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에 100만원이 넘는 신형 C형간염 치료제 가격을 두고 세계 각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화제의 약물은 미국계 제약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해 지난해 FDA(미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소발디’(Sovaldi).
이 약물의 가격은 1정당 1000달러로 우리돈 101만원에 달한다. 치료 주기를 한 번 마칠때까지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약값은 무려 10만달러(1억185만원)이다.
경구제인 ‘소발디’가 이처럼 천문학적인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상품의 희소성 때문이다. C형간염은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제나 예방 백신이 없어 그만큼 가격이 높은 것이다. 예컨대, ‘소발디’는 임상시험에서 C형 간염 치료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약물 치료율이 50∼60%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개선된 혁신적 신약인 셈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게 돌아가자,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일부 국가는 가격 협상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프랑스의 마리솔 투렌 사회복지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현지 뉴스채널인 BFMTV에 출연, “C형 간염 치료제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길리어드와의 협상 과정에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연합(EU) 14개국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렌 장관은 “그렇게 높은 가격을 국가에서 수용한다면, 모든 사람이 치료를 받을 수 없을 뿐만아니라, 이미 막대한 채무가 있는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에도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국가들이 가격 협상은 개별적으로 진행하겠지만,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의논할 것”이라고 공동 대응방침을 확인했다.
미국건강보험계획(AHIP)의 캐런 이그낵니 회장도 지난 7일 CNN방송에 출연, 소발디의 천문학적 비용을 거론하면서, “눈이 튀어나오는 가격”이라고 흥분했다.
이그낵니 회장은 “한 알에 100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C형간염 환자 전체를 치료하려면 2668억달러(271조원)이상이 들어갈 것”이라며 “의료보험제도의 쓰나미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지난 4월 길리어드사에 치료제 가격을 낮춰야한다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C형 간염 치료제를 개발하면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C형 간염바이러스의 최근 연구 동향’ 보고서를 보면, C형 간염 환자는 만성화되는 비율이 높고, 만성 간염인의 20%가 간병변이나 간암 환자가 되기 때문에 신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자처럼 특수 지역에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에서 인류 공동의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예방백신이 없는 것은 다름아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복제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가 자주 발생하고 다양한 유사종을 생성하면서 면역 반응을 회피해 만성감염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용이 제한적인 침팬지를 제외하고 활용할 동물 모델이 없다는 점이 백신 개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
C형 간염 치료제는 치료기간을 단축하고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C형 간염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페그-인터페론-알파/리바비린 병합 치료는 초기 치료과정에서 발열, 우울증, 피로 등의 다양한 후유증을 동반한다. 치료기간도 24∼48주로 길며 비용도 약 3000만원 정도로 비싸다. 치료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도 있고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혁신성을 가진 길리어드의 ‘소발디’에 세계 각국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WHO를 비롯한 각국 보건당국이 길리어드와의 약가협상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