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조정 개시율 낮아 … 병원계-중재원, 엇갈린 해석
의료분쟁 조정 개시율 낮아 … 병원계-중재원, 엇갈린 해석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07.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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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원)의 의료분쟁 조정·중재 개시율이 불개시율에 비해 낮다는 지적에 대해 병원계와 의료중재원이 각각 다른 이유를 밝히고 있어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의료분쟁 조정·중재 개시율이란 의료 분쟁 조정 혹은 중재 접수 시 신청자와 피신청자가 실제 감정 및 조정에 들어가는 비율을 일컫는다. 현재 의료중재원의 조정·중재는 신청자와 피신청자 쌍방이 동의한 상태에서만 모든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데, 이것이 조정을 거부하는 비율에 비해 최소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코리아뉴스가 지난 7월 29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중재원이 설립된 2012년 4월부터 2014년 6월 말까지의 조정·중재 신청 건수는 총 2833건이었다. 이 중 상급 종합병원은 559건의 의료분쟁 조정·중재 접수가 있었으나 실제로 개시된 건수는 14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418건은 조정·중재가 시작되지 않아 의료소송 혹은 합의 등으로 넘어간 경우다. 조정 개시율이 약 25%에 불과한 것이다.

종합병원은 같은 기간 중 689건의 조정 접수가 있었다. 이 중 개시는 242건, 불개시는 447건으로 조정개시율은 약 35% 수준이다.

병원은 접수 604건에 개시 314건, 불개시 290건으로 개시율 50%를 넘겼고, 의원은 조정 접수 592건에 개시 266건, 불개시 326건으로 44%의 개시율을 기록했다.

▲ 의료중재원이 제공한 ‘의료기관 종별 조정·중재 개시율’.

의료중재원은 지난 4월 ‘의료중재원 개원 2주년 세미나’에서 조정 성공률은 평균 88.7%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참여하는 병원의 수는 낮다는 것이 의료인들의 중론이다. 조정 성공률보다 조정 참여 기관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병원계와 의료중재원은 개시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각각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종병 “애매모호·악의적 환자·나쁜 소문 때문”, 의원 “조정·중재하면 의원 경영 어려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병원의 자존심과 경영 문제가 걸린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어렵게 들은 몇 가지 이유는 의료사고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우거나, 악의적인 소문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A 병원 관계자는 “이러한 일(의료분쟁 조정·중재)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익명이라고는 하지만 병원계에는 의료중재원이 어느 병원을 조사했느니 하는 소문이 돈다”며 “병원에서는 의료분쟁이 공론화되는 것이 매우 불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종합병원은 악의적으로 의료소송을 진행하려는 일부 환자들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B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의료사고가 아님에도, 일단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병원에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바로 의료소송을 제기하거나 조정·중재를 신청하는 환자 혹은 보호자가 있다”며 “병원은 이때 환자의 조정이나 중재를 먼저 거부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의료소송 관련 상담 중 하나(사진의 내용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중소병원과 의원급은 대형병원과는 다른 이유를 들었다. 작은 규모의 병·의원이 조정이나 중재를 거치면 병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C 의원 원장은 “최근 방어진료로 인해 주변 의원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거의 못 들었다. 환자가 클레임(서비스 공급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배상을 청구하는 일)을 거는 정도”이며, “조금 큰 의료사고가 나도 병원이 가입한 보험으로 대부분 처리하기 때문에 굳이 조정이나 중재를 받기보다 환자와 직접 보상 등을 의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조정이나 중재가 의원의 방어진료를 부르는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어진료가 의료의 질 차원에서 환자에게 나쁘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작은 병원 입장에서 의료분쟁 조정·중재는 버티기 어려운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중재원을 좋아하는 병·의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산부인과 병원은 조정·중재가 병원에 큰 적자를 안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D 산부인과 병원장은 “조정·중재가 시작되면 의사는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빠져나갈 수 없다. 의료중재원에 방문해야 하는 문제, (의료중재원) 조사관들이 진료서류를 확보하기 위해 병원에 찾아오면 병원이 뒤숭숭해지는 문제 때문에 환자들의 불만이 많아진다”며 “의사는 조정 기간에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병원의 재정은 적자가 된다”고 꼬집었다. 

의료중재원 “오해 있었다 … 부수적 문제에 거부감 남아있어”

▲ 의료중재원 내 소개된 감정 및 조정부 구성. 의료분쟁 및 조정에 관한 법률 제23조 및 제26조에 따르면, 감정 및 조정부에는 검사 혹은 판사, 변호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출처=의료중재원 홈페이지>

그러나 의료중재원은 “의료인들이 조정·중재가 좋은 정책임을 알아주고 있다”며, “개시율이 낮은 이유는의료기관의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료중재원 관계자는 “중재원 설립 초기 여러 가지 잡음이 있었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의료인들이 조정·중재 제도가 좋은 정책임을 알아주고 있는 것 같다”며 “조정·중재를 이용한 병원들의 재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조정·중재 도입 초기에는 (분쟁 감정 위원 5인에 포함된) 검사가 특별 조사를 할 수 있다거나, 기소할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의 잘못된 정보가 있었으나, 지금은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의료중재원 관계자는 “(조정개시율이 낮은 이유에는) 부수적인 불만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분만 시 불가항력적인 사망 혹은 뇌성마비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의 분만 경험자가 보상금의 30%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 의료분쟁 손해배상 대불금을 의료기관 개설자가 분담하는 점 등 의료사고 감정과는 관련없는 문제로 인해 의사들이 조정·중재를 꺼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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