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치료 어디까지 왔나②] "2000년 기점으로 치료기술 급속 발전"
[희귀질환치료 어디까지 왔나②] "2000년 기점으로 치료기술 급속 발전"
[인터뷰] 아주대학교 유전학클리닉 손영배 교수

1994년 고셔병 치료제 이후 치료제 개발 이어져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 거점센터 건립 등 추진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7.08 0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들은 ‘희귀질환’에 대해 불치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은 그 종류만도 약 7,000~8,000여 종에 달하고 그 중 대부분이 원인을 찾기 힘든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온 전문의들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의술의 발달로 여러 질환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여러 재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관리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단-관리 인프라 구축이 더욱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2019년 현재 우리 사회는 희귀질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희귀질환 환자와 그 보호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노인의료에 이어 ‘희귀질환’에 대해 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아주대학교 유전학클리닉 손영배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아주대학교 유전학클리닉 손영배 교수(의학유전학과)와의 인터뷰는 손 교수의 외래진료가 끝나고 진행됐다. 손 교수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지켜본 환자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환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의 친근한 음성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가까운지 그대로 느껴졌다. 

손 교수로부터 희귀질환의 정의와 범주 그리고 200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제 개발이 얼마만큼 발전했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Q 먼저 희귀질환의 개념에 대한 설명부터 부탁드린다.

손영배 교수(이하 손): 희귀질환이란 말 그대로 환자 수가 많지 않은 병을 말하고 현재 알려진 것만 7000~8000가지에 달합니다. 그 중 80%가 유전질환이고요. 나머지 20%는 면역 이상 질환 등이고요. ‘희귀질환관리법 제2조’에 따른 ‘희귀질환’이란 유병(有病)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한 질환을 말합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설명하는 희귀질환 특징 7가지

1. 80%이상이 유전적이거나 선천성 질환이다.
2. 전문가가 부족하다.
3. 진단을 받는데 조차도 어려움이 있다.
4. 치료법/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5. 치명적이거나 장애를 초래한다.
6. 비급여 약제가 많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7. 질환의 종류는 많으나 질환별 환자수가 적다.

(출처 :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 헬프라인 페이지)

Q. 그렇다면 그 많은 유전질환 환자들을 모두 보시게 되는지요?

손 : 아 그렇지만 않고요. 희귀 유전질환 전체를 포괄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주로 많이 보는 질환이 있습니다. 또 아직까지 진단을 받더라도 치료 방법이 없는 병들도 없지 않아서 주로 병원에는 치료제가 있거나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염색체 이상질환, 뮤코다당증 등 치료제가 있는 리소좀축적질환이나 유전성 대사이상질환 환자들이 자주 찾아옵니다.
 

아직 희귀질환 전문진료과 많이 부족
질병관리본부 차원 '거점센터' 지정 등 노력 시작

Q. 사전에 조사해 본 결과 희귀질환 환자들이 찾을 수 있는 이곳과 같은 진료과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맞는지요?

손 : 정확한 데이터를 알지 못해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기는 힘들지만 부족한 것은 확실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부터 어떤 지역에 거주하는 희귀질환 환자라도 불편하지 않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Q. 희귀질환인지 아닌지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단 후 관리와 처치도 그만큼 중요할 것 같은데, 환자들이 모두 희귀질환 전문 진료과가 있는 병원 근처에 살수는 없는 현실에서 혹시 다른 2차병원 등에서 해당하는 관리와 처치를 받을 수가 있는지요?

손 : 쉽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희귀질환이다 보니 이 병증에 대해 알고 있는 의사의 숫자 자체가 너무나 적습니다. 그래서 이 병에 대해 알고 있고 제대로 처치해 줄 수 있는 의사가 있는 병원 숫자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 권역별 거점센터를 만들어서 환자들이 이곳으로 모일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적어도 2차 병원에서는 기본적인 진단과 처치가 가능하게 하고 최소한 우리 같은 거점센터로 연결하는 기능을 담당할 수 있게 하는 노력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병원을 비롯해서 서울대학교병원, 인하대학교병원, 충남대학교병원, 충북대학교병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인제대학교부산백병원, 양산부산대학교병원,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전북대학교병원, 제주한라병원 등 11곳이 거점센터로 지정돼 있습니다.

 

고셔병, 뮤코다당증, SMA 등 치료제 속속 개발

Q. 희귀질환 중 처음 의사 생활을 시작하던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 가장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진 질환이 있다면?

손 :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질환 중 하나인 리소좀 축적질환(LSD; lysosomal storage diseases)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질환 안에는 뮤코다당증(MPS)등 50~60개 세부 질환이 속해 있는데요. 1994년에 처음 고셔병 치료제가 만들어 진 이래 2000년대 넘어오면서 MPS 1형, 2형, 4형, 6형, 파브리 등 10가지 병증들에 대한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 개발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이전에는 진단은 해도 치료제가 없었던 병증들이었지요. 리소좀 축적질환 이외에도 듀센형 근육병이라든지 척수성 근육위축증(SMA) 등에 대한 치료제도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시장성' 인식 달라져 ... 제약회사도 적극적 치료제 개발

Q. 이전 전화인터뷰에서 빠른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바 있다. 과거에 비해 희귀질환인지 아닌지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발전했는지, 그리고 진단은 거주하는 지역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손 : 진단 기술이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 보통 거점센터 정도에 와야 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의료 종사자들 내에 인식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의심이 생길 경우 우리 병원 같은 전문 진료과를 소개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보통 희귀질환치료제(Orphan Drug)는 임상 진행이 쉽지 않고 설령 개발이 된다 하더라도 환자가 많지 않아서 제약회사들이 개발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손 : 아, 그런데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그렇게 분석하는 게 맞았는데요. 제약 회사들 생각이 좀 달라졌다고 할까요? 전에는 말씀하신대로 환자 자체가 적어서 만들더라도 수익성이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좀 우리 환자들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병을 앓고 있다 보니 한 번 투약을 시작하면 평생 맞아야 하는 거니까 제약사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요가 확보되는 것이고 그것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뀐 겁니다. 그래서 여러 제약사들이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손 : 보통 희귀유전질환의 경우는 발병 후 진행속도도 빠르니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되도록 빨리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진단받더라도 너무 낙담하지 말고 앞에 말씀드렸듯이 특히 2000년 중반을 넘기면서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진단 기술도 발전하고 있으니 희망을 갖고 꾸준히 관리와 치료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
여론광장
오늘의 단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