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에 이르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얼마전까지 야심차게 연구개발을 진행하던 다국적 제약사들이 최근 계속되는 임상시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몸을 빼고 있다.
오는 21일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을 앞두고 인디펜던트,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들은 계속되는 경제불황으로 구조조정, 인원감축 등의 자구책을 쓰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른바 '돈이 안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더이상 진행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GSK, 사노피,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머크, 노바티스 등 대형 다국적 제약사들은 구조조정, 인력감축 등을 통해 일제히 몸집을 줄이고 있으며 이 추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화이자와 존슨앤존슨은 지난달 알츠하이머 신약 '바피뉴주맵'(bapineuzumab)'에 대한 임상시험이 2차례 실패로 돌아가자 즉각 임상을 접고 연구개발을 포기했다. 이 두 제약사는 주사제 형태의 치료제 개발계획도 백지화했다.
비슷한 신약을 개발중이던 일라이 릴리도 2년 만에 두번째로 내놓은 치료제 '솔라네주맵'(solanezumab)의 최근 실패로 주가가 폭락하자 향후 개발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제약사가 2010년 진행한 '세마가세스타트'(semagacestat) 임상 시험에서는 증상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사실만 밝혀지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한때 300여명에 이르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인력을 최근 14명으로 대폭 줄였다. 이 14명도 이름뿐인 일종의 '가상팀'으로 자체로는 알츠하이머 관련 연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알츠하이머연구소 에릭 카란 박사는 "기업의 목표는 이윤창출인데, 결과가 없으니 당연히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한다"며 "인구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이 궁극의 목표인 다국적 제약사에게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행동"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카란 박사의 생각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