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취소소송의 판을 깔아 놓은 중상위 제약사들은 왜 제소에 소극적인 것일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들이 제소를 미루고 있는 가장 이유가 윤석근 한국제약협회 신임 이사장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지난달 23일 있었던 이사장 선출과정에서 신·구세력간, 상위·중소제약사간 갈등이 약가소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제약업계가 줄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했던 날짜는 3월7일~9일이었다. 그러나 9일까지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한 곳은 다림바이오텍·KMS제약(7일 접수), 일성신약·에리슨제약(9일 접수) 등 4곳에 불과, 벌떼소송은 벌어지지 않았다.
◆ 기존 이사장사 한곳도 소송 참여 안해
무엇보다 기존에 제약협회 이사장사를 구성했던 기업들이 대거 소송에 불참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들은 중소제약사(일성신약) 출신의 대표가 제약협회 이상이 된 것에 불만을 품고 현재 회비 납부까지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질적인 소송 D데이는 14~15일이 될 전망이다. 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처리하는 기간이 2~3주 정도라고 봤을 때, 데드라인인 16일 전에는 제소한다는 설명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인하 피해액은 복지부의 압박이 있다고 해서 무마시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내가 아는 상위제약사들은 모두 제소할 준비태세를 완료했다. 다만, 7~9일 제기하면 윤 이사장의 장단에 보조를 맞추는 꼴이 된다고 생각해 최대한 미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지난해 11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사상 초유의 ‘제약산업궐기대회’를 주도한 기업은 기존의 제약협회 이사장사였다. 올해 2월까지 이사장을 역임한 류덕희 회장의 경동제약을 비롯해 대웅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명인제약, 녹십자, 동아제약, 동화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보령제약, 한미약품 등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다해도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괄 약가인하가 제약산업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소송의 판을 깔아놓은 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비겁하게 중소제약사의 뒤에 숨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 소송 미루는 진짜 이유 ‘따로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이 소송을 미루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지부와의 관계악화 등을 우려해 소송 제기를 늦추고 있거나 아예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적도 아군도 없는 제약회사 오너들이 윤석근 이사장의 반감 때문에 소송 제기에 미온적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기회를 엿보고 있거나,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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