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국제약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3세 경영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국제약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3세 경영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5.24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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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오너 일가가 직접 챙긴 리베이트 ... 60년 역사에 오점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최근 제약업계는 세대 교체가 한창이다. 젊은 경영인들은 기대반 우려반 속에서 기업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각자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나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법적인 수단으로 자신의 입지를 세우려 한 오너 3세가 있다. 국제약품 남태훈 대표의 이야기다. 국제약품은 지난해 오너 일가가 주도해서 리베이트를 챙겨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윤리경영을 표방하는 업계의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보였다.

지난해 10월, 경찰은 국제약품이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에 42억8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다.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이고도 계획적인 리베이트였다.

경찰 수사결과 국제약품은 본사에서 전국 영업지점을 수직적으로 관리하며 특별상여금, 본부지원금, 출장비 등의 명목으로 영업사원에게 비용을 지급한 뒤, 실비를 제외하고 다시 회수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베이트는 대표이사의 승인을 받은 후 진행됐다.

당시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리베이트에 연루된 남태훈 대표이사 등 국제약품 임직원 10명, 의사 106명 등 모두 127명을 입건했다. 아울러 경찰은 보건복지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제약품에 대한 판매업무정지 및 해당 의사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국제약품은 이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 상처를 남겼다. 경영일선에 등장한지 2년도 채 되지 않는 젊은 오너 3세의 ‘철없는 행동’이 빚어낸 참극에 다름 아니었다.

 

오너 3세 남태훈 대표, 불법으로 얼룩진 출발점

1980년생인 남태훈 대표(39세)는 남영우 국제약품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 남상옥 회장의 손자다. 그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대 보스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어린나이에 국제약품에 입사, 마케팅과 기획, 영업분야에서 경영을 배웠다. 이후 2015년 공동대표, 2017년 1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남 대표는 경영일선에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유망한 젊은 오너 3세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페이스북 등 SNS에 자신의 경영방식과 브랜드 사업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 “젊은 사람은 역시 다르구나”하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동안 언론에 비춰진 국제약품의 경영방식이 워낙 보수적이고 폐쇄적인터라, 그의 이런 행보는 뭔가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던 것.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사장 취임 첫 해부터 리베이트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7년 국제약품은 리베이트와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세무조사 형식이긴 했지만 직원의 내부 자료 제보로 인한 수사였다고 알려진다.

이 의혹은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변화를 외면하고 과거의 영업방식에 기대어 온 기업의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이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남 대표는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기 불과 3개월 전인 2018년 7월 부패방지 법규 및 CP 규정 준수, 부정한 청탁금지 등의 선서로 준법경영 실천 의지를 다진바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의 충격적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남 대표의 윤리경영 선언은 경찰 수사를 완화하기 위한 일종의 ‘연막작전’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창업주 고 남상옥 회장, 5·16 군사정변 자금 조달 

국제약품의 리베이트는 남태훈 대표 훨씬 이전부터 고착돼 온 것이다. 국제약품은 지난 2013년에도 리베이트 혐의로 식약처로부터 의약품 1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받는 전력이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제약품에서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온 리베이트의 실질적인 책임이 사실 남영우(78) 명예회장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남영우 명예회장은 창업주 고 남상옥 회장의 장남이다. 그의 부친인 고 남상옥 회장은 1959년 7월 국제약품을 세웠다.

남상옥 회장은 1961년 5·16 군사정변 당시 군부에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며 박정희 시대가 열리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민간인 자금 조달 일등공신으로 알려진 그는 같은 해 국가재건최고회의 재정경제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고, 1968년에는 공개입찰에서 서울 장충동 타워호텔(현 반얀트리클럽앤스파 서울)을 인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남상옥 회장은 이후에도 재계의 여러 인사들과 손잡고 기업을 인수하고 신한투자금융을 설립하는 등 생전에 사업가로서 탄탄대로를 걸어 왔다. 모두가 박정희 정권을 도운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버지가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면, 국제약품의 제약사업을 본격화한 건 남영우 현 명예회장이었다. 부친의 뒤를 이어 1975년부터 2세 경영에 뛰어든 그는 같은 해 국제약품을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회장직을 이어 받은 건 1984년 부친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였다. 그는 1986년 중앙연구소를 세우고 연구개발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진다.

남상옥 회장은 슬하에 둔 4남 2녀 중 장남 남영우 회장에게 제약회사를, 차남인 남충우(전 타워호텔 사장)씨에게 호텔을 물려줬다. 3남 남철우씨는 2000년 초반 두 차례 국제약품의 대표이사를 맡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직책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다른 자녀 또한 국제약품의 경영에 크게 관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너 3세 경영 승계, 지주회사 역할 ‘우경’ 지분 확보가 관건

국제약품은 2년 전,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를 열긴 했지만 지분 승계 퍼즐은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건 국제약품 지분 23.78%를 보유한 우경이다. 남영우 명예회장은 국제약품 지분 8.52%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남태훈 대표는 2.04%를 보유하고 있다.

