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잘못은 의사가 밝힐 수밖에 없다
의사의 잘못은 의사가 밝힐 수밖에 없다
  • 이동근 기자
  • 승인 2014.11.12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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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본 기자는 M 전문지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적지 않은 의료사고를 취재한 바 있다.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문 기자로 출연할 정도였으니 상당히 많은 의료사고를 접했고, 기사를 작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막 만들어지려는 시기였으니 사회적 관심도 매우 높았다.

당시나 지금이나 의료사고의 화두는 입증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가 의료사고임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환자 입장에서는 당사자가 아닌 다른 의사들에게 입증을 부탁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의료사고의 입증 책임을 의사에게 지우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의사들 스스로의 결속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의 내부 결속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 의료사고를 의사 스스로 밝힌다는 것이 너무 어려운 문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것은 국내 최고의 한 대학병원에서 벌어졌던 의료사고였다. 이 의료사고는 출산 후 사망한 한 여성의 오빠인 의사 A씨를 통해 알게 됐다.

A씨는 자신의 여동생 사망이 의료사고임을 굳게 믿었고, 소송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실제로 소송까지 이어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병원이 의사 A씨의 수련 병원이다 보니 자신들의 스승과 동료들을 향해 칼을 꽂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고, A씨는 실제 소송 여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연락마저 끊어버렸다.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이후 소송과 관련한 어떠한 말도 들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흐지부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미 지난 이야기를  여기서 풀어 놓는 이유는 오늘날에도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가수 신해철 씨의 사망사건이 대표적이다.

신씨의 사망은 우리사회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 의료사고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신씨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의사들은 아무래도 같은 직업군에 몸을 담고 있는 의사들의 편을 들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의료사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고 신해철씨 사망사건, 이제는 의사들이 말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노 전 회장은 “그동안 신해철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고 논란이 일었을 때, 대다수 의사들은 경과만을 듣고서도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였으며 그것은 부검결과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낙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는 의사들이 많기에 이번에도 피해의식과 동병상련의 동료의식이 버무려져서, 또는 동료의 등에 칼을 꽂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다수의 의사들이 진실을 말하기를 주저했다”는 것이 노 회장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는 감쌀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감쌀 수도 없고 책임이 없다고 무조건 감싸서도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역시 노환규 회장다운 발언이다.

그는 그러면서 “신해철 씨는 수술의 과정과 특히 수술 후 관리 및 처치에 있어 부적절했다는 의료과오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학적 판단일 것이며 의사협회는 이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 때 의협의 수장이었던 사람의 용감한 지적이라고 할 만한 글이다. 하지만 이 글 속에는 아직도 의료사고가 투명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투영된다.

과연 환자들은 의사들을 믿을 수 있을까? 물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나 의료사고로 이어졌을 때도 의사들을 믿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의사들은 많은 노력을 해서 면허를 취득하고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회적 지도층이다.

“의사들이 진실의 목소리를 낼 때다. 국민이 의사를 믿을 수 있도록, 국민이 의료의 전문가로 인정하도록 ….” 노 전 회장의 블로그속 글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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