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길병원은 왜 파업을 하나? … 노조 97% 찬성
가천길병원은 왜 파업을 하나? … 노조 97% 찬성
설립자 이길여씨에 대한 불만 폭발? ... 노사 합의 안되면 19일부터 총파업 돌입
  • 박수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12.13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올해 5월 출범한 가천대길병원 노조가 사상 첫 파업을 결정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는 지난 12월 3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97%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고 13일 밝혔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1383명 가운데, 1195명(투표율 96.4%)이 참여했으며, 97%인 1159명이 찬성했다.

노조측은 “쟁의행위 찬반투표 현장에는 육아휴직자는 아기를 안고, 병가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투표에 참여했다”며 “쟁의조정과 쟁의행위 찬반 투표로 총파업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가천길병원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압도적 파업 결의, 열악한 노동조건 분노 표출한 것”

노조측에 따르면 이처럼 높은 총파업 투쟁 찬성률은 800여명이 참가한 지난 12월 5일의 쟁의조정신청보고 및 승리결의대회에서 보여줬던 인력부족에 의한 노동 강도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켜켜이 쌓였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실제, 지난 8월말 조합원 등 가천대길병원 직원 1161명이 응답한 노동조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85%에 이른다. 인력부족은 곧 노동 강도로 이어진다. 여기에 초임 수준은 동급 병원과 약간 뒤쳐져 엇비슷하게 쫓아가지만 근속이 늘어날수록 낮아지는 임금구조는 노동조건을 후퇴시켜 노조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인력부족과 열악한 노동조건은 곧바로 이직의향으로 나타났다. 역시 설문조사에 따르며 이직의향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3.8%에 불과했으며 52.2%가 기회가 있으면 이직하겠다고 응답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간호직의 경우 사직순번제가 있으며 사직순번을 기다리다 지치면 무단결근으로 사직을 감행(?)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직의 이유로 설문 응답자 67.7%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꼽았다.

 

13차례 교섭에도 대부분 타협 안돼 ... “노조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이런 이유로 노동조합은 병원측과 지난 8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총 13차의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현재 임금은 물론이고 단체협약 요구안 총 108개 조항 가운데 불과 26개 조항을 합의하고 82개 조항은 미합의 상태이다. 핵심쟁점은 △인력충원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 및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제공 △노동존중 노사관계 정립을 통한 조합 활동 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고용안정 △합리적 임금체계 마련 및 적정임금 보장 △인사제도 전면 쇄신 등이다.

병상 수 기준으로 국내 Big 5 병원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천대길병원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린다는 직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천대길병원은 1400여 병상 규모이며 고용형태공시를 토대로 대략 2800여명의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지역의 같은 상급종합병원으로서 1150여 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모 대학병원과 비슷한 숫자이다.

길병원 노조 관계자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은 노동 강도 상승은 물론,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에도 차질을 빚게 한다”며 “노동조합의 첫째 요구가 적정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 및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 제공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인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측은 조합 활동과 관련, 지지부진한 단체교섭에 대해서도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측이 과거 기업노조의 단협에는 조합 활동을 폭넓게 보장했으나 지금은 최소한의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주장하고 있는 근로시간면제에 대하여 답을 주지 않고 있다”며 “이는 새롭게 설립된 보건의료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길병원 노조 관계자는 “병원측은 인사, 임금, 인력, 비정규직 등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노동조합과 함께 풀어나가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상황을 보면 교섭을 빈번하게 연기하고 요구안에 대해서 성의 있는 답변을 찾기 어렵다”고 파업 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파업 돌입 준비를 마친 길병원 노조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조정회의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19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가천길병원, 사유화된 느낌” ... 병원운영 방식 답답함 토로

가천대길병원 노조 설립은 지난 5월경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길병원에서 3억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사건이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김형식 조직2실장은 올해 7월23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길병원 직원들은 지난 4월말부터 '길병원 직원모임'이라는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자신이 겪은 갑질의 아픔을 나누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며 “그러던 중 지난 5월말 언론에 보도됐던 병원 임원진의 부정부패 사건이 터져 직원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그 이슈가 뜨거웠다”고 회고했다.

분노한 직원들은 노조 설립을 비밀리에 진행했고, 올해 5월20일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에 모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상급단체로 하는 노동조합 설립 총회를 열고 노조 설립을 선포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설립이 비밀리에 진행된 이유에 대해 “과거에도 노조가 있었으나 가천대길병원이 민주노조를 탄압해 끝내 좌초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며 설립자인 이길여씨의 병원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가천길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가천길병원은 그분이 없으면 병원도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교수 등 윗 사람들은) 맹목적인 충성을 하고 있다”며 “길병원이 개인 사유화된 느낌”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피력했다.

 

이길여씨의 성공신화 

한편, 가천길병원은 현 가천대학교 총장인 이길여씨가 1958년 세운 '이길여 산부인과'가 모태다. 한국전쟁 중에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 총장은 이후 1978년 인천 굴지의 종합병원 의료법인인 인천길병원을 설립했으며, 1982년 양평길병원, 1987년 인천 중앙길병원, 1988년 철원길병원, 1993년 남동길병원, 1995년 백령길병원을 잇따라 세웠다.

또 1994년에는 경기전문대학과 신명여자고등학교의 재단 신명학원을 인수 합병, 이사장에 취임했으며 이듬해에는 법인 명칭을 바꾸고 학교법인 가천학원을 설립했다. 이후 1998년 가천의과대학(현 가천의과학대학교)을 설립하였으며 같은해 경영난에 빠진 경기 성남의 경원학원을 인수해 이사장에 취임, 2000년에는 직접 총장에 취임했다.

이어 2010년 경원학원과 가천학원은 가천학원으로 법인을 인수 합병하고, 2011년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의 통합대학인 가천대학교의 통합승인을 받아 2012년 3월 공식출범했다. 가천대학교는 글로벌캠퍼스(성남)와 메디컬캠퍼스(인천), 강화교육원, 미국 하와이에 가천하와이교육원을 두고 있다.

이밖에 1995년 가천문화재단을 설립, 산하에 가천박물관을 건축하여 국보 제276호인 초조본유가사지론을 비롯한 각종 유물 2만여점을 보관하고 있다. 1999년에는 경영난을 겪고 있던 경기 수원 소재 경인일보를 인수하여 회장에 취임하였으며 2002년에는 가천길재단의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런 업적 덕분에 이길여씨는 성공한 여성의 우상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조직내에서 막강한 파워와 권위를 과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내에서는 ‘이길여의, 이길여에 의한, 이길여를 위한 병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