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국내 제약 업계의 영업 환경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관련법과 규정이 강화되며 영업과 마케팅이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제약협회(IFPMA)가 보건의료전문가에게 기념품·판촉물 제공을 금지하도록 윤리규정까지 개정했다. 여기에 정부가 제2의 발사르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예고하고 있어 그동안 제네릭 위주로 영업을 펼쳤던 국내 제약사의 영업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판촉물 제공 금지 … 영업 사원 "제품력으로만 승부해야"
IFPMA의 판촉물 제공 금지 관련 개정안에 대해 외국계 제약사로 구성된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즉각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FPMA가 전 세계 제약업계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규약을 개정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제약 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로 구성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최근 IFPMA의 윤리경영지침 자율규약 주요 개정사항을 공정경쟁규약과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 심의 기준에 반영하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윤리경영은 국내 제약 산업계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필수요건인 만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윤리경영을 확립하기 위해 개정 IFPMA 코드를 준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제네릭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제약사 특성상 IFPMA의 개정안을 반영하면 영업이 더 위축돼 실적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약사법, 김영란법 등이 마련돼 있고 CP나 ISO37001 등을 통해 공정거래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IFPMA의 규정까지 따를 필요가 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제약 업계 영업 사원에게 기념품과 판촉물은 '영업 무기' 중 하나다. 특히 제네릭 제품을 가지고 오리지널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제품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판촉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념품이나 판촉물 제공까지 못 하게 되면 사실상 제품력으로만 경쟁해야 한다"며 "같은 성분의 제네릭이 난무하는 국내 제약 영업 환경에서 이를 금지하면 제품 이미지를 각인 시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政, 제네릭 '고강도 규제' 예고 … 영업 사원 설 자리 줄어들 듯
정부가 제네릭에 대해 '고강도 규제'를 예고하고 나선 것도 국내 제약사의 영업 환경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정부 규제에 따라 제네릭 출시가 줄어들 경우 영업 사원 수 또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와 복지부는 공동 생동성 시험 제한, 약가인하 제도 등을 통해 제네릭 난립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계단식 약가인하’를 통한 약가 인하가 유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2012년 폐지된 바 있는 계단식 약가인하는 제네릭 제품의 등록 시기가 늦어질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제도다. 최초 등재되는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前)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 등재되는 제네릭은 한 달 단위로 10%씩 약가가 깎이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해 여러 가지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도 이에 발맞춰 국정감사 전에 제네릭 제한에 대한 방안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동 생동성 시험이 제한될 경우 시장에 제네릭 품목 자체가 줄어들 것이다. 설사 제네릭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지금보다 약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부담이 커 제약사 입장에서는 제네릭 출시를 꺼릴 여지가 있다"며 "제품 출시가 줄면 주로 제네릭 제품을 들고 현장에 나섰던 국내 영업 사원의 설 자리도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