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②] 소아외과 의사 찾기 하늘에 별따기
[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②] 소아외과 의사 찾기 하늘에 별따기
[인터뷰]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정재희 교수

“의사 부족으로 1년 365일 아플 수도 없어”

“진료인력 충원 힘들어 명맥 이어질까 걱정”

“건강한 미래 세대 위해 정부 차원 지원 절실 ”
  • 서정필
  • admin@hkn24.com
  • 승인 2019.12.16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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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의 감소로 우리나라 소아 숫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자녀 건강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만큼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자녀의 증상을 알리고 서로 그에 맞는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정부는 서울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전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을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운영 중이며, 소아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진료과 중 하나로만 받아들여지던 소아과도 '소아안과', '소아치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과’ 등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장에서 어린이 환자를 만나는 전문의들은 소아 인구 감소로 인한 적자 발생과 소아 진료를 전담할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소아 전문 진료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소아진료.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시리즈에 담았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정재희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외과에는 세부전공이 많다. 간담도췌장외과, 위장관외과, 대장항문외과, 유방외과, 내분비외과, 이식혈관외과, 외상외과 등 각 분야 별로 전문적이고 질 좋은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소아외과도 이 세부 전공 분야 중 하나다. 언뜻 보면 저연령대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배려를 위해 비슷한 질환을 주로 치료함에도 진료과만 나눠놓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소아외과, 선천성 질환과 저연령 다발 질환 다뤄

소아외과는 다른 외과 세부 분과에서 담당하기 힘든 소아선천성 질환과 저연령 다발 질환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곳이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정재희 교수는 “소아외과는 18세 이하의 소아 및 청소년의 외과질환에 대한 진단과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선천성기형, 탈장, 소아외상, 소아종양, 소아장기이식 등 다양한 질환을 다룬다”며 “소개한 병증들 대부분은 소아외과에서만 적절한 처치 또는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증”이라고 말했다.

물론 환아들이 일반외과를 찾아가도 어떤 병증인지 진단할 수는 있다. 다만 처지 및 수술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소아외과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소아외과에서 다루는 병증들

선천성 기형
▲식도폐쇄 ▲항문폐쇄 ▲장무공증 ▲복벽기형 ▲선천성 거대결장 ▲중장염전 ▲선천성 담도폐쇄 ▲총담관 낭종 ▲새열기형 ▲갑상설하낭종

복벽기형(왼쪽)과 선천성 횡격막 탈장(오른쪽)

탈장 및 소아질환
▲서혜부탈장 ▲유문협착증 ▲장중첩증 ▲급성충수돌기염 ▲메켈씨게실

소아종양
▲신경모세포종 ▲윌름씨종양 ▲간모세포종 ▲기형종 ▲육종 ▲림프혈관기형

신생아 복강경수술 모습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소아장기이식
▲신장이식 ▲간이식 ▲소장이식 ▲다장기이식

소아외상

 

“진료 특성상 다학제 진료 필요”

정 교수에 따르면 소아외과에서의 진료는 신생아 등 저연령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술은 물론, 모든 진료 절차가 초긴장 상태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의료진들의 경험과 서로간의 호흡이 어떤 진료과보다 중요하다.

정 교수는 “다른 진료과를 보면 한 시간에 환자 20분 정도 본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곳은 4~5명 보기도 힘들다. 일단 환자 한 명당 최소한 10분은 걸린다. 일단 들어와서 어디가 안 좋은지 보거나 상처소독을 하려면 울며 버티는 아기를 여러 명이 힘 모아 잡아야 하고 또 선천성 질환의 경우 부모님들이 병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자세히 설명도 드려야한다”고 소아진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 교수는 소아외과 진료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한 조건으로 특히 소아마취과 전문의와의 호흡을 강조했다.

“일단 아이들이 어릴수록 마취를 하지 않으면 CT, MRI 등 특수검사나 미세한 병증부위에 대한 처치를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소아환자에 대한 진정 및 마취는 노하우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고 또 저와 호흡도 잘 맞아야 해서 경험 많은 소아마취과 전문의가 필요하지요.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곳에서는 특히 저 혼자 잘 해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어요.”

뿐만아니라, 선천적 질환을 앓는 환아들의 경우에는 다학제 진료를 해야한다. 선천적 질환을 가진 환아는 외과적 질환 이외에 여러 동반질환들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서울성모병원도 ‘선천성 질환센터’를 운영하며 여러 진료과가 협진하는 다학제 진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정 교수는 “출산 전에 발견된 기형들과 관련된 여러 과의 전문의들이 모여 출생 전후 치료방침을 논의하고, 분만 전에 산모 및 보호자에게 진단 및 치료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공유한다”며 “이를 통해 의료진도 미리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데 선천적 질환을 겪는 환아의 경우에는 이러한 과정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소아외과 분명히 필요하지만, 아직 보편화되지 못해”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정재희 교수

정 교수는 “소아외과가 일반인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대한소아외과학회’가 생긴 것은 벌써 35년이나 됐다”며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일찍부터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공감대를 넓히고 더 많은 병원에 진료과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 인력 배출과 충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속해서 인력이 안정적으로 배출되고 충원돼야 진료와 교육의 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는데 첫 단추부터 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현재 소아외과가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는 병원은 전국에 모두 30개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보니 같은 외과 전공의라고 해도 소아외과가 없는 병원에서 수련 과정을 거치면 이 전공에 대해 접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며 “관심이 있다 해도 소아외과를 전공으로 택할 경우 전공을 살려 개원을 하거나 대학병원 이외의 병원에서 봉직의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우니 결정이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출산율 저하로 소아 환자수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도 소아외과가 보편화되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다른 소아진료과 모두가 겪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외과의 경우는 더욱 해결이 힘들다.

정 교수는 “날로 출산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규모가 큰 병원이라도 소아 전문 진료과를 신설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다”라며 “세부전공을 막론하고 외과 자체도 다른 진료과에 비해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소아외과의 경우는 소아진료과 중에서도 신설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력 충원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 정부 차원 지원 절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수술방으로 옮기지 못하는 위독한 상태의 신생아에 대해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인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보니 담당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고, 휴식이나 요양이 필요해도 충분히 쉴 수 없는 일이 자주 생긴다.

정 교수는 얼마 전 자신이 다리 골절상을 당해 좀 더 회복기간이 필요했지만 대체할 인력이 없어서 2주만에 복귀하고, 3주 만에 다시 수술을 집도했던 경험을 설명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인력 충원 시스템 정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문했다.

정 교수는 “혼자 모든 환자를 담당하다보니, 1년 365일 아플 수도 없는데 아마 전국에서 소아외과를 담당하는 모든 의료진들이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며 “소아외과의 필요성에 누구보다 공감하고 또 선천적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 치료에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는 분들 덕분에 (지금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는 있지만 더 이상 그런 개인의 결단에만 기대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소아외과 전문의들 모두의 생각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건강한 미래세대를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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