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구 100만시대④] 베사메무쵸 부르는 치매 어르신
[치매인구 100만시대④] 베사메무쵸 부르는 치매 어르신
치매환자들의 안식처 일산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중 하나로 지난해 4월 개소

치매환자등록, 조호물품제공 ‘꼬까신’ 사업 등 진행

중산마을 '치매안심마을'로 지정 ... 전국 모범사례
  • 서정필 기자
  • hustledoo79@gmail.com
  • 승인 2019.08.0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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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치매는 암과 함께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 됐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61만명이 넘는 치매 환자가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의하면 불과 25년 뒤에는 4인 가구 기준 다섯 집 중 한 집에 치매 환자가 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야말로 치매인구 폭발시대를 맞는 것이다.

현장에서 치매환자를 만나온 전문가들은 치매란 이제 더 이상 특정한 환자 개인이나 그 가정 혹은 노인 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정신적·경제적 비용 등 사회구성원 모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불과 5년 뒤면 우리나라는 치매인구 100만 시대를 맞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치매문제 해결을 위한 시리즈를 마련했다.

 

“오랜만에 부르는 노래 보약 같아요”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베사메~ 베사메무쵸~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 지던 밤에~” “베사메~ 베사메무쵸~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7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일산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쉼터 프로그램을 수료한 치매환자들이 그동안 연습한 노래와 악기연주를 선보이는 '사랑방음악회'가 열렸다.

’사랑방‘이란, 이곳에서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쉼터' 프로그램을 수료한 어르신들의 모임이다. 파랑, 빨강, 녹색 등. 색색이 모자를 챙겨 쓴 어르신들의 노래는 발음이 분명하지 못하기도 하고 음정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듣기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지켜보던 어르신 중 한 분은 “오랜만에 이렇게 노래를 들으니 보약을 듣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보통사람과 치매 환자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치매 어르신들과 1년 넘게 함께 해 온 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중 하나로 지난해 4월 개소

아늑한 자태를 뽐내는 일산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전경이 평화로워 보인다. 

2017년 12월부터 전국 시군구에 들어서기 시작한 치매안심센터는 모두 256개. ▲치매 상담 및 등록관리 ▲치매조기검진 및 예방관리 ▲치매환자쉼터 및 가족카페 ▲치매인식개선 및 교육·홍보사업 등 유기적인 치매통합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치매환자들과 함께 하는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일산동구 치매안심센터는 지난해 4월 25일 문을 열었다. 이후 일산동구 관내 어르신을 대상으로 치매환자등록사업, 조호물품제공사업, 신발형 배회감지기 ‘꼬까신’ 사업 등을 운영하고, 중산동을 치매안심마을로 지정해 각종 치매관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무료로 1단계 선별검사

일산동구치매안심센터의 한 직원이 관내 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 치매선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산동구 지역에 주소를 둔 60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센터를 찾아 무료로 1단계 치매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사업은 전국 치매안심센터의 공통사업이다.

선별검사 결과 정상상태로 진단되면 2년마다 다시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인지저하 상태인 것으로 판단될 경우 2단계 진단검사(신경인검사, 전문의 진료)와 3단계 감별검사(혈액검사, 뇌 영상 촬영)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어르신들이 치매안심센터에 마련된 쉼터에서 기억력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이 사업을 통해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미리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무료로 제공되다 보니 지역에서도 부담 없이 센터를 찾아 검사를 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약제비, 성인용 기저귀, 물티슈, 약달력 등 제공

치매환자로 진단된 어르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인 경우 월 3만원 내로 치매 약제비를 지원하고 돌봄에 필요한 성인용 기저귀, 물티슈, 약달력 등을 제공한다.

또한 치매어르신들의 실종을 막기 위해 관내 경찰서와 연계해 어르신들의 지문을 사전 등록하고 방문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가까운 집, 요양원 등으로 직접 찾아가는 ‘엄지척’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치매 환자 중 배회 증상으로 실종위험이 큰 경우에는 옷에 부착하는 인식표를  달아준다.

 

배회증상이 있는 중증치매환자에게 보급되는 꼬까신

특히 일산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전국 최초로 신발형 배회감지기 보급사업 '꼬까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중중 치매 환자에게 위치추적이 가능한 칩이 장착된 특수신발을 제공해 배회하는 어르신들의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사업이다.  지난해 7월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스마트메디칼디바이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속적으로 어르신에게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신발을 제공하고 있다.

