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구 100만시대⑤] “깜빡깜빡 했는데 그것이 없어졌어”
[치매인구 100만시대⑤] “깜빡깜빡 했는데 그것이 없어졌어”
경증치매 극복하는 동두천 ‘생명숲기억키움학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동두천시 2011년 공동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외 경증치매 대상 교육

지역사회 치매 종합 대응체계 마련에 큰 역할

“이렇게 좋은데 방학을 왜 하는지 모르겠어~”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8.05 08: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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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치매는 암과 함께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 됐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61만명이 넘는 치매 환자가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의하면 불과 25년 뒤에는 4인 가구 기준 다섯 집 중 한 집에 치매 환자가 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야말로 치매인구 폭발시대를 맞는 것이다.

현장에서 치매환자를 만나온 전문가들은 치매란 이제 더 이상 특정한 환자 개인이나 그 가정 혹은 노인 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정신적·경제적 비용 등 사회구성원 모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불과 5년 뒤면 우리나라는 치매인구 100만 시대를 맞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치매문제 해결을 위한 시리즈를 마련했다.

동두천시노인복지관 1층 ‘생명숲기억키움학교’ 강의실

[헬스코리아뉴스 서정필 기자] “여기가 천국이여 천국, 여기가 제일 좋아. 여기 나오는 게 사는 낙이라니까~.”

다니신 지 1개월 된 신 모 어르신께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말씀하시는 ‘천국’이란 동두천노인복지관 1층에 마련된 경증치매 어르신 전문 프로그램인 ‘생명숲기억키움학교’ 강의실이다. 어르신은 학교에 나오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이 뭐냐는 질문에도 계속 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자 다른 어르신이 맞장구를 친다. 

“그래 천국이지.”

옆에서 막 자동차를 탈출시키는 보드게임을 끝낸 이 학교의 막내 강상석 어르신이다.


 

노인요양보험 등급외 경증 치매어르신 대상 프로그램

운동 프로그램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치매전문의들은 중증치매 어르신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아직 경증단계에 있는 분들이 중증단계로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억키움학교는 2012년 치매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인 2011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동두천노인복지관이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함께 만든 노인요양보험 등급 외 경증 치매어르신 대상 인지재활 전문 프로그램이다.

 

동두천시 노인복지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19년 현재 경기지역(동두천)을 비롯해 서울 5개 자치구(강동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성동구, 용산구)와 강원 2곳(정선, 홍천) 그리고 부산(당감), 전남(여수쌍봉) 등 전국 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모두 10곳의 기억키움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기억키움학교 사업은 최근 ‘치매인구 폭발 시대’를 맞아 경도인지장애 혹은 경증 치매 단계에서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중증 단계로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 추진된 사업 같았다.

 

시간표


인지재활, 일상생활 기능훈련, 신체활동 등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인지재활 프로그램은 ▲전산화 인지재활 프로그램 작업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원예치료 등을, 일상생활 기능훈련은 ▲요리활동 ▲개인위생훈련 등을, 그리고 신체활동 프로그램은 ▲운동치료 ▲건강체조 ▲레크리에이션 등을 한다.

어르신들은 매일 오전 10시까지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통해 학교에 도착하고 오후 4시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수업은 오전 1시간, 오후 2시간씩 하루 모두 3시간 진행된다. 소요비용은 점심값과 간식비 등 실비로 하루 5,000원이 넘지 않는다고 김선옥 사회복지사는 설명했다.

 

“깜빡깜빡 했는데 그것이 없어졌어”

기자가 방문한 7월 31일 오후 2시, 강의실에서는 막 오후 첫 수업으로 퍼즐 수업이 마무리되던 참이었다. 교탁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배치된 책상에는 방금 전까지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됐어! 됐어, 와 됐네 이제.”

60대 후반으로 이 교실에서 막내인 강상석 어르신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 자신의 자동차를 다른 차의 방해를 뚫고 탈출시키는 게임을 했는데 방금 강 어르신의 차가 탈출에 성공했던 것이다. 담당선생님도 날이 갈수록 실력이 는다고 칭찬 한 마디를 거든다.

