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30%도 안되는 의사협회장 선거
투표율 30%도 안되는 의사협회장 선거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5.02.2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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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열린 의협 회장 후보 합동설명회에서 후보들이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공약을 들으러 온 회원은 불과 서너 명 남짓이었다.

“(의협 회장이) 누가 되든 관심 없어요. 의협 회장 자리에 누가 앉아도 우리한테 돌아오는 게 없잖아요.”

“누가 될까 궁금하긴 합니다. 제가 아는 분이 후보로 출마했으니까. 그런데 그 분들이 자리에 오른다고 ‘민초’의사들 챙겨주기나 해요? 의약분업? 규제 기요틴? 의약분업은 10년도 넘었고, 규제 기요틴이 되든 말든 병원 살림 어려운 건 똑같잖아요. 저는 투표 안할겁니다.”

최근 들어 만나는 개원의들에게 의사협회 회장선거를 물어보면 10명 중 7명은 이 말을 꺼낸다. 심지어 일부 개원의는 회장직에 출마한 후보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달 25일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선거권 기준을 3년 연속 회비 납부자에서 2년 연속 회비 납부자로 완화하고 선거권을 기존 2일에서 3일로 늘리는 등 회원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의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투표율을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몇 번의 선거동안 투표율은 끊임없이 내려갔을뿐더러 현 38대 집행부의 최종 투표율은 28.9%로 최저 수준이었다.   

떨어지는 투표율의 원인은 무엇일까. 의료계 내부의 ‘굴절적 무관심’ 때문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굴절적 무관심’은 개인 혹은 집단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도 기대 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않을 경우 나타나는 정치적 무관심의 일종이다. 원하는 만큼 되지 않으니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독일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독일 대학생들의 투표율은 건국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선거를 하지 않는 대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데 비하면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들의 정치욕구를 꺾은 것은 교육정책의 변화였다. 독일은 1980년대 후반 장기간의 수학연한, 높은 중도포기율, 강의 불만족, 낙후된 교육 환경, 대학의 과밀화 등으로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1990년대부터 교육당국은 대학의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약을 통한 성과 중심의 대학관리, 법인형 대학, 등록금 징수 등을 실시했다. 교육을 공적 영역에서 자본·경쟁·효율성이라는 시장주의적 논리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독일 대학생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오히려 더욱 치열해진 경쟁과 업적 평가였다. 젊은 층은 좌절했고 투표장에 들어서기를 주저했다. 결국 현재 독일의 대학 경쟁은 더욱 가속화돼 유럽 국가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의료계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 의사들은 2000년 이후 의약분업, 상대가치 하락, 증가하는 의대 입학정원, 저수가, 지속적인 수가삭감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제도의 개선, 의료특화단지 건설, 의료산업화 추진 등의 정책을 폈다. 의료계에 경쟁을 붙인 것이다.

의사들은 반발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영리병원, 더 강한 수위의 수가 삭감, 일반의약품 강조였다. 의사들은 좌절했고 최근 정부는 원격의료와 규제기요틴이라는 정책을 내놓으며 더욱 의료 시장을 개방화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보궐선거에서 의사들의 투표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치학자들은 굴절된 무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을 쏟아 평평하게 만드는 길밖에 없다고 말한다.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구부러진 판을 펴는 것이야말로 ‘구부러진’ 의사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없어 야간진료까지 하면서도, 진료 실적을 올리라는 압박을 받으면서도, 하루 두세 시간씩 자며 ER(응급실, Emergency Room)을 돌아도 의협 회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결국 구불구불해진 의협의, 의사들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마지막 자구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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