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시장에서 나홀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산 백신의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국적 기업들의 백신을 도입해 판매해야 하는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제조부터 유통까지 싹쓸이 하면서 국내 백신 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이 머지않아 국제연합(UN)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회사의 백신사업은 해외에서도 질주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로이터 등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만간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계획이다.
제조시설에 따라 그 시기와 승인 주체가 조금 다른데, 인도 세럼연구소(SII)가 제조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중으로 WHO의 승인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이르면 2월 하반기에 UN 기구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은 WHO가 공동 주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의 내부 문서에 근거한 것이다. 이 문서에 의하면, WHO는 현재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승인을 신속히 처리하는 중이다.
'코백스'는 올해 전 세계에 20억 도즈 이상의 COVID-19 백신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중 최소 13억 도즈는 빈곤 국가에 공급할 계획이다.
부유한 국가들은 스스로 대량의 백신을 예약했지만, 가난한 국가들은 자금이 부족한 탓에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백신을 승인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고 생산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가난한 일부 국가들은 이러한 역량이 부족해 전적으로 WHO의 백신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WHO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이른 시일 안에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승인도 그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UN은 유니세프, 범미보건기구(PAHO) 등 산하기관을 통해 국제조달 방식으로 최빈국과 개발도상국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입찰에 성공하면 공급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UN 기구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글로벌 공급 물량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 평균 가동률은 77% 정도여서 공급 물량이 늘어나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사업 독무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은 국내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유럽은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백신 공급이 지연되면서 물량 부족 사태에 직면했으나,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을 직접 생산하고 있어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내 공급 예정 물량은 1000만명분이다.
이 회사는 아스트라제네카뿐 아니라 노바백스와도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공급 물량을 생산 중이다. 국내 공급을 위한 CMO 계약도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청와대는 이르면 이달 안에 계약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공급 예정 물량은 2000만명분이다. 생산은 물론, 기술이전까지 계약 내용에 포함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백신 개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유통관리체계 구축·운영 사업' 수행기관으로도 선정돼 아스트라제네카·얀센·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과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코로나19 백신 물량에 대한 국내 유통과 보관을 담당하게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다국적 제약사 백신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도맡으며, 관련 사업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자체 코로나19 백신 2종(NBP2001, GBP510)의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정부 국책과제 기업으로 선정된 만큼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코로나19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고 있다"며 "국내 백신 시장의 최강자로 올라서고 있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눈도장을 제대로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