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간호계, 이제는 ‘행복’ 추구할 때 ①] “삶의 중심은 ‘근무표’”
[신년 기획-간호계, 이제는 ‘행복’ 추구할 때 ①] “삶의 중심은 ‘근무표’”
화장실 못 가 방광염 걸리기도 … 절반은 5년도 못 버텨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12.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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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이 말은 간호사에게는 다른 세상 말처럼 느껴질 것이다.

간호사는 비현실적인 간호사 대 환자 비율 속에서 강제성을 띤 조기출근과 오버타임을 하는 처절한 환경에서도 ‘하면 된다’는 식의 구시대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명 ‘태움’이라는 괴롭힘, 군대식 문화, 언어폭력, 임신 순번제 문제에는 만성화됐는지 이제 놀라워하지도 않고 외면할 뿐이다.

간호계가 인지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쳇바퀴가 굴러가듯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어 보인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신년을 맞아 간호계의 현주소와 함께 간호사의 고충을 분석하고, 전 현직 간호사 대상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행복하게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봤다.

① “삶의 중심은 ‘근무표’”
② 태움을 아시나요?
③ ‘행복 추구권’ 외칠 때 … ‘탄력근무제’가 해법?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내 간호사의 비중은 50.3%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중소병원 간호사의 근무여건 및 처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보인다.

오래전부터 문제로 제기돼왔던 비현실적 간호사 대 환자 비율, 공공연한 무보수 초과근무, 출산 및 육아로 인한 조기 사직 그리고 대체인력 부족 문제 등은 간호사를 병원 밖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법에는 연평균 1일 입원 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를 추산하면 간호사 1명당 환자 13명이다. 다만 이 비율을 제대로 지키는 병원은 20%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경기도 A 종합병원 외과 병동에 근무했던 L 간호사는 “장염으로 토하고 설사를 해도 수간호사가 대체인력이 없으니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고 출근하라고 했다”며 “결국 병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은 대체 인력 부족”이라고 말했다.

출근 전후로 한 시간씩 초과근무를 한 경기도 B 종합병원 소아과 병동에서 근무했던 M 간호사는 “초과근무를 하지 않으면 간호사 한 명이 18명이나 되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초과근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근무 중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잦은 방광염에 걸려 고생한 경험이 많다”며 결국 간호 인력 부족이 초과근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2015년 3월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감소(2004년 3월 47.8시간 → 2015년 3월 41.9시간)하는 추세지만, 간호사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7.7시간으로 오히려 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조차 태움이나 임신순번제가 간호사를 괴롭히고 있다.

경기도 C 병원 외래에 근무했던 K 간호사는 “동료와 누가 먼저 임신을 할지 결정하라는 압박을 수간호사로부터 받았을 뿐 아니라 출산을 앞두고 양수가 적어 출산 예정일보다 2주 먼저 분만휴가를 들어가야 한다고 하자 따돌림을 당했다”며 “결국 임신 순번제나 태움은 대체 인력 부족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간호사 면허 소지자 수는 18.46명으로 OECD평균(12.84명)보다 약 6명 더 많았다.

하지만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활동 간호사 수는 전체 OECD 34개국 중 29위인 5.2명으로 OECD 평균 9.8명보다 약 4명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병원 병상 수의 경우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11병상으로 OECD 평균 4.8병상보다 2.3배 많았다. 입원 병상 수와 활동 간호사 수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높은 간호사 대 환자 비율로 이어진다.

열악한 근무환경, 잦은 이직으로 이어져 

열악한 근무환경은 결국 간호사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수면 장애 및 임신순번제 문제를 가져왔다.

보건의료 노동실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간호사의 수면 상태는 100점 기준 39.6점을 기록했다.

국가 인권위원회가 2015년 조사한 인권실태 조사에 응답한 간호사 중 39.5%가 자유롭게 임신 시기를 결정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간호사의 건강문제를 일으키고 이직이나 사직을 결정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2014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간호사는 이직 고민 사유 1위로 열악한 근무 환경과 강도 높은 업무를 꼽았다.

간호사의 평균 근무 연수는 5년 미만이 45.2%로 나타났다. 힘들게 공부하고 시간과 돈을 투자해 간호사가 되어도 절반은 5년을 못 채우고 나가는 셈이다. 전문 인력이 제대로 일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 낭비가 벌어지고 있다.

변하지 않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높은 이직률은 경력이 짧은 간호사를 만들고 있다.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2014년 간호행정학회지 ‘국내외 간호사인력정책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간호사 배치 수준이 낮을수록 수술환자 사망률·폐렴 발생률·중환자 사망률이 높다. 이 결과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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