'꼬까신'이라는 이름은 치매노인환자에게 친숙하고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기존 손목형, 목걸이형 배회감지기 등의 경우 외출 전 따로 신경 써서 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신발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꼬까신 사업'은 이러한 장점을 높이 평가 받아 지난해 11월 6일에는 ‘2018 고양시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혁신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산마을, 치매안심마을로 지정 후 각종 예방사업 집중

중산동은 일산동구 관내 마을 중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일산동구 치매안심센터는 개소를 준비하던 2017년 시범사업 중 하나로 이곳을 '치매안심마을'로 지정한 뒤 1층 상가 10곳을 치매지킴이 '치매안심프렌즈'로 지정하고 ‘중산고고씽’, ‘씽씽징검다리’ 등 중산동 주민을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중산마을 현지에서 실시된 치매 선별검사 모습

현재 중산동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소재한 ‘치매안심마을’의 모범사례로 자리 잡았다. '치매안심프렌즈'는 배회하는 치매환자를 적극 보호하고 신속히 신고하는 지킴이 역할을 수행한다. '중산고고씽'은 중산동 일반 주민들에게 찾아가 실시하는 치매 예방 교육이다. '씽씽징검다리'는 중산동 요양원 종사자 및 중산동 거주 치매환자(재가치매환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인지재활교육이다.

 

개소 1년 맞아 독거노인 방문 ‘네잎클로버’ 사업 추진

이준홍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일산동구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독거어르신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일산동구 보건소는 개소 1년을 맞아 올해 5월부터 치매가 의심되는 독거노인의 치매진단부터 돌봄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네잎클로버' 사업을 시작했다. 각 동의 행정복지센터‧사회복지협의체‧복지관‧이웃주민 등의 도움을 받아 인지저하를 보이는 독거노인을 발굴하는 사업이다.

현재 일산동구의 만 60세 이상 추정 치매 어르신 수는 약 3700명으로 관내 인구 대비 유병율은 7.76%에 달한다. 이같은 치매 환자 비율은 전국 평균인 10.0%(65세 이상 기준) 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전국 치매안심센터 가운데 가장 모범을 보이고 있는 센터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다른 센터와 마찬가지로 치매안심센터 등록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일산동구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돼 있는 치매환자는 1521명으로 추정 환자수 대비 41.11%다. 등록 환자 가운데 독거치매환자는 204명으로 전체 등록 환자의 13.4% 정도다.

일산동구 치매안심센터는 관내 환자의 등록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5월 독거치매어르신을 대상으로 '12주 집중사례관리' 계획을 수립했다. 그 일환으로 돌봄 사각지대에서 치매에 관련한 복합적인 문제를 보이는 독거 치매어르신을 방문해 인지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말벗도 되어 주는 ‘네잎클로버 동아리’ 봉사단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매주 1회, 2시간씩 독거 치매 어르신의 자택을 방문한다. 

 

이준홍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일산동구 치매안심센터 관계자와 함께 독거어르신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센터는 ‘찾아가는 신경과 무료 진료’도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찾아가는 신경과 Dr.Lee(닥터.리)'로 이름 붙여진 이 사업은 네잎클로버사업의 일환이다. 인지저하를 보이는 독거노인 집으로 치매안심센터 직원이 직접 방문해 치매선별검사, 신경인지검사(CERAD-K)를 우선 시행한 뒤 어르신들이 여러 이유로 신경과 진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 시행되는 찾아가는 진료 서비스다. 이준홍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치매안심센터 직원과 함께 독거어르신 집으로 방문해 진료를 하는 형태다.

네잎클로버 사업 담당자는 “센터 개소 1주년을 평가하면서 특히 관내 독거노인의 경우 치매증상을 조기에 인식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주위의 제안으로 센터를 찾았을 때는 이미 상당부분 증상이 진행돼 특별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사업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서비스를 통해 인지저하가 있으나 거동불편이나 검사거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치매진단검사를 받지 못했던 독거노인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치매로 진단받은 이후에는 맞춤형 사례관리팀으로 연계해 인지저하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산동구 치매안심센터 입구

일산동구보건소 안선희 소장은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치매 지원사업을 통해 환자 및 그 가족과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치매예방부터 인식개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사회안전망 구축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치매를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질환에서 이제는 당당히 맞서 싸우고, 이겨낼 수 있는 질환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소장은 “(센터가 들어서면서) 가족들과 환자분들의 자존감과 삶의 질도 향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에서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치매에 대한 걱정 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실 수 있도록 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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