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약가인하, 약은 누가 만드나?
[기자수첩] 또 약가인하, 약은 누가 만드나?
  • 이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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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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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울 기자
이한울 기자

[헬스코리아뉴스 / 이한울] 이달부터 제네릭 7656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됐다. 제약사마다 적게는 50여 개, 많게는 150여 개 품목의 가격이 내렸다. 당장 부담이 줄어든 소비자와 정부는 환영할 일이지만, 제약사들은 그 타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번 약가인하는 정부가 2020년부터 추진한 제네릭 약가재평가의 1차 결과다. 2018년 고혈압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이 검출되고 국내 제약시장에서 제네릭 난립 문제가 불거지자, 복지부는 일정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건강보험 등재 약값을 달리하는 제네릭 차등가격 제도를 도입했다.

위탁생산이 아닌 자체 생산으로 전환 후 제네릭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면 기존 약가가 유지된다. 하지만 이 중 한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15%, 둘 다 충족하지 못하면 27.75%의 약값이 깎인다. 

이를 통해 약 3000억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절감은 고스란히 제약사들의 손실로 다가온다. 특히 위탁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소제약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번 약가인하로 대부분의 중소제약사들은 손실액이 지난해 처방 매출액의 1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재평가 검토 결과에 불복하면서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집행정지가 수용된 상황이다.

업계는 어려워진 경영환경 속에서 정부가 제네릭에 대한 과도한 약가인하로 연구개발 의지마저 꺾고 있다고 불만을 토한다. 자금력이 비교적 탄탄한 대형 제약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지만, 중소제약사들이 받는 타격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2년에도 국내 제네릭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업계는 지금의 상황이 당시의 상황과 똑같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당시에도 약값은 내렸으나, 제약사들에 대한 구제책은 없었다. 

우리는 오늘날 한국의 제약산업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배경에 제네릭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오늘날 잘 나가는 대형제약사들도 제네릭을 생산·판매해 연구개발 중심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무분별한 제네릭 난립 문제 해결도 좋고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 확보도 좋지만, 정부가 건보 재정 확보를 위한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제네릭의 약값을 후려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의 과도한 약가인하 정책이 자칫 중소제약사들의 성장동력마저 꺾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미우나 고우나 복제약이 있어야 결국은 건강보험 재정에도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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