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도 무한경쟁 … 쁘띠성형은 미끼상품
비급여도 무한경쟁 … 쁘띠성형은 미끼상품
[무한경쟁에 내몰린 의료계-②] 주객전도 시대 … 성형수술 의사 절반은 비전문의
  • 이동근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12.21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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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너나할 것 없이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중소병원은 간단한 수술환자마저 대형병원에 빼앗기고, 대형병원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쉼 없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전문과목도 사라지는 추세다. 외과나 산부인과 전문의가 경영난 탓에 다른 진료과 환자를 돌보는 일이 흔하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익이 높은 비급여 수술을 하도록 압박받는다. 척박해진 한국의료의 현재 모습이다. 이런 왜곡된 의료시스템은 다가올 미래이기도 하다. 특정 과목에 대한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은 이런 복잡한 의료현실의 투영이다. 생존경쟁에 내몰린 의료계 현실을 6회에 걸쳐 짚어보고 대안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1> 의료계 ‘밥줄’은 비급여 … ‘전문의’ 간판은 사치
<2> 비급여도 무한경쟁 … 쁘띠성형은 미끼상품
<3> 영국 사례에 비춰본 1차 의료 해법
<4> 1차 의료살리기 어디까지 왔나?
<5> 국내 시장 포화 … 해외시장에 눈 돌릴때
<6> 연구중심병원이 살길이다

 

#. “작년부터 진짜 빚 갚기도 어려워졌어요. 결국에 학회에 가서 정맥주사랑 레이저 치료 강좌 듣고 (비급여 시술을) 시작했는데, 이게 결국에 주수익이 됐죠. 심지어 요즘은 진료 수익보다 비급여(시술)로 버는 수익이 더 많은 날도 많습니다(경기도 A가정의학과 원장).”

#. “이게 면역이 되더라구요. 처음 레이저를 했을 때가 3년 전인가 그랬는데 그때는 권하는 게 좀 어색하달까 … 왠지 환자한테 죄짓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제 전문분야도 아니면서 치료를 강요하는 건 아닌가 말입니다. 그러다가 두세 달 지나면 면역이 돼요. 비급여 시술은 지금 GP(개원의)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덫’ 같은 거죠(서울 B외과 원장).”

#.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들어요. 전문의까지 땄단 말입니다. 저는 물론 효과가 있다는 입장입니다만 그래도 정형외과에서 정맥 주사로 돈번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배웠던 것이 조금 억울하기도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은 거죠. 내가 돈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는 생각도 있구요. 그런데 당장 수익이 안나면 다음달부터는 바로 대출금이 압박이니…(서울 C정형외과 원장).”

▲ 경기도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 원무창구에 영양주사·레이저 치료 등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위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개원의들이 비급여 진료를 통해 경영난을 타개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 비급여 시장마저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레이저 시술이나 정맥 영양 주사 등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표적인 진료과목이 미용성형분야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수술을 하고 있는 의사의 절반 가량은 비성형외과 전문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때 미용성형분야의 가장 큰 ‘먹거리’였던 ‘쁘띠 시술’은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가격경쟁이 워낙 심해진 탓에 개원가에서는 환자를 끌기 위한 미끼 상품처럼 취급되는 경우도 많다.

개원가에 따르면,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톡신을 이용한 쁘띠시술 가격은 1회당 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보툴리눔 톡신은 처음 병에 들어 있을 때는 가루 상태다. 이를 시술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식염수에 타서 주사액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번 제조하면 가급적 여러 명에게 시술을 하는 것이 이익이다. 이같은 사용법 때문에 한때 개원가에는 고객을 하루에 몰아 시술하는 ‘보톡스 데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경쟁이 심화되면서 1회 시술비가 10만원을 넘었던 보툴리눔 톡신 사각턱 시술비는 2만원까지 떨어졌다. 시술비 하락은 수도권보다 ‘성형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 강남 지역이 더욱 심하다.

쁘띠 시술 중 보툴리눔 톡신 다음으로 인기 있는 필러시술 가격도 바닥을 친 지 오래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피부미용 시술을 하고 있는 B의원 원장은 “필러로 돈 벌려는 생각은 안한다. 필러를 하면 시술 단위로 받는 것이 아니라 cc 단위로 가격을 매긴다. 싼 데는 0.1cc당 3만원 정도 한다. 간단히 코를 높여주는 시술 같은 경우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10~20만원이면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필러시술 가격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나름의 시술가격을 산출하고 있는 것이다.

 

쁘띠 시술 가격이 이처럼 하락한 것은 소비자들이 ‘성형 쇼핑’을 하면서 가격하락을 유도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모여 있는 강남의 경우 소위 ‘견적’을 낸 뒤 가격만 물어보고 다니는 소비자들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시술법이 간단해 쁘띠 시술을 하는 의사들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필러 시술의 경우 대부분 ‘히알루론산(HA) 필러’를 사용하는데, 이 필러는 잘못 시술이 되어도 6개월이 지나면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없어지기 때문에 시술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다. 보툴리눔 톡신 역시 다른 시술에 비해 비교적 쉽게 시술법을 익힐 수 있다.

때문에 산부인과 등 전문과목이 따로 있는 의사들도 쉽게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술이 가능하다. 치과의사들이 보툴리눔 톡신, 필러 시술을 시작한 것도 시술의 난이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야말로 전문의 주객전도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다만, 비교적 시술 난이도가 높은 롱텀 필러(약 2년 정도 유지)는 상대적으로 시술비의 하락이 더디다. 대표적인 것이 칼슘 필러나 PCL 필러인데, 이들은 HA 필러처럼 녹이는 방법이 없어 시술을 잘못하면 제거할 때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이처럼 저가 시술이 만연하면서 요즘 성형외과나 피부과 전문의들은 쁘띠시술을 주력으로 하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굳이 홍보를 한다고 해도 일종의 미끼상품 정도로 사용하거나 고가 제품을 이용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개원들은 새로운 시술법으로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고톡스(고주파 시술과 보톨리눔 톡신 시술을 함께 하는 것) 시술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는 필러시술과 스컬트라 시술을 함께 하는 ‘물광트라’ 등이 성공한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아예 새로운 시술 적용 부위를 개발, 홍보하는 의원들도 있다. 보툴리눔 톡신을 승모근, 팔뚝, 허벅지 등에 주입해, 체형을 교정하는 시술이 그것이다.

▲ 서울의 한 외과의원 로비에 영양주사 등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위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원래 피부미용 용도로 허가받지는 않은 약물을 쁘띠시술용으로 활용하는 의원들도 있다. 만성간기능치료제로 허가된 글루타치온제제를 ‘미백주사’로 사용하거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로 사용되지만, 다이어트, 안티에이징 효과로 홍보되는 알파-리포아란 성분의 ‘신데렐라 주사’ 등이 그것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조수영 홍보이사는 “필러나 보톡스는 크게 어려운 시술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의가 아닌 많은 의사들이 덤벼든다”며 “비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경제적 이익 때문에) 목숨걸고 하는 수밖에 없어 덤핑을 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개원가 현실에 대해 “쁘띠 시술은 간단한 시술이기 때문에 덤핑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조개구이집이 왕창 생겼다 없어지는 것처럼 많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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