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 의학서적이 우리 나라에서 거래되었다는 최초의 기록은 「일본서기(日本書記)」에 있는데, '고구려 평원왕 3년에 중국 오나라 사람 지총(知聰)이 「내외전(內外典)」, 「약서(藥書)」 등 164권을 가지고 고구려를 거쳐 일본에 귀화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후로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에 이르러 단순한 수입 의학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우리 나라 형편에 맞는 새로운 의학을 정립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으나, 이론적인 면에서는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하였고, 약재와 처방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고려시대 의학을 종합 정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학이론을 정립하여 중국에 견줄 만한 큰 성과를 거두었으니,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동의보감(東醫寶鑑)」이 대표적이다. 그 중 「동의보감」은 중국에서 가장 발달되었다고 할 수 있는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의 이론을 받아들이고, 역대 의서들을 총괄하여 독특한 방식으로 편집되었는데, 이렇게 뛰어나고 보기에 편리한 서적이 일찍이 없었으며, 외국으로 수출되기도 하였다.
이전의 의학이 중국의학을 그대로 답습하였거나 중국 의학 이론의 바탕 위에서 국산 약재나 우리 기술을 사용해 온 데 비하여, 「동의보감」 이후의 의학은 명실상부한 우리 의학, 한의학(韓醫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체성 인식에서 비롯된 자주의식은 책이름에서 보듯이 '동의(東醫 - 즉 조선을 의미)' 라는 뜻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1900년에 완성되어 사람마다 병의 가는 길이 있음을 밝힌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도 그 이론이 독창적이며 새로운 병리를 설명하고 있어서, 우리의 의학이 자주적인 한의학임을 확고히 하고 있다.
한의학(漢醫學)에서 한의학(韓醫學)으로의 명칭 변경은 1986년도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이제 韓醫學으로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