 

# 강상석 어르신과의 미니인터뷰
 

동두천 기억키움학교의 막내 강상석 어르신

Q.  게임 잘 하신다고 칭찬 들으셨는데 원래 이 게임을 잘 하셨나요?

강상석 어르신(이하 강) : 아니야 처음에는 잘 못했지. 그런데 자꾸 머리를 쓰고 해보니까 잘 돼. 되니까 재미있어.

Q, 언제 이곳에 처음 오셨나요? 그리고 어떻게 오시게 됐는지?

강 : 응 3월에 왔으니까 이제 넉 달 정도 되네. 여기 온 건 뭐 자꾸 깜빡깜빡하니까 오게 됐지.

내가 혼자 살거든. 그래서 이 방 저 방 전부 내가 돌아다녀야 하는데 어느 날부터 뭐 때문에 건너 방으로 오긴 왔는데 왜 왔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거야. 그런데 동네에 이런 곳이 있다고 누가 소개해줘서 오게 됐지.

Q. 오시고 나서 확실히 좋아진 것 같으세요?

강 : 아 정말 좋아졌지. 여기 나오기 전에는 매일 혼자 지내다보니 특별한 일 없으면 TV나 보면서 방에서 누워만 있으니 머리 쓸 일이 없었지. 여기 온 다음부터는 일단 활동을 하게 되고 말을 많이 하게 되고 머리도 쓰니 너무 좋아. 여기 안 왔으면 더 증상이 심해졌을 건데 여기 오길 정말 잘했어.

밥도 맛있고 내일이 기다려져. 내일부터가 방학인데 걱정이야. 방학 안 해도 되는데...(웃음)


“물어보실 것 있으면 어려워하지 마시고 물어보세요.”

강 어르신과의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분명하고 또박또박한 발음의 홍서현 어르신이 인터뷰를 자청하셨다. 홍 어르신은 기자가 질문도 하기 전에 질문 내용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먼저 술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홍서현 어르신과의 미니인터뷰

홍서현 어르신

홍서현 어르신(이하 홍) : 제가 젊었을 때는 정말 그러지 않았던 사람이거든요? 이것저것 잘 챙기고 일도 잘 해결하고 그랬는데 몇 년 전부터 컨디션이 아주 안 좋아지더니 만사가 귀찮고 또 뭘 자꾸 잊어버리고 그럴 때가 있어요.

그렇게 자신이 없어지다 보니 계속 집에만 있게 되고 하니 더 우울해지고 하더라고. 여기 온 다음부터는 그렇지가 않아. 너무 좋아요.

Q. 어떤 게 가장 좋으세요?

홍 : 당연히 프로그램 내용도 좋지만 나한테는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오후까지 시간을 보낼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딸하고 사는데 제가 힘없이 우울하게 있을 때는 딸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젠 딸도 좋아하고 참 좋습니다. 이런 시설이 전국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치매) 증상이 심해질수록 더 빨리 나빠지는데 이렇게 조금 문제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관리를 하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Q. 내일부터 방학인데 어떠세요?

홍 : 안 했으면 좋겠지. 집에 있으면 할 일도 없고...그런데 여기 선생님들도 쉬셔야 하니. 그래서 계획도 짜 놨어요.


쉬는 시간을 마친 뒤 강의실에서는 태블릿 PC를 이용한 인지재활프로그램인 ‘코트라스’가 시작됐다.

자리를 옮겨 이 프로그램 실무를 담당하는 동두천시노인복지관 소속 김선옥 사회복지사와 사업 실무를 총괄하는 김태현 과장을 만났다. 김 과장은 8년 전 기억키움학교 사업의 사업계획서를 직접 썼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음은 두 분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 먼저 김태현 과장님께 묻겠습니다. 8년 전 특히 이곳 동두천에 ‘기억키움학교’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태현 과장(이하 현) : 동두천 지역은 2018년 기준 전체인구 9만7667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1만6502명으로 노인인구의 비율이 16.9%를 차지했습니다. 타 도시에 비해 노인인구 비율이 월등히 높은데 이런 추세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던 거구요.

