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위기설’ 엄살로 볼 일 아니다
‘의료계 위기설’ 엄살로 볼 일 아니다
장례식장 수입으로 병원 경영할 지경이라니…
  • 노영조 논설주간
  • 승인 2011.12.05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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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원을 비롯한 중소병원들이 어떻게 경영난을 헤쳐 나갈지 깊은 고뇌에 빠져있다고 한다. 의료수가가 낮은데다 병원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의 시행으로 불황의 터널 속에 갇힌 꼴이라는 게 병원계의 진단이다.

지난 주 건보공단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장례식장 수입으로 병원을 경영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상급종합병원보다 병세가 가벼운 환자들이 가는 동네 의원급 병원이 특수장비인 CT를 더 많이 구비하고 있는 역설적인 현실도 지적됐다. 너도나도 높은 수입을 올리려고 들여놓은 결과다.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실장도 CT·MRI·PET 등 특수의료장비가 병원들의 수익기전으로 작동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인정했다. 작은 병원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는 반대로 가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대형병원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지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최근 주최한 ‘한국의 의료, 과연 적정한가?’라는 주제의 병원의료정책 심포지움에서 박규주 교수(외과)는 기존 치료비에 비해 6배나 비싼 로봇수술을 남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발했다.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환자들에게 로봇수술 등 고가의 시술을 권유한다는 의료계의 자성인 셈이다. 전국민건강보험 의무화로 국민의 의료접근성은 높아졌으나 낮은 수가를 매개로 한 진료비 억제정책, 중소병원의 과다 증설, 의료기관 대형화 등으로 병원계는 안팎 곱사둥이 신세가 됐다.

일반인들은 병원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수익률을 보면 그렇다고 할만하다. 제조업은 평균 5.9%인데 병원은 1~2%에 불과하니 말이다.

지난해 공단에서 받을 진료비를 담보로 대출받은 병원 중 대출금을 갚지 못해 압류당한 병원이 423곳이나 된다. 폐업률도 9.4%다. 병원 10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은 꼴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올들어 빚을 갚지 못해 건강보험 진료비를 압류당한 병원이 6월 현재 510개소로 작년 1년 실적을 넘어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 118억원이었던 건강보험 급여비 압류금액은 6월 기준 1584억원에 이르렀다. ‘의료계 위기설’을 공연한 엄살로 흘려듣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

내년에 적용할 병원 수가가 1.7%밖에 인상되지 않는데 대해 병원계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지만 수용 이외의 다른 도리가 없다. 병원계는 지난 해 병원 경영수지 분석을 근거로 12% 정도의 수가인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저부담-저수가’ 개선 검토할 때

경실련 및 가입자단체들도 중소병원 경영악화를 인정해 병원을 규모별로 세분화해 각각 수가 인상률을 결정해야 옳았다는 지적을 했다. 여북했으면 시민단체들까지 중소병원의 경영난에 우려를 나타냈는지 보건당국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수가 결정은 형식만 계약제지 실제로는 건보공단재정운영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 의료기관의 건전한 육성발전이란 비전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건보재정 수지 측면만을 고려해 결정됐다.

타당한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저보험료-저수가-저급여 구조의 건강보험 체계를 적정부담-적정수가-적정급여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정부는 보험 재정을 확대하기보다는 지출 억제를 통해 건보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부작용마저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부문이 4.8%로 취약하다. 민간의료기관은 또 그들대로 영세하다. 50% 비중을 차지하는 소병원을 포함해 87.6%가 중소규모다. 재정측면에서 그다지 탄탄하지 않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수익이 나야 투자가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병원의료수입의 90%는 건보환자에게서 나온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의료수가가 원가에서 턱걸이하는 정도라면 신규투자, 재투자는 어렵다.

병원은 고도의 자본집약적이고 노동집약적 특성을 지닌다. 또 진료서비스는 불확정성이 높아 미리 계획하거나 반복하기 힘들다. 운용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이제 ‘병원도 기업이다’는 명제를 인정하고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병원은 의료기능과 함께 기업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유기체다. 지속경영이 가능해야 그 본래의 공익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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