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28일 오후 4시 서울 동부이촌동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동아홀에서 개최된 성분명 처방 토론회(성분명처방, 과연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가 싱겁게 막을 내렸다. 취재진을 제외하면 방청객 몇명과 지정토론자가 자리를 빛냈다.
당초 이날 토론회에는 시민단체 대표로 민영미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전문위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다. 정부(복지부)나 상대 단체인 약사회측 인사도 참석하지 않았다. 의협측은 "민 전문위원은 개인사정으로 불참했고, 복지부와 약사회측은 초청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신성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학술이사(신성내과의원 원장), 노규정 울산의대 임상약리학교실 교수, 박정하 의협 의무이사 등 의협 내부 인사들이 모여 집안잔치를 한 꼴이 됐다.
의협은 이날 토론회가 정치적 목적달성에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제약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성분명처방 저지에 나선 것이라는 비난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의협은 "확증도 없이 불필요한 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식약청과 제약업계가 극구 반대했던 '생동성시험자료 미확보 및 검토불가 품목(567개 복제약)의 명단을 토론회에 앞서 제약회사의 소명자료와 함께 공개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의 글을 덧붙였다.
"국민 건강 보호와 알권리 충족을 위해 정보(657개 명단)공개를 요구했으나 식약청이 거부함에 따라 행정소송을 통해 확보했다. 그동안 해당 품목을 조속히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로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선의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공개를 유보했다. 대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당국에 제도개선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아직까지도 어떠한 해결방안도 제시하지 않아 국민 건강보호와 알권리를 외면할 수 없어 이번 토론회에서 제약사 의견과 함께 명단을 공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의 집단이라는 의사단체의 해명치고는 궁색하기 짝이 없는 대목이다. 의협이 식약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를 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 건강권’과 ‘국민 알권리’ 등 우리사회의 공익을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명단은 이미 오래전에 공개했어야 마땅하다.
"국민 건강권을 위해 공개했다?"..."선의의 피해자 없기를..."
그럼에도 의협은 식약청으로부터 명단을 넘겨받는지 8개월이 지나도록 저울질을 하다가 "정부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개쪽을 택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했던 사실에 비추어보면 "국민을 조롱했다"고 해도 말할이 없게 됐다. 그동안 의협 내부에서조차 비난 여론이 거셌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의협 집행부의 일관성없는 태도때문이었다.
국민들 역시 그런 의협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권을 외치지만 궁극적으로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를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은 것이다.
의협은 그동안 약제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생동성 시험을 거친 복제약이라도 약효 및 안전성을 100% 신뢰할 수 없으니 약은 의사가 선택해 주는 것이 옳다"는 논리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복제약을 처방해온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의협 스스로 돌이켜볼 일"이라며 "재평가를 통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값싼 대체제(복제약)를 문제삼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의사협회 주수호 회장은 이미 2008년2월28일 제약협회 정기총회에서 "9군데 잘못된 제약사의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1군데 선의의 피해자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상 공개불가방침을 공언한 것이다.<동영상 참조> 그랬던 의협이 태도를 확 바꾸었다.
이에대해 토론회장에서 만난 의협 관계자는 "명단 공개를 유보한다고 했지 공개를 하지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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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의협이 ‘김빠진 명단’(사실 이 명단은 오래전에 언론계 및 제약업계에 나돌았음)을 공개한 ‘진짜 이유fact’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을 두려워하는 쪽은 오직 하나, “진실이 가려진 채 누명을 쓰게 됐다”는 제약회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