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치료 어디까지 왔나①] "마냥 죽음만 기다리는 병 아닙니다"
[희귀질환치료 어디까지 왔나①] "마냥 죽음만 기다리는 병 아닙니다"
현재 밝혀진 희귀질환 종류만 7000~8000개

불치병 또는 생존가능성이 낮은 병으로 인식되는 경우 많아

2000년대 이후 치료제 개발 활발

전문의들 "관리 잘하면 일상 생활 충분히 영위 가능"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7.05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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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희귀질환’에 대해 불치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은 그 종류만도 약 7,000~8,000여 종에 달하고 그 중 대부분이 원인을 찾기 힘든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온 전문의들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의술의 발달로 여러 질환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여러 재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관리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단-관리 인프라 구축이 더욱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2019년 현재 우리 사회는 희귀질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희귀질환 환자와 그 보호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노인의료에 이어 ‘희귀질환’에 대해 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애가 아무래도 이상한 거예요. 7개월인데 움직이지를 않아. 집 근처에 대학병원이 있어서 갔는데, 거기서도 그냥 일단 지켜보기만 하자고 해. 아무래도 이상한데, 이상한데...하다가 식구 중에 의사가 있는데 미국에서 한 번 진단을 받아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갓난쟁이를 안고 미국으로 갔어요. 거기서 척추성근위축증(SMA)이라는 걸 알았어요. 아 다행이지요. 그래도 애가 왜 그러는지는 알았으니...그런데요, 거기서도 진단은 됐는데 치료 방법은 없대요. 앞이 안 보이더라고요. 그게 35년 전입니다.”
 

연세대 호킹, 35년간의 기다림

생후 1년도 되지 않아 아들에게 희귀병인 척추성근위축증이 있음을 안 뒤 지금까지 아들을 뒷바라지 해온 ‘연세대 호킹’ 신형진 씨의 어머니 이원옥 여사의 이야기다. 신씨는 2002년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해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휠체어에 앉은 채 눈동자의 움직임을 읽어 컴퓨터를 작동하는 ‘안구 마우스’와 화상 키보드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의 도움으로 강의를 소화해 ‘연세대 호킹’으로 불린다.

이 여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드디어 아들에게 생애 최초로 치료제를 처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고 기뻐했다. 신씨는 지난달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첫 심사를 받았는데 5월 말부터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져 강남세브란스 병원 호흡재활센터에 잠시 입원한 탓에 일단 심사가 보류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회복하여 다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 병을 진단받은 지 35년 만이다.

 

희귀질환 종류 7000~8000가지
개발된 치료제는 단 5%

아주대학교병원 유전학클리닉 손영배 교수.
아주대학교병원 유전학클리닉 손영배 교수.

하지만 모든 희귀질환에 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물론 아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여러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전체 질환 중 5%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대부분의 희귀질환 환자와 보호자들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숙명 같은 ‘기다림’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거나 약이 개발됐다고 해도 비싼 약값의 문제가 남아있어 그림의 떡으로 약을 바라보는 경우도 많다.

아주대학교병원 유전학클리닉 손영배 교수(의학유전학과)는 “그래도 세상에 많이 알려진 조로증, 루게릭병, 배체트병 이외에도 세계보건기구에서 추정하고 있는 희귀질환의 종류는 약 7,000~8,000여 종에 달한다”며 “이 중 80%는 유전질환이라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에 때문인지 사람들은 아직 ‘희귀질환’으로 진단 받기도 힘들고 설사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다시 한 번 절망하게 되는, 그래서 불치병 또는 생존가능성이 낮은 병으로 인식한다.
 

죽음 기다리는 병이라는 인식 바뀌어야
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생활 충분히 가능

하지만 손 교수를 비롯해 기자가 만나본 현장 전문의들은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병증에 대한 개선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재활치료 시스템의 발달로 일찍 진단해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면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과 그를 통한 희귀질환 치료 인프라 강화”라고 입을 모았다.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재활의학과 최원아 교수.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재활의학과 최원아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를 담당하고 있는 최원아 연세대학교 재활의학과 교수는 “계속해서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는 추세인데, 설사 개발되더라도 병증이 더 많이 진행되면 치료제를 써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된다”며 “지속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관리를 하고 하지 않고는 예후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제가 관리하는 1,000여 명의 호흡재활 환자 중 많은 이가 희귀병을 앓고 있는데, 대부분은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아니라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으며 보통 사람들처럼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며 “희귀질환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의들의 말을 종합하면 희귀질환은 죽음을 기다리는 병이 아니다. 질환의 종류에 따라 치료율에 차이는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질환이다.  

2019년 여름, 우리나라 희귀질환의 치료 실태를 시리즈로 집중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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