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변해야하는가-중] 벤처사도 잭팟 터뜨리는 시대
[왜 변해야하는가-중] 벤처사도 잭팟 터뜨리는 시대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19.1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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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모습을 드러낸 ‘글리벡’은 ‘페니실린’ 이후 세계 의학 및 제약사를 새롭게 쓴 가장 위대한 약물로 평가 받는다.  죽어가는 암환자(만성 골수성 백혈병/CML)를 살리는 세계 최초의 약물이다보니 일명 ‘마법의 탄환’, ‘기적의 항암제’로 불린다.

이후 세계 의약계는 제2, 제3의 글리벡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약물은 세계 첫 ‘CAR-T 치료제’인 ‘킴리아’ 이다. CAR-T 치료제는 환자 몸속에 있는 T세포가 암세포만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한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다. 2017년 8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이 약물 역시 ‘글리벡’ 개발사인 노바티스(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의 ‘작품’이다.

세계 의약계가 이처럼 혁신적 신약을 개발하고 있을 때 우리의 제약기업은 ‘현실안주형’ 생존전략으로 100년 이상을 견뎌왔다. 그 중심은 복제약 이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그 복제약이 수명을 다하고 있음을 직감한 제약사들은 일찍부터 연구개발(R&D) 쪽으로 생존전략을 수정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한미약품이다.

이 회사는 2015년 1조 원대 기술수출의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로서의 상상 할 수 없었던 초대형 사건이었다. 한국제약산업의 위기감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 이 사건은 국내 제약업계에 R&D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었고 이후 곳곳에서 조 단위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2019년 현재 한국의 제약기업은 그렇게 둘로 갈리고 있다. 연구개발 기업과 복제약 기업. 혁신하는 기업과 비혁신 기업. 이들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멀어질 게 자명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탈선열차를 바로 세워야한다.   

우리는 왜 변해야하는지, 3회에 걸쳐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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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올해는 바이오벤처들이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낸 해다. 다수 기업이 연구 개발 끝에 얻어낸 신약후보 물질로 잭팟을 터뜨리며 "바이오벤처는 상업화 능력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바이오벤처는 규모도 자금도 국내 중소제약사들보다도 훨씬 작다는 점에서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얼마나 현실에 안주해왔는가를 보여준다. 

 

바이오벤처 4곳 '잭팟'
기술수출 6조원 규모

올 한해 바이오벤처 4곳의 기술수출 규모는 5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5조4000억원)를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바이오벤처 알테오젠은 지난달 29일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기술'에 대한 13억7300만달러(약 1조6190억원) 규모의 비독점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같은 달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중국 제약사 심시어와 이중융합 면역항암제 'GI-101'의 중국 지역 독점개발 권리를 7억9600만달러(약 9393억원)에 기술 이전했고, 큐라티스는 성인 및 청소년 결핵백신 'QTP101'의 독점판권을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에 이전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11월에만 3조7000억원이 넘는 기술수출이 이뤄진 셈이다.

지난 7월에는 브릿지바이오가 베링거인겔하임에 특발성 폐섬유증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을 11억4500만유로(약 1조5183억원)에 기술 이전하기도 했다.

이밖에 올릭스는 프랑스 업체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에 황반변성 신약후보물질 'OLX301A'를 6300만달러(약 752억원)에, 레고켐바이오는 미국 업체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에 ADC원천기술 'ConjuALL'을 4억400만 달러(약 4822억원)에 각각 기술수출했다.

이를 더하면 실제 국내 바이오벤처들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6조원에 육박한다.

 

제품 없는 벤처기업
개발비는 어떻게?

바이오벤처들의 특징은 별다른 제품이 없이 R&D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출은 제품 판매가 아닌 기술수출 수수료나 계약금 등으로부터 발생한다.

이들 바이오벤처의 매출액은 적게는 10~20억원 많게는 수백억원 정도다. 그런데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하기 일쑤다.

그런데도 이처럼 연구개발에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이유는 외부 펀드나 벤처캐피탈(벤처기업에 주식투자 형식으로 투자하는 기업 및 자본, VC)을 통한 외부 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시장 상장을 시도하는 바이오벤처들이 줄을 잇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누적 기준 벤처캐피탈의 업종별 투자 비중은 바이오 의료분야가 2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22.2%, 유통서비스 20.1%, 영상 공연 음반 9% 등의 순이었다. 올해 10월까지 벤처캐피탈의 신규 투자 금액 3조5249억원 가운데 바이오 의료 분야에 9841억원이 투자됐다.

바이오벤처는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R&D 과제 수행에도 적극적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을 살펴보면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전체 모집단(생존 기업 1665개) 중 2009~2015년까지 1개 이상의 정부 R&D 과제를 수행한 기업은 모두 1207개 기업으로 약 72%가 9579개의 정부 R&D 과제를 수행했다.

이 기간 정부가 바이오벤처에 지원한 금액은 총 2조477억원에 달한다. 바이오 중소·벤처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매년 약 2925억원씩 투자받은 셈이다.

 

돈 없어 개발 못 한다? 
기술 역량과 의지 문제

반면 전통 제약사들은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인색하다. 특히 중소 제약사로 갈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검증도 제대로 안된 오너 2·3세가 물려받은 사업을 움켜쥐고 혁신을 외면하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무능의 극치를 보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제약사는 주식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수년이 지나도 주가가 제자리걸음이다. 거래량은 바이오벤처 기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제네릭 위주의 사업구조에 의존하다 보니 내세울 기술력이 없어 외부 투자기관으로부터 자금 유치도 녹록지 않다.

그나마 신약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상위 제약사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구개발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상당수 중견·중소 제약사들은 도전 자체를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소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간 기술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워낙 낮다보니, 복제약을 만들어 파는 것도 벅차다. 이런 복제약의 상당수는 한때 ‘똥약’ 취급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제네릭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제네릭으로 돈을 벌어야 신약 개발에 투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한다.

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을 통한 해외 시장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위험부담이 크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중소 제약사들도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R&D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지금부터 바로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개량신약을 개발하거나 바이오벤처와 손을 잡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소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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