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대책은 탁상행정의 결과”
“복지부 대책은 탁상행정의 결과”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NICU 수가·인력충원 문제 등 직시했어야”
  • 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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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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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이대목동병원 사태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감염문제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신생아중환자실 안전관리 단기 대책’에 대해 의료계가 임상전문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23일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사 4명 사망사건과 관련, ‘국민안전 - 국민건강 확보’를 주제로 2018년도 업무계획을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보고하면서 ‘신생아 사망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의료기관 보건소 신고 의무화 ▲업무정지 가능 의료법 개정 ▲신생아중환자실(NICU) 인력강화 ▲야간·주말에 약사배치 수가 지급 및 무균조제료 가산 ▲소용량 소아·신생아용 약품 생산 등이다.

본지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에게 의료계가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개선점에 대해 들었다. 그는 “정부는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책을 세울 게 아니라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물어보고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 복지부가 이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안전관리 단기 대책 중 하나로 의료기관에 대한 보건소 신고 의무화를 내세웠다.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본다. 현재 수두나 성홍열 등 감염병에 대해 즉시 신고하라고 돼 있다. 신고가 늦어지면 200만원 미만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즉시 신고하라는 이유는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가 바로 대책을 세우겠다는 거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신고 후 보건소에서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되기까지 경과일수’에 따르면 지연일 0일(당일)은 50% 남짓이고 최대 511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1년 넘게 신고접수받은 것을 한참 늦게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한 것이다. 감염병을 접수받고 1일 이후부터 대책에 나서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 신고 의무화 대책에서 개선해야 될 점은?

“일선 소아청소년과에서 아무리 빨리 보고를 해도 보건소에서 질병관리본부에 보고와 대처가 빨라야 한다. 하지만 통계에서 봤듯이 보건소의 보고는 이렇게 늦는데 정부는 일선 소아청소년과가 하루라도 신고에 늦으면 벌금 물리겠다고 달려든다.

자기들은 511일씩이나 늦으면서 심지어 감염병관리법 위반이라고 검찰에 형사고발까지 한다. 의사는 피의자로 조사받는다. 보고가 하루 늦었다고 전과자가 되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이 미숙아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니 보호자가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보건소에 연락했고 보건소는 복지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반은 그 다음날 새벽에 사고발생 병원에 온 게 아니라 다음날 일요일 정오에서야 대책반을 파견했다.

이 같은 사태 뒤에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왜 이렇게 신고가 안돼냐’고 하면 감사원은 ‘일선 병의원에 대한 감염병관리를 감사할 것’이라고 하고 질병관리본부와 복지부는 ‘일선 소아청소년과는 왜 제대로 신고 안하냐’고 말할 것이다.”

-. 의료기관 준수사항 위반으로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업무정지가 가능하게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박능후 장관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신으로 보건의 ‘ㅂ’자로 모르는 사람이다.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지 못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연금 전문가였다. 당시 메르스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의료계도 휘청했다. 전문가들이 정책을 맡아야 하는 이유다.

일이 터졌으면 시스템 문제를 개선해야 되는데, 무조건 의사와 병원이 잘못했다며 철퇴를 내리고 있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사거리가 있다면 통행량, 사고다발 시간 등을 찬찬히 살피고 신호등을 만들고 무단횡단하지 말라고 캠페인을 하는 등 다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니 죽으라는 것이다. 중세시대 노예로 대접하는 것이다.”

-. 신생아중환자실 인력 강화도 대책의 일부다. 일각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진작에 강화했어야 한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생후 22주 750g 미숙아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은 이미 30년 전에 조성됐다. 인력 강화를 진작에 했으면 더 좋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미숙아의 생존율을 더 높였을 것이고 감염관리도 잘 됐을 것이다.

