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다음달부터 임의비급여를 허용키로 한 가운데, 이 제도가 의료기관들의 수익창출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1일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약제 비급여 사용 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 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불법인 임의비급여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학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법령상 해당 의약품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임의비급여’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적정 의료행위를 보장하기 위해 이 안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임의비급여행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요양기관이 임의비급여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약제의 범위를 정하고 사용허가를 얻으려면 약사법에 따라 요양기관 내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한다. 또 사용 승인을 받은 뒤에는 적정성 평가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물 사용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보건의료환자단체들의 지적이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한국백혈병환우회 등은 14일 성명을 내고 "지금도 ‘임의비급여’ 약물처방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의비급여를 합법화하면 의료기관들이 의학적인 타당성은 고사하고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은 약물 처방을 수익창출용으로 남발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즉각 철회하라"고 복지부에 요구했다.
현행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가 적용되는 '요양급여'와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로 나누고 있으며 비급여 항목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임의비급여’는 법에도 명시되지 않고 의료현장에서 임의로 판단해 시행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임의비급여’ 약물처방은 본인부담금 규모 등 정확한 통계가 전무한 상황이다.
보건·환자 단체들은 "간질약 정신과약이 다이어트 처방에 사용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혈액순환개선제를 치매예방약으로 처방하기도 한다"며 "현재의 임의비급여는 환자의 비용부담 측면뿐만 아니라 의약품 안전성 부분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건약 관계자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책임지는 식약청을 배제한 채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와 심평원에 ‘임의비급여’ 문제를 떠 넘기는 것은 제약회사들이 합법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급여-비급여 의약품 처방내역 신고 의무화, 의약품 공급내역 신고 의무화, 비급여 처방 시 환자에 대한 고지 의무화 등 임의비급여의 사용실태를 파악할 법적 근거를 먼저 마련한 이후 의학적 근거가 타당한 허가사항 초과 약제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급여화를 통해 제도권 내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