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불 켜진 심야약국 보고 '살았다' 싶었어요”
“밤 11시, 불 켜진 심야약국 보고 '살았다' 싶었어요”
마포구 유일의 공공심야약국 '비온뒤 숲속약국'

“매출 적지만 위급한 환자에 도움 줄 있어 보람”
  • 박민주
  • admin@hkn24.com
  • 승인 2020.12.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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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민주] 지난 9월 11일, 서울시가 공공야간약국 운영을 시작해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났다. 서울공공야간약국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되며 서울시내 20개구에서 31개 약국이 참여하고 있다. 야간 및 공휴일에 발생하는 의료 공백을 메우고 시민건강을 챙기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마포 망원동에 위치한 '비 온 뒤 숲속 약국'
마포 망원동에 위치한 공공심야약국 '비온 뒤 숲속약국'

1일 밤 서울 마포구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서울공공야간약국 ‘비온뒤숲속약국’(마포구 월드컵로 111)을 찾았다. 이 약국은 마포구 망원우체국 교차로에 20년째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약국인지라, 이 동네 거주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약국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매우 호의적이다. 근무약사들의 친절한 복약지도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약국의 경영철학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비온뒤숲속약국’은 지난 3월 마스크 기부함을 약국 한편에 별도로 마련해 ‘마스크 대란’ 속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가하면, 수험생 응원 선물을 마련해 제공하는 등 일대 주민들에게 ‘착한 약국’으로 기억되고 있는 곳이다.

그런 약국이 365일 밤에도 문을 연다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반가운 일이 없었다. 

인근에서 만난 한 40대 주민은 “대부분의 약국이 야간은커녕, 토·일요일에도 문을 열지 않으려고 하는데, 예전부터 이 약국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에 공공야간약국까지 문을 여는 걸 보고 또한번 놀랐다. 이런 약국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영은 어떨까.     

‘비온뒤 숲속약국’의 이날 야간운영 근무는 박진솔 약사가 하고 있었다. 박 약사는 심야의 텅빈 도심거리를 바라보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자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기자를 자리로 안내한 박 약사는 약국운영과정에서 경험했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터뷰 과정에서의 표정을 밝았고 자부심과 보람이 넘치는 듯 했다.  

 

비 온 뒤 숲속 약국 야간운영 담당 박진솔 약사
비온뒤 숲속약국 박진솔 약사가 야간 근무를 하고 있다. 

 

약사분들이 보통은 휴일이나 야간 근무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공공야간약국 운영에 참여하게 됐나?  

야간에도 응급환자에 적절한 조치를 가까이서 취할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공야간약국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금전적인 이득보다 약사로서 지역사회의 시민들에게 언제든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다.

공공야간약국은 약국이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이런 약국이 좋아) '비 온 뒤 숲속 약국'에서 야간약국을 운영한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없이 지원했다. 장영옥 약사님은 이전부터 지역사회보건향상에 적극적이셨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우리 약국에 대해 알고 있었다. 

 

비 온 뒤 숲속 약국 내부사진
비온뒤 숲속약국에 각종 약품이 진열돼 있다. 

야간에 유아가 갑자기 열이 나거나, 알러지가 급히 올라오는 환자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응급실을 방문해야 할 때가 많지 않나. 응급실을 갈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야간에 약국이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공공야간약국의 운영으로 그런 경우의 환자들이 보다 쉽게 약을 구매해 응급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또한 대부분의 약국이 8시 이전에 문을 닫아 직장인은 약국 방문이 쉽지 않은 것도 우리가 야간약국을 운영하는 계기가 됐다. 

 

고객과 상담중인 박진솔 약사
박진솔 약사가 1일 밤 11시경 약국을 찾은 한 주민과 상담하고 있다. 

야간 약국은 환자에게도 이로운 점이 많다. 낮 시간에 근무하는 약국은 늘 바빠 환자와의 상담이 어려운데, 야간에는 비교적 상세한 상담이 가능하다. 상담을 통해 보다 정확한 처방도 할 수 있고, 약사로서 환자에 적절한 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다만 늦은 시간 운영되다보니 취객들이 종종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방문하거나 약국에 앉아 술 깨는 약을 복용하는데,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다른 고객들이 혹시 불편함을 느낄까 염려되기도 한다. 

 

야간에 약국을 찾는 고객들이 주로 찾는 약이 있을 것 같은데.

소아해열제나 알러지약처럼 고객에게 당장 반드시 필요한 약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사후피임약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가끔 있는데 위급한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

빈도로 따지자면 진통제·감기약·소화제를 구매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시간대가 늦다 보니 숙취해소제를 찾는 고객도 많다. 

 

약사들이 심야나 휴일에 약국 운영을 기피하는 것은 수익성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 운영해본 결과는 어떤가?

매출 자체에 큰 이익은 없다.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빼면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야간에도 즉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 제도는 서울시가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의 지원은 있나? 

공공야간약국을 홍보하는데 있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공공야간약국 약봉투를 제작해 서울 시내 약국에 배포하고, 약국 외관에서 잘 보이도록 LED간판 지원도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다 보니 주변 주민들은 간판을 보고 방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검색을 통한 방문이 압도적으로 많다. 

 

서울시에서 배포하는 공공야간약국 약봉투. 운영약국 및 영업시간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적혀있다. 서울시에서 제공한 LED간판 (왼쪽부터)
서울시에서 배포하는 공공야간약국 약봉투에는 운영약국 및 영업시간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적혀있다.(왼쪽)
서울시에서 제공한 LED간판.(오른쪽)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서울시 공공야간약국의 전경
서울시 공공야간약국의 전경

이날 자정 무렵, 12살 아들이 저녁을 먹은 후 계속 구토 증세를 보여 약국을 찾았다는 A씨(46. 망원동)는 “야간에도 약사와 정확한 상담이 가능해 정말 좋다. 응급 상황에도 바로 약을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약국 찾기 앱으로 검색을 해 ‘비온뒤 숲속약국’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진솔 약사는 A씨에게 아들의 현재 상태와 자세한 증상을 묻는 등 상담을 진행했고, 약 복용보다는 가급적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진정하는것이 더 필요하다는 처방을 내렸다. 박 약사와 상세한 상담을 마친 A씨는 이날 약을 사지 않았고 “감사합니다”는 인사말과 함께 약국문을 나섰다. 

비슷한 시간 약국을 찾은 B씨(50. 성산동)는 반려묘의 수술 부위 소독을 위해 탈지면과 붕대 등을 구매했다. 

그는 “최근 세브란스 응급실을 갔다가 귀가하던 중 약국을 방문하려고 이곳 저곳 다녀보니 모두 불이 꺼진 상태였다. 그 때가 밤 11시쯤이었는데, 이곳 약국 앞을 지나다가 불이 켜진것을 보고 ‘살았다’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약국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곳 약국이 공공야간약국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고 오늘도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야간약국은 제주를 시작으로 인천·천안·광주 등 타 지역에서도 운영중이다. 국민들이 의료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심야 약국이기에 약사 입장에서는 불편함도 없지 않지만, 주민들은 환영하고 있다.  

‘비온뒤 숲속약국’에서 심야약국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박진솔 약사는 “심야 근무를 하다보면 육체적 피로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적절한 약을 조제해주고 복약지도를 해 드리면서 환자분들이 만족감을 표할 때 보람도 느끼고 피로감도 잊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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