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같은 파충류의 독으로 암, 당뇨, 고혈압 등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라고 AFP통신, BBC방송, 뉴욕데일리뉴스, 뉴질랜드 헤럴드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이 20일 일제히 보도했다.
영국·호주 공동연구팀이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뱀은 자신이 가진 독을 무해한 분자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능력을 인체에 적용하면 암세포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독을 가진 일부 뱀 등의 파충류는 사용하지 않은 독을 다시 몸 안으로 ‘회수’하는데, 이 때 치명적인 독은 뱀에게는 전혀 피해를 입히지 않으며 오히려 몸 안에서 안전하게 ‘재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뱀의 독과 세포조직 유전자서열을 분석한 결과, 독은 무해한 정상 세포로부터 진화해 독성을 가지게 됐으며, 반대로 몸 안에서 독성이 없고 무해한 단백질로 다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호주국립대 개빈 허틀리 박사는 “뱀의 독이 정상 조직세포로 '역진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특히 뱀독이 정상세포로 바뀌는 메커니즘이 밝혀짐에 따라 이를 이용해 암이나 당뇨 치료제를 조만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파충류의 독이 무해한 물질에서 유해한 물질로 일방적인 진화를 해왔다고 생각해 왔다.
뱀독이 혈관에 분포된 세포들을 분해해 소멸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독이 종양세포에 영양을 공급해 암을 증식시키는 혈관에도 동일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독제독(以毒制毒)’인 셈이다.
논문 공동저자인 영국 뱅고르대 볼프강 뷔스터 박사는 “뱀의 독은 의사들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메커니즘과 동일한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영국 리버풀대 보건대학원 니컬러스 케이스웰 박사는 “뱀의 독선(venom gland)은 분자들의 새로운 기능이 탄생되는 일종의 ‘용광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뱀의 독은 향후 신약개발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뱀의 독은 지금까지 알려진 생체물질 중 가장 빠르고 극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