 

동두천시 노인복지관 김태현 과장

잠깐 자료를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또한 치매 증상은 있으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외 판정을 받는 경증 치매 노인의 숫자도 2010년 325명, 2011년 401명, 2012년 474명, 2013년 589명, 2014년 622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는데요. 이런 분들에게 경증치매 증상이 찾아올 경우 현행 법으로는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희는 장기요양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치매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치매에 대한 지원 항목에도 해당되는 것이 많지 않은 ‘사각지대’에 주목했고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고 9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Q. 등급 외 판정의 경증치매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선옥 사회복지사(이하 옥) : 등급 외 판정 치매라는 것은 이런 겁니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으나 도움만 받으면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영위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완전 치매 영역으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방치하거나 관리체계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 치매 정도가 급속히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인 거죠.

장기요양보험 등급 내 어르신은 치매 치료비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에서 80~85%의 급여를 받지만, 등급 외 어르신들은 전혀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사각지대의 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 수업


Q. 대상 인원은 몇 명이며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요? 평균 연령대도 궁금합니다.

옥 : 인원은 모두 17명으로 주간보호 12명, 작업인지재활프로그램 참여인원 5명입니다. 동두천 관내에 거주하며 임상치매척도(CDR) 검사 결과 1등급이나 간이정신상태(MMSE-DS) 검사 결과 21~26점을 받은 저소득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구요.

평균 연령대는 80대 중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어린 강상석 어르신이 67세이시고 70대가 두 분 계시고 나머지는 다 80대 이상입니다.

Q. 지난 9년간의 성과를 정리해 주신다면?

현 : 우선 어르신들이 꾸준한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더 이상의 치매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또 자신감이 향상되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고 동료들과의 친목 도모를 통해 고립감에서 벗어나 사회성이 향상되고 활기찬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보호서비스를 받음으로써 부양가족들의 시간적인 여유가 늘어나 경제적으로도 더욱 안정되고 부양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도가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상자간 가족의 친밀함을 높이고 치매노인에 대한 부양자의 부양부담도 크게 완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달부터는 부양가족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시작했습니다.

옥 : 뿐만 아니라 저희 프로그램이 자리 잡으면서 동두천 지역사회 차원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경증치매노인을 발굴하고 지역 내 자원을 연계, 활용하는 시스템이 갖춰지게 됐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경기북부지역 안에서 치매인식개선에 앞장설 수 있었습니다.

Q. 8월 1일부터가 방학이라고 들었는데요. 보통 학생들은 방학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이 학교는 다르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마다 방학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너무 아쉽다고 하시는데요?

 

동두천 기억키움학교를 담당하는 김선옥 사회복지사

옥 : 예. 어르신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을 많이 아쉬워하십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금요일 오후에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쉬운 표정을 짓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실무자로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고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유일한 사회활동이신 분도 많다 보니 그런 것 같아 마음이 쓰이기도 합니다.

 

원예 & 미술 수업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옥 : 저희 프로그램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정말 많은데 혜택을 볼 수 있는 분들 숫자는 너무나 적습니다. 실제로 실무를 담당해보니 그런 것을 느낍니다. 중중치매 어르신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경증치매 어르신들이 중증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이런 프로그램이 국가 정책적인 뒷받침 아래 더욱 확대되고 지원도 더 많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매일매일 어르신들을 뵈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니 더욱 더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사실 제가 맡고 있는 업무가 쉽지는 않은데요. 어르신들 웃음 다시 찾는 것 보고 보람을 느낍니다.

현 : 처음 사업을 기획했을 때는 이게 과연 잘 뿌리내릴 수 있을까 하고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잘 자리 잡아서 다른 지역에서도 저희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이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습니다.

또 9년 동안 진행해오다보니 동두천 지역사회 전체의 치매에 대한 인식 정도가 많이 올라가고 그것이 또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노인요양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치매 교육을 시도하거나 하는 일은 인식 개선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일일 것입니다.

처음 이 사업을 계획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 이 사업은 이 시기 꼭 필요한 사업이고 지역사회에 여러 긍정적 효과를 내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이 많이 확장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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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PD 2019-08-05 21:32:27
김선옥 사회복지사님 정말 멋져요!! 동두천 노인복지관 화이팅!!!

Chatcha 2019-08-05 21:36:12
복지사님들께서 수고가 많으시네요! 더운 여름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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