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 분쟁, 둘 중 하나 죽어야 끝나는 싸움”
“보툴리눔 균주 분쟁, 둘 중 하나 죽어야 끝나는 싸움”
미국 ITC "대웅제약, 영업비밀 침해" 예비판결

메디톡스, 유리한 고지 선점 ... 민·형사도 진행

위원회 검토, 대통령 재가 과정 필요 … 변수 많아

대웅제약, 패배시 연방법원 소송 고려

보툴리눔 균주 다툼 업계 전반 확대 가능성도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07.08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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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이끌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국내외에서 각각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균주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자사에 유리한 예비 판결을 받아냈다. 보툴리눔톡신 제제 3개 품목의 허가 취소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가뭄속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을 근거로 ITC 소송 외에 국내에서 진행중인 대웅제약 상대 민·형사 소송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일단 이번 ITC 예비판결이 메디톡스측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위원회 검토, 대통령 재가(裁可) 등 변수가 남아있는 데다 ITC의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불복 절차가 남아 있어, 국내에 이어 미국에서도 양사간 다툼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라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ITC 행정판사는 미국 현지시간 6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균주 도용 등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결론 짓고, ITC 위원회에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에 대해 10년간 수입 금지명령을 내리도록 권고했다.

이번 예비판결은 구속력이 없는 판결이다. 따라서 수입 금지명령 역시 아직은 권고에 불과하지만, ITC 위원회가 예비판결을 인용한 뒤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면 구속력을 갖게 된다.

ITC 위원회는 예비판결에 대해 인용, 파기, 수정, 취하, 환송 등의 결정을 할 수 있다. 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제약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소송의 당사자인 메디톡스는 "ITC의 예비판결은 번복된 전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예비 판결은 최종 결정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대웅제약은 "ITC 위원회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꽤 있다. 예비판결이 오판임을 적극 소명해 최종 판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을 각각 내놓고 있다.

ITC 위원회가 최종 판결을 내린 후에는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데, 미국 대통령이 ITC의 최종 판결을 뒤집은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지난 2013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 삼성과 미국 기업인 애플 간 특허침해 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준 ITC의 최종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해 해당 판결의 효력이 상실된 바 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행정부가 저가 의약품 확대 공약을 앞세워 약가인하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국 보툴리눔톡신 시장의 70%는 엘러간(현 애브비)의 '보톡스'가 장악하고 있는데, 대웅제약의 '나보타' 보다 비싸다. 게다가 엘러간은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 자격으로 ITC 소송에도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가격의 '보톡스'가 시장을 지배하자 미국 현지 의료인들은 엘러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트럼프는 또 강력한 자국산업 보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예측이 쉽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TC가 끝이 아니다 … 연방법원 불복 소송 가능

ITC가 최종 판결을 내리더라도 여전히 불복 절차는 남아있다. 행정 소송이다.

ITC의 최종심결에 의해 악영향을 받는 자는 최종심결일 또는 대통령의 검토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불복할 수 있는 사안의 범위는 ITC 위원회가 내린 최종심결 내용으로 국한된다. 예컨대 여러 쟁점 중에서 위원회가 별도의 입장을 취하지 않은 행정판사의 예비심결과 관련해서는 불복할 수 없다.

대웅제약은 ITC 최종심결이 자사에 불리하게 내려질 경우, 불복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 행정법원은 연방법원의 지휘를 받는다"며 "(ICT에서) 수입금지가 확정되면 연방법원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현재 ITC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상황으로, 불복 소송을 거론하기에는 이른 단계다. 다만, 향후 ITC 위원회나 대통령 재가 절차에서 예비판결 결과가 뒤집힐 경우, 메디톡스 역시 불복 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균주 전쟁 관련 업계로 확산하나

ITC로부터 유리한 예비판결을 받은 메디톡스가 다른 국내 보툴리눔톡신 업체들의 균주 출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메디톡스는 그동안 "맹독인 보툴리눔톡신이 출처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시판되고 있다"며 "국내 보툴리눔톡신 제제 산업 전반에 대한 균주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회사는 ITC 예비판결이 나오자, 일부 언론을 통해 "국내에 보툴리눔 톡신 제품들이 난립해 있는데 이들의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 간 이슈가 아니라 국내 산업 전체적으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를 비롯해 휴젤, 휴온스, 종근당 등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 파마리서치바이오, 칸젠, 제테마, 프로톡스 등은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준비 중이다.

메디톡스는 이 중 자사와 동일한 균주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거나, 균주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판단되는 몇몇 회사를 이미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 출처와 관련해 '끝을 보려는' 분위기다. 양사는 법적으로 더는 다툴 수 없는 최종 단계까지 다툼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보툴리눔 균주 논란이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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