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①] “어린이 치료는 어린이병원에서”
[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①] “어린이 치료는 어린이병원에서”
[인터뷰]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

"미래 세대 소아 진료 효율보다 공공성 관점에서 봐야"
  • 서정필
  • 승인 2019.12.12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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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의 감소로 우리나라 소아 숫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자녀 건강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만큼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자녀의 증상을 알리고 서로 그에 맞는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정부는 서울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전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을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운영 중이며, 소아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진료과 중 하나로만 받아들여지던 소아과도 '소아안과', '소아치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과’ 등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장에서 어린이 환자를 만나는 전문의들은 소아 인구 감소로 인한 적자 발생과 소아 진료를 전담할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소아 전문 진료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소아진료.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시리즈에 담았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소아안과, 소아치과, 소아신경정신과, 소아흉부외과, 소아비뇨기과···. 요즘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을 찾아가면 이름도 생소한 진료과목이 시선을 끈다.

흔히 소아진료라고 하면 소아청소년과를 떠올리던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게 뭐지”라는 반응이 나올법도 하다. 그만큼 소아진료의 과목이 세분화된 까닭이다. 

그렇다면 소아진료는 성인진료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김민선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우리나라 소아진료의 문제점과 개선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선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우리나라 소아진료의 실태와 개선해야할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소아 진료는 접근 방법부터 달라야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는 “성인진료와 달리 소아진료는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말한다. “질환군도 다르고 또 치료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검사에 필요한 도구들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어린이 환자의 병증 중에는 희귀질환도 많고 희귀질환에 분류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은 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며 “성인은 질환 당 환자수가 많기 때문에 프로토콜대로 진료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반면, 소아에서는 질환 당 환자 수도 적을 뿐 아니라 연령 등 변수가 많아 환자 개인별로 세심한 판단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진단검사의학과

 

달라도 너무 다른 소아진료 ··· 더 많은 시간과 노력 필요

소아환자의 경우 혈압을 재는 것부터 몸무게를 측정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성인 환자를 진료할 때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혈압 측정 시 팔에 두르는 커프도 어린이 연령대에 따라 종류별로 구비해야하고 약을 쓸 때도, 성인 기준으로 생산된 제품을 자른 뒤 적당량을 몇 번 확인 후 처방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성인은 제약회사가 내놓은 의약품을 용법·용량대로 쓰면 별 문제가 없지만, 소아들은 약물 투여량이 조금만 달라도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이는 같은 질환을 치료해도 소아들을 치료할 때는 성인에 비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더 소요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의 진료 공간은 가능하다면 성인 진료 공간과 완전히 독립돼 수술실이나 응급센터까지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된 곳은 세브란스병원과 아산병원을 비롯해 더 많지만 진료공간이 분리된 곳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과 양산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 두 곳 뿐”이라며 “더 효율적인 진료를 위해 ‘독립형’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진료과에 소아 전문 의료진 있어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전광판

김 교수는 무엇보다 모든 진료과에 소아전문 의료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같은 고관절 질환이라도 성인의 경우는 뼈가 다 자란 상태인데 반해 어린이는 뼈가 자라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이 15개 세부분과가 있는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소아외과, 소아안과, 소아피부과 등 모두 16개의 진료과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갈수록 어린이 환자 줄어 들텐데 ···”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응급센터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응급센터

이처럼 어떤 진료과든지 어린이 전문 진료가 필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지금처럼 저출산 흐름이 이어지면 어린이 환자들도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지원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대형병원들은 적자가 발생해도 다른 곳에서 메울 수 있지만, 도시보다 출산율이 더 낮은 지방병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도 검사나 진찰 시간이 더 소요돼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환자수까지 줄게 되면 유지 자체가 힘들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 관점으로 바라봐야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아진료가 성인진료와 다르고, 해당 전문 역량을 갖춘 의료진 배출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료 특성 상 소아진료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고 특히 미래세대인 소아의 진료는 효율성보다 공공성을 더 중시하는 방향에서 바라 보아야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어린이는 어린이병원에서 특성에 맞는 진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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