일본은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1명이 신생아중환자실 미숙아 1명을 돌본다. 방 하나에 미숙아도 한 명이 들어간다. 감염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1명이 미숙아 4명을 보고 있다. 사고가 나니 이제야 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복지부가 이번 사태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좋다. 그러면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 복지부는 수가 체계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간호사 인력을 늘리고 당직의와 신생아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했으면 이번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의료수가다. 정부는 의료수가를 올리면 국민이 건보료를 많이 내야 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 시스템 문제를 보지 않고 의사와 병원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현재 의료체계에서는 의사가 수가를 받아 간호사에게 월급을 주는 구조다. 간호사들의 처우가 개선되려면 수가를 올려야 한다. 복지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

간호사 수가 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건정심 위원들이다. 건정심 위원장은 권덕철 복지부 차관이다. 그 밑에는 비전문가 집단인 시민단체 대표, 요식업 중앙회 대표, 민주노총, 환자단체대표, 농업경영인대표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이 병원 상황에 대해 뭘 아는지 모르겠다.”

-. 야간이나 주말에 약사를 배치하는 경우 수가를 지급하고 신생아에 대한 주사제 무균조제료를 가산하는 방안도 나왔다.

“이대목동병원 원내 약사들에게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 해당 병원 원내 약사들은 매주 목요일 밤 10시50분까지 의사에게 TPN(Total parenteral nutrition, 총 비경구영양) 오더를 내달라고 한다고 들었다. 즉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3일치 TPN을 한번에 준비한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서도 TPN이 3일치가 올라간다고 나왔다. 포도당, 아미노산, 비타민 등을 포함한 TPN은 사람뿐 아니라 세균에게도 좋은 영양이 된다. 3일치를 준비해 한꺼번에 신생아중환자실에 올리면 세균 감염 가능성이 올라간다.

TPN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요인은 아닐지 몰라도 앞으로 충분히 잠재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도 감염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의사들이 감염 가능성에 대해 의학적인 근거를 들어 약사들에게 정당하게 주장하면 되지 않겠나?

“이대목동병원은 보건의료노조가 세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약사들이 못하겠다면 못하는 것이다. 토요일, 일요일은 못한다는 얘기다. 의사들이 오더에 대해 그렇게 (약사의 주장에 반해) 얘기하면 왕따를 시킨다고 들었다.

보통 의사들은 일요일에 회진을 돌고 시시각각 변하는 미숙아들의 상태와 체중을 보고 TPN의 용량을 정밀하게 조정해 하루치 오더를 내면 약사가 그날 쓸 것만 준비한다. 무균조제료 가산이 뜬 금없이 나온게 아니다. 약사들에게도 문제가 있어서 나온 것이다.

해당 병원의 약사는 스모프리피드 500cc짜리 한 병을 올리는데 약사가 자신이 의료전문가라고 생각한다면 ‘신생아중환자실의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에게 스모프리피드 500cc를 나눠쓰면 감염 우려가 있다’고 병원측에 사전에 위험에 대해 얘기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약사 처벌 얘기는 없고 수가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의사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약사에게는 수가를 지급한다고 한다. 이게 온당한가.

스모프리피드 500cc는 중환자실 성인 환자들에게 쓰인다. 미숙아들은 보통 스모프리피드 10cc를 맞는다. 정부도 해당 의약품 제조사에게 ‘500cc 대용량을 나눠쓰면 감염우려가 있으니 소용량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야 한다.”

-. 박능후 장관은 “의료기관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복지부 장관 당사자다. 유체이탈 화법을 하는 것 같다. 의사들은 의료보험제도에 편입됐다. 정부는 하루에 초진비나 재진비가 얼마인지 10원 단위까지 관리하고 결정한다. 10원이라도 더 받으면 부당청구기관이라고 범죄자 취급받는다.

이런 제도에서 의사는 노동자고 사장은 복지부 장관이고 건정심이다. 회사 체계가 무너져 사고났으면 사장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에게 의료보험료를 많이 내게 하면 국민이 싫어해 그 영향으로 정권을 차지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 이번 대책의 개선점은?

“현장 전문가에게 상세히 물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임상의사들의 진료환경, 간호사들의 3교대, 병원문화가 어떤지 잘 꿰고 있는 사람이 설계를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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