상 복용해 보았다고 응답한 대목이다.
이것은 여성들의 사후 피임약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거니와, 개방화된 사회의 성(性) 풍속, 특히 20대 미혼여성들의 성 가치관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기야 “30~40대 주부들 사이에 애인 없는 여자는 바보 취급 받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니, “요즘 처녀性이 어디 있느냐”는 시쳇말을 비꼴 생각도 없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피임 자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사후 피임약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다. 알고 복용하는 것과 맹신에 따른 복용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후 피임약은 성관계 후 얼마나 빨리 복용하느냐에 따라 피임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제약회사나 식약청 등의 허가사항을 보면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는 복용해야 하고, 가급적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사후 응급 피임약은 24시간 이내에 복용했을 때 95%의 피임 효과를 보이나, 25~48시간 사이는 85%, 49~72시간 내에 복용했을 때는 피임효과가 58%로 떨어진다.
만약 성관계 후 72시간이 지났다면 오히려 복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배란기로 추정되는 기간에 피임 없이 성관계 후 주로 응급 피임약을 처방받게 되는데, 사후 피임약 복용이 100% 피임효과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 생리예정일에 생리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5일 이상 기다리지 말고 임신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생리주기가 좀 불규칙한 경우에는 성관계 3 주 후에는 임신 검사를 해보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정호진 이사의 말이다.
사실 많은 여성들이 사후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 이사의 조언은 여성들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 주의할 사항은 사후 응급피임약은 월경 한 주기에 한 번, 그리고 1회 복용은 단 한번의 성관계에 한해 보호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사후 피임약을 반복해 사용하는 것 또는 사후 피임약 복용 이후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피임의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사후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후에 다시 성관계를 가질 때에는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하는데, 호르몬제가 생리를 늦추거나 혹시 임신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콘돔이나 살정제처럼 호르몬제를 포함하지 않는 피임방법을 사용해야 정상적인 생리를 하는지 그 여부를 알 수 있다.
또한 사후 응급 피임약은 첫 복용시 평균 75%의 피임효과가 있지만, 반복해서 복용하면 피임효과가 현저히 감소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응급 피임약은 먹는 피임약의 20~30배에 달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고, 오심, 구토, 두통, 피로, 유방통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상기하자.
참고로 사후 피임약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기사를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기사를 열면 더 풍부한 정보가 담겨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응급피임약 사상 첫 40억원대 눈 앞 ▲ 먹는 피임약, 암까지 발생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