우경은 2017년 말 기존에 국제약품의 최대주주였던 효림산업의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한 회사로, 국제약품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우경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최대주주는 남영우 명예회장(52.09%)이다. 이어 효림산업(33.34%), 친인척 관계인 박병식(9.38%)씨, 남덕우(3.13%)씨, 남승우(2.06%)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우경은 특수관계자 등 창업주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가족회사인 것이다.

 

국제약품 지배구조
국제약품 지배구조

우경에 대한 남태훈 대표의 지분율은 아직 0%다. 하지만 남태훈 대표가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28.9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효림산업이 우경에 대한 지분 33.34%를 보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남 대표가 향후 비상장사인 우경의 지분을 우회 보유하는 간접승계 방식을 통해 국제약품과 지주회사에 대한 취약한 지분율은 해결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로 실적도 ‘빨간불’

국제약품은 불법 리베이트 사건으로 실적에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약품은 2010년 매출액 1321억원을 정점으로, 지난 10여년간 성장 자체가 정체돼 있다. 그나마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매출액은 리베이트 사건이 터진 지난해 급락하면서 최근 7년 중 가장 낮은 액수인 1077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이 기간 경쟁기업들은 매출이 2~3배까지 치솟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국제약품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1321

1049

1268

1205

1224

1176

1207

1233

1077

영업이익

83

26

-147

11

-14

21

40

26

33

당기순이익

43

10

-189

17

-69

-59

8

10

22

R&D비용

18

19

25

27

39

34

44

66

61

R&D비율

1.3

1.9

2.1

2.3

3.2

2.9

3.7

5.3

5.7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대비 증가했지만 전체적인 그래프를 살펴보면 기준 없이 들쑥날쑥한 형태다. 특히 2012년에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각각 -147억원, -18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듬해 잠시 흑자로 돌아섰지만 2013년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연구개발에 있어서는 남 대표가 대표직에 오른 2017년부터 비용을 조금씩 높여가는 추세다. 국제약품의 R&D 투자비율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1%에서 3%대를 오가다가 2017년부터 5%대에 진입했다. 약 10년 전에 비하면 5배 가까이 오른 수치이지만 경쟁기업들과 비교해보면 투자액 자체가 여전히 초라하다.

 

2020비전 달성 불투명 ... 성장동력 불확실

올해 국제약품의 매출 목표액은 1300억원이다.

남태훈 대표는 올해 초 시무식에서 “조만간 출시 예정인 점안액 개량신약 ‘레스타포린’을 시작으로 고지혈증·당뇨병치료복합제 ‘크레비스정’, ‘DPP4’ 억제제 우선판매권 획득 등은 국제약품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의 목표는 당초 국제약품이 세운 ‘2020 비전’과 맞물려 있다. ‘2020비전’은 남 대표가 사장으로 취임하던 2017년 밝힌 것으로, 2020년까지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써 이런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매출액, 신통치 못한 계열사 성적표, 대표의 불법 리베이트 주도 파문 등 잇따른 악재가 겹친 결과다.

오히려 업계 안팎에서는 국제약품이 제약회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국제약품은 현재 항생제, 점안제, 순환기용제, 당뇨병치료제, 소염제 등 전문의약품의 생산·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국제약품은 특히 황반병성이나 녹내장 치료제 등 안과 분야에 강점이 있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안과 제품은 ‘타겐에프연질캅셀’, ‘큐알론점안액’, ‘레스타포린점안액’ 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복제약(제네릭) 인데다 블록버스터 제품도 없는 터라, 성장동력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 화장품사업 등 제약업 이외 몇몇 사업도 병행하고 있으나 실적은 신통치 않다.

전문의약품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국제약품 입장에서 현재 넘어야할 가장 큰 산은 아직 마무리 되지 않는 리베이트 사건이다. 지난해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를 검찰이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강도에 따라 향후 회사 운영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약품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리베이트 (수사) 결과가 나오는 시기가 다가오다 보니까 회사가 위축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들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크게 움츠러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산도 축소운영 중이지만 R&D는 늦추지 않고 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국제약품은 어디로 갈까? 업계에서는 마케팅은 물론 홍보와 R&D 등 기업 경영체계 전반을 뜯어 고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기업을 딱 짚어서 말 할 수는 없지만, 오너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경영을 좌지우지했을 때의 위험이란 이미 알려진 것”이라며 “개인은 물론 기업 역시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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