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처벌하는 도가니법, 무식한 법”
“무조건 처벌하는 도가니법, 무식한 법”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의료개혁은 지속 … 의사국시 윤리시험 포함해야”
  • 배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2.09.16 2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시신 유기 산부인과 의사 사건 등 의사들의 윤리·자질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이후 도가니법(성범죄 의사 면허 박탈), 액자법(병원내 환자의 권리와 의무 게시) 등 의료인을 처벌하는 내용의 각종 법안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근시안적인 법안 도입 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지난 2년간 의료윤리에 대한 중요성을 전파해온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을 만나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최근 들어 의료인들의 의료윤리가 더욱더 중요시되고 있다. 의료윤리란 무엇인가? 

“인간이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를 윤리라고 하는데 의료윤리는 의사가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의사들은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를 배려해 주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의사가 알아야 할 윤리로는 전문직 윤리, 생명윤리, 의료윤리가 있다. 윤리를 지키면 대우와 인정을 받고 존경받으며 나의 주장이 남에게 설득력 있게 전해지게 된다. 하지만 타율에 의한 윤리는 비난, 모멸감과 함께 경제 손실까지 따라온다.

의사 개개인은 선량하고 윤리적이나 집단 전체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전문직 윤리에 대해서 배워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빈 공간을 채우고자 하는 의사들의 노력이 의료윤리연구회 같은 자생단체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작은 목소리지만 한국 의료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생적인 움직임이 한국 의료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 의사국시에 윤리시험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각 의과대학마다 의료윤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의료윤리학교실을 만들고 강의를 하고 있지만 완벽하지는 못하다. 그래서 교양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법률가, 성직자들은 전문직 윤리 시험을 보고 있지만 의사는 그러하지 못하다.

좀 더 실질적인 윤리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 의사국시에 윤리시험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산부인과 수련의들의 분만 참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의사들이 환자를 배려하는 배려심이 부족해 생긴 문제인 것 같다. 이것은 법적, 윤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에티켓의 문제이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해결법을 제시하고 환자들에게 동의를 구할 적에도 정중하고 세련된 언어로 사전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 모든 해결점은 의사에게 있다. 환자들도 동의를 할 적에 나의 자녀와 후손들을 위해 훌륭한 의사들이 만들어지는데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해준다면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관계에 있어서 성숙된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지난달부터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10년간 영구박탈하는 도가니법이 시행됐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의사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이처럼 외부의 힘이 의사를 다스리려고 하는 것이다. 사회에 미칠 영향이 없는지 실질적으로 현실감 있게 법 설계를 해야 하지만 인기영합주의와 다를 바 없는 정책이다.

성범죄에 관해서는 성추행, 준강간, 강간 추악범까지 다양하고 그 죄질에 대한 처벌도 윤리교육시행, 의사면허정지, 취소 등 다양해야 하는데 도가니법에 대한 행정조치는 무조건 의사면허정지 10년이다. 무식한 법인 것이다.

외국에서는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에 대해 여성 환자를 못보게 한다던지 정신감정을 받게 하는 등 다양한 처벌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것에 대해 연구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실행만 하다 보니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

의사들도 외국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윤리교육시간을 통해 교육시켜야 한다. 또 항상 환자들의 불만을 청취하고 가이드라인을 업그레이드시켜 재교육해야 한다.

환자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야 한다. 환자들이 존중을 받는 느낌을 받다 보면 진료 또한 잘 이뤄질 것이다. 지속적인 연구기관도 의협 내에 설치해 장기적으로 연구했으면 좋겠다.”



-. 최근 성범죄자의 물리적 거세를 두고 말이 많다. 윤리적 관점에서 이에 대한 생각은? 

“이번 개정안은 전 국민적으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벌을 주는 방법에 있어서 정당하지 못한 것은 법으로 만들면 안된다.

물리적 거세 방법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체형을 가하는 처벌 방법은 종교법에나 있을 정도로 너무 비인간적인 방법이다.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 법을 외국에서 한다고 따라 한다는 것은 준비가 너무 안된 입법 시도이다.

성범죄라는 것이 단지 성기를 통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신체 부위나 기구로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환만 제거한다고 해서 해결될 방법은 아니다.

잘못된 법은 의료를 퇴보시킬 수 있다. 처벌은 감정적이 아니라 처벌답게 정당한 수단으로 해야 한다. 다른 제도적인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재판부에서도 제대로 적용해서 활용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거세를 한 후 그 판결이 오판인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박인숙 의원이 이번 기회를 통해 더 건강한 입법 활동을 할 수 있는 영양제가 됐으면 좋겠다.”

 

 

▲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명 이비인후과 원장)

 


-. 의협이 최근 의사윤리 자정선언을 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데?

“의협이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실행방법이 제시된 것에는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은 지속적이어야 한다. 이번 개혁은 훌륭하기는 하나 노환규 집행부에서 열매를 모두 거두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지난 2010년 출범한 의료윤리연구회에서 초대회장을 맡고 2년간의 임기를 마쳤다.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연구회를 시작할 적에는 나만 한국 의사들의 빈 부분을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많은 오피니언들이 다 깨닫고 있다는 것에 힘을 얻었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연구회를 통해 실타래를 조금씩 푼 느낌이다.

어둠을 몰아내는 것은 작은 빛이다. 그 작은 촛불을 이제 2대 집행부에게 넘겨줬다. 2년 동안 연구회 회원들이 빛을 많은 동료들에게 나눠줬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정치계나 법조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힘을 많이 얻는다.

환자분들도 의사들이 주체적으로 노력한다는 사실에 신뢰가 간다며 상당히 좋아한다. 윤리는 내 자신을 보호받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전문직 윤리는 꼭 필요한 것인 만큼 자율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