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병원도 '컨셉팅' 시대
이젠 병원도 '컨셉팅' 시대
'마케팅'보다 '컨셉팅'이 더 중요해지는 흐름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전달한지 고민해야

환자 마음 사로잡을 콘셉트 연구에 중점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5.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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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환자들이 진료 받을 병원을 고를 때 의료진의 실력이나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병원의 분위기나 병원이 지향하는 가치까지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병원들은 다른 병원과 구별되고 환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는 나름대로의 ‘콘셉트’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마케팅’보다 ‘컨셉팅’이라는 소비 트렌드 흐름이 병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컨셉팅’이란 컨셉트(Concept)와 마케팅(Marketing)의 합성어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올해 핵심 키워드로 '컨셉팅'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히 상품의 장점이나 판매량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세심한 감수성을 움직이고 소비에 의미를 부여하는 '컨셉팅'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병원들은 '어떤' 의료서비스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넘어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문을 열었거나 리모델링한 병원들에서 오픈 전 주요 콘셉트를 정하는 작업은 이미 선택인 아닌 필수과정이 됐다. 같은 소속 병원이라도 위치한 지역과 주 고객층에 따라 다른 콘셉트로 병원을 꾸미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케팅보다 컨셉팅, 이제 선택 아닌 필수

서울 강남과 부산 동래에 두 개의 병원을 두고 있는 ‘벧엘피부과’의 사례가 그렇다.

두 벧엘피부과는 "보이는 행복 이루는 병원" 이라는 슬로건과 CI는 같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다른 맞춤 콘셉트 전략을 쓰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서울 벧엘피부과는 강남이라는 지역 특성과 ‘피부에 관심이 많은 젊은 직장인, 그리고 40대와 50대 여성들이 주요 고객층’이라는 점을 감안해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밝은 피부톤을 상징하는 흰색을 기본 색상으로 배치했다.

 

서울 역삼동의 벧엘피부과 프론트 전경

이곳에서 환자들은 병원 곳곳에 설치된 20여 대의 대형 LED 화면을 통해 병원 어디에 있든지 궁금했던 피부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환자 특성에 맞춰 대기실을 신규고객, 기존고객 그리고 1인 대기실로 분리한 것이다. 이 병원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토토다우드 김기출 소장은 “치료 경험 정도에 따라 환자들이 얻고 싶은 정보가 다르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대기하고 싶은 분들도 있다는 점을 배려해 이렇게 공간을 배치했고 각 대기실마다 다른 내용의 영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환기 및 방음에 특별히 신경 쓴 것도 서울 병원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주 고객층이 중장년, 노년층인 부산 병원의 경우에는 환자 한 명 한 명에 집중해 각 진료실마다의 다른 밝기, 빛 색상을 사용했고 고객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모던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부산 동래 소재 벧엘피부과 로비 

 

최근 문을 연 대형병원, '환자 중심' 콘셉트 강조

올해 나란히 문을 연 은평성모병원과 이대서울병원도 마찬가지다. 두 병원은 시대 흐름에 맞게 ‘환자들이 편히 최첨단 치료를 받으며 쉼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환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우선 두 병원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병원 곳곳에 자연채광이 가능하게 해 환자들이 병원에 있는 동안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은평성모병원 전경

인근의 북한산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은평성모병원은 ‘오늘 생명의 빛을 만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병원 어디서나 자연광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창문을 통해서는 북한산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은평성모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환자들이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료를 받고 나가는 시간 모두를 넓은 의미의 ‘치유’ 시간으로 여길 수 있도록 했다”며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검사 등을 받을 때 검사실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숫자와 색상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든 자연광을 느낄 수 있는 이대서울병원 내부

이대서울병원은 환자들이 사각형(스퀘어) 모양으로 건축된 건물 어디서나 자연광을 만날 수 있다. 곳곳에 조각상 등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환자들로 하여금 병원을 ‘쉼’이라는 단어로 연관지을 수 있도록 했다.

이길수 이대서울병원 홍보팀장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했다”며 “이전에 이대목동병원 개원을 준비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환자들의 입장에서 병원이 어떤 모습이 되야 하는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두 병원은 모두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을 고려해 최대한 짫은 시간에 한 곳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동선과 시스템을 짜는 데도 공을 들였다.

 

기존 병원들도 차별화 작업에 공들여

기존 병원들도 은평성모병원이나 이대서울병원처럼 시대 변화에 맞게 여러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물론 나름대로의 콘셉트를 강조하며 환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진료 분야에 치우지지 않고 교육·연구·진료 세 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병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표 전문성을 갖춘 국립대학교 병원으로서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단지 진료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연구 활동도 함께 이뤄지는 병원이라는 점을 알리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은  '130년 역사와 최첨단 의료시스템을 갖춘 앞서 가는 병원'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병원 측은 "환자들로 하여금 '세브란스 병원에 오면 최첨단 건물에서 최신 의료장비를 통해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의료원은 '개인 맞춤형 치료를 이끌어갈 스마트인텔리전트 병원'을 미래 주요 콘셉트로 정하고 IoT(사물인터넷), MR(혼합현실), AI(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병원에 접목하고 있다. 또한 단일의료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산하 두 병원(고대 안암병원, 고대 구로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것을 강조하며 '연구에 강한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환자들에게 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고려대 의료원 관계자는 “더 이상 규모의 경쟁을 통한 수익창출 보다는 최첨단 융복합 기술을 진료 및 연구현장에 적용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전념해 환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똑똑한 병원’이라고 느끼게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전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기호 ‘1’번을 디자인했던 장병인 하우스컨설팅 대표는 24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소비자(consumer)의 시대는 가고 사용자(user)의 시대가 찾아왔다”며 “병원 또한 단순히 의사로부터 처치만 받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회복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병원들의 콘